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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동료들은 여전히 죽음의 일터로...휴지조각 된 권고안”
3일 오후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점거토론회가 개최됐다.
3일 오후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점거토론회가 개최됐다.ⓒ민중의소리

지난 3년여 간 각 산업 분야 별로 중대재해사업장들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정부나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3일 오후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실태 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고 김용균의 동료들 "우리의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다"

2018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정규직 공동 투쟁'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씨는 저는 오늘 동료를 잃었습니다.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꽃다운 젊은 청춘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2018년 12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정규직 공동 투쟁'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씨는 저는 오늘 동료를 잃었습니다.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꽃다운 젊은 청춘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김철수 기자

이날 전주희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은 "'김용균 보고서'는 무엇을 권고하였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전 조사위원은 '김용균 보고서'를 '위험의 외주화 보고서'로 판단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 대해 "여전히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출범한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4개월 여 간의 활동을 통해 8월 19일 700여쪽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은 김용균 씨 사망 사고의 진상을 규명했고, 발전 산업 구조와 현장 안전 보건, 관련 법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22개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첫번째 권고안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정규직화'다.

전 조사위원은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담긴 의미를 실질적 노동자 참여와 권리 보장을 통한 노동 안전, 사용자의 책임성 강화, 위험을 방치하고 가중시키는 중간 착취 근절이라고 짚었다. 즉, 노동자의 위험이 고용형태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정부가 권고안을 분할 선별해 이행하려는 행태를 지적하며, 권고안에 대한 이행점검위원회를 구성해, 권고사항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발전소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1급 발암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일했다"면서, "특조위 권고안 중에서 이행되고 있다는 '특급 마스크 지급'조차도 일부 사업장만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청인 발전사가 공문을 특급 마스크(2950원)를 지급하라고 했지만, 현재 현장 노동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마스크는 1급(700원) 마스크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 간사는 가격 차로 인해 하청 업체에서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마스크를 다 쓴 다음에야 노동자들의 마스크를 특급으로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간사는 "더 이상의 죽음을 막으려면,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라며 "특조위가 490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하라고 권고했지만, 지금 170명 정도의 인력만 투입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라며 "여전히 구역 조정, 거리 넓히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2인 1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노동에 쓰러져 가는 집배노동자들 "인력 충원이 인력 재배치냐"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30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권고 이행 촉구 및 노동조건 후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진단의 권고안에는 2천명의 정규직 집배원을 충원하고 집배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9.5.30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30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권고 이행 촉구 및 노동조건 후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진단의 권고안에는 2천명의 정규직 집배원을 충원하고 집배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9.5.30ⓒ김철수 기자

집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논란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이에 지난 2017년 8월 양대노총 집배원 노동조합(우정노조, 집배노조)과 우정사업본부, 노사 관계 및 안전보건 전문가 등이 사회적 합의기구인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구성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하, 추진단)에 참여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추진단의 용역 조사 결과, 집배원 연간 노동시간이 2,745시간(2017년 기준)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연간 평균보다 87일, OECD 연간 평균보다 123일 더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업무량은 평상시 하루 11시간, 물량이 많아지는 설과 추석 등 특별 소통기엔 12시간에 달했다. 초단위로 설정해 업무시간을 계산하는 집배부하량 시스템에서 일반 통상 배달은 2.1초, 등기는 28초로 해야하는 등 업무강도도 높았다.

노동시간은 길고 노동강도는 세지만, 집배원들은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 중 평균 34.9분만 사용헀으며, 연차 휴가 사용률은 27%(1년에 6일 미만)로 조사됐다.

추진단은 연구와 협의 끝에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 노동시간 연간 1800시간으로 단축, 무료 노동 근절,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한 토요근무제 폐지 등 7대 권고안을 발표했다.

허소연 전국집배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정규직 2000명을 증원하겠다던 우정사업본부는 여유 인력 2500명이 된다며 입장을 바꿨다"라며 "사람을 늘리는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강원도에서 일하는 사람을 서울로 옮기면 된다'는 식으로 인력 재배치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또 "우정사업본부가 토요택배 유지 입장을 고수하면서, CJ 대한통운 등 대형회사와 택배 단가 경쟁을 하고 있다. 도저히 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로 단가를 떨어트려 물량을 집배원들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국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업무량을 계산하는)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을 개별 평가를 하는 데 활용한다"라며 "집배원이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고 들어와 우체국 게시판에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가 매겨져 내 업무량이 나와있는 것을 매달 확인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집배원들이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기 시작한다"고 토로했다.

