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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식이법이 나에게 필요한 이유

우리 집 차에는 뒷자석에 카시트가 2개 설치돼 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운전습관이 바뀌었다. 원래부터 운전을 격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 동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주변에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위치를 다 외우고 있다. 늘 다니는 곳이고 늘 조심하니 자연스레 외우게 됐다.

하루는 다른 동네에서 운전하다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30㎞ 이상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속방지턱이 있었지만 30㎞를 넘었고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었다. 신경을 쓰지 않고 가속 페달에 힘을 약간만 줘도 순식간에 시속 30㎞를 넘는 게 운전이다. 도로에 그려진 선들도 노란색, 표지판들도 노란색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길이다 보니 ‘가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아차 싶었다. 우리 동네에선 아이들의 아빠이지만, 다른 동네에선 그저 ‘부주의한’ 운전자일 뿐이었다.

이 부주의한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꽤 주의력이 높은 운전자다. 속도위반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감시카메라에 걸리면 과태료가 날아들고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의 예방효과란 이런 것일 테다. 1764년 ‘범죄와 형벌’이라는 책이 나온 이후로 형벌의 범죄예방 효과는 여러 논점이 있지만, 예방효과가 아예 없다는 주장은 별로 없다. 근대사회에서 형법이 갖추어지고 사회의 ‘안전’이 유지되는 중요한 골격이다.

민식이법은 두 개의 법안이다. 지자체장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신호등, 과속방지턱, 안전표시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다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을 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상해의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중요하지만 ‘가중처벌’이 논란이자 법안의 중요한 부분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정한 이유는 자명하다. 어린이는 운전자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구역 내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운전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이 구역에서의 주의 운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중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은 ‘더 주의해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을 하자는 것이다.

이 사회적 약속에 ‘조건’이 걸리는 정치 현실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법안을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없는데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겠다면 민식이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해 봐도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를 요구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후안무치한 정치세력으로 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할 수조차 없는 세력이라면 정치를 그만두자. 그야말로 무쓸모한 존재이니.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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