"다단계 사내 하청의 구조, 조선업 노동자 산재의 근본적 원인"

2017년 5월 1일 오후 2시 50분께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현장의 모습.
2017년 5월 1일 오후 2시 50분께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현장의 모습.ⓒ경남소방본부

박종식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은 2007년부터 2017년 9월 사이 조선업 업무상 사고 사망자수가 무려 349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망재해자들의 특징을 확인한 결과, 사고사망자의 79.3%에 달하는 257명이 하청 노동자였고, 떨어짐(추락), 넘어짐(전도)과 같은 재래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재해 유형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기업들은 산재 발생 이후 대부분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는데 그쳤고, 과태료 자체도 낮아 평균 126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2017년 5월 1일 노동절, 2017년 8월 20일 주말, 조선소에서 작업을 진행하던 노동자들 6명과 4명이 각각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중대재해조사를 실시해 중대재해조사의견서가 제출됐다. 이후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노사정이 추천한 17인의 조사위원들로 구성된 '조선업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꾸려졌다. 이들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활동을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조선업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은 다단계 사내하청 활용 문제에 있었다. 또 안전을 위배하는 무리한 공정 진행,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재하도급의 확대, 원청의 안전 관리 책임과 역할의 불명확, 과도한 하청노동자의 증가가 원인으로 꼽혔다.

조사위는 개선방안으로 다단계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조선업 안전관리 법제도 개선, 조사위 제안 개선안을 추진 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박종식 조사위원은 "조선업의 원·하청구조, 고용관계 차원에서 제안한 권고안들이 이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이행을 위한 계획 수립, 이를 위한 공론화 과정 조차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사내하청지회 조직사업부장은 "거대기업들이 안전을 위해 돈을 들이고 좋은 시스템을 갖춰도, 그것의 영향력이 다단계 하청의 아래까지 미칠 수 없다"라며 "하청 노동자들은 계속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조선소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 조직사업부장은 "거대한 중량물이 작업을 하다보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크레인으로 잡거나 받치지 않고 작업을 한다. 그 이유는 크레인으로 받치고 있으면, 그 크레인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규직이 작업을 할 때는 처음부터 크레인으로 잘 받치고 작업을 했는데, 40~50명 되는 하청업체한테 작업이 넘어가면 거의 쓰러질 정도가 돼서야 크레인을 사용하는 현실은 여전히 바뀌고 있지 않다"고 한탄했다.

그는 "원청 조선소는 사고가 나면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작업 중지를 푸는 데 집중한다"며 "원청 조선소가 작업 중지를 풀기 위해 노동부에 제출한 서류 중에는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 현장이 안전해졌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는 서명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업중지 명령을 축소·해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동부 행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의료원 권고안 이행엔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 반영돼야"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의료원 직장내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울시, 진상대책위원회 권고안 수용 촉구 및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09.06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의료원 직장내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울시, 진상대책위원회 권고안 수용 촉구 및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09.06ⓒ김철수 기자

지난 1월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병원 사람들은 조문 오지 말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서울시와 유가족, 서울의료원 제1노조, 제2노조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가 7개월 동안 고인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조사했다. 지난 9월 6일엔 서울시청에서 '보고회'를 열고 34개 권고사항 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 조사위원인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처음에 3개월을 계획했던 조사 기간이 연장돼 7개월이나 됐다고 밝혔다.

한 사무처장은 그 이유에 대해 "서울의료원 측이 고인의 근무기록, 인사기록 등 자료를 주지 않았다"라며 "자료를 제공해야 할 감사실이 원장 직속 조직이었다. 사실상 원장이 결제를 안 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노동자들이 인터뷰를 거부했다"라며 "조직적 조사 방해 상황을 인지하게 됐다"고 조사 과정의 어려움을 전했다.

한 사무처장은 진상대책위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원인을 "인사 전횡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진상대책위 조사 결과, 고인은 동년배 간호사보다 장시간 일했고, 야간 업무에 더 배치됐으며, 적은 휴가를 썼다. 또 기피 부서인 간호 행정부서로 옮겨갈 것을 집요하게 요구받았다. 행정부서에 배치한 이후엔 책상과 컴퓨터도 없이 커피 심부름 등을 하게 했다. 행정 업무를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퇴원하는 환자를 담당하는 당일 병동에 수시로 파견해 일하게 했다.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다음날도 당일 병동에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김경희 공공운수 의료연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간호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은 원칙이 없는 병동의 운영과 소통 부재"라며 "신규간호사 비율이 높고 중견 간호사가 사직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서울의료원이 간호사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힐링 데이' 제도에 대해 "진정성 없는 이벤트"라고 꼬집었다. 그는 "나이트 근무가 끝나고 아침에 퇴근해야 할 간호사한테 음악 감상, 예술품 제작, 행복 강의에 참석하고 가라고 한다"며 "이게 힐링데이냐"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서울의료원의 권고안 이행계획안은 진상대책위 권고안을 중심으로 간호사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여 한다"며 "제대로 된 이행을 통해 더 이상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환경을 개선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진상조사 이후 권고 등이 잘 이행돼 노동 환경이 개선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PSD 노동자들의 경우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PSD1 지회장은 구의역 진상조사단 보고서와 사고 이후 개선 과정을 보고하며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스스로 위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겨난 것이 바로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변화이자, 권고안에 담겨 있었던 내용 중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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