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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장사하는 법 달라졌다”고 말한 이유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이제 장사하는 법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회사, 기업이 있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 특별 강연에서 “기업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윤 추구가 최대 목적이었던 기업에서 ‘기업도 사회적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최 회장은 “사회 문제가 심화·확장되는 속도는 빨라지는 데 반해, 문제 해결 속도는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었는데, 문제 발생과 해결 속도 차이가 점차 벌어지면서 또 다른 주체인 기업도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고객의 변화, 소비자의 변화가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했던 전통적인 기업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해왔던 속칭 CSR의 단계를 조금 넘고 있다.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며 “이제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화두는 지속가능이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다 아니다를 따지기 이전에 사회가 지속 가능한가 아닌가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회 안에서 지속가능한 회사가, 기업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사회가 지속가능성과 멀어져 가고 있다. 양극화, 환경 문제 등을 보면 이게 지속 가능한가 생각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회장 강연 자료사진
최태원 SK회장 강연 자료사진ⓒ제공 : SK그룹

“소비자와 연관된 사회적 문제
사회적 가치 해결을 연구해야”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와 이율배반 관계 아냐”

최태원 회장은 “우리는 기업인이다. 이윤 추구를 내팽개치고, 우선순위에서 밀어 두고 사회적 가치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간단히 말해 장사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디지털기술 발전이 줄인 거래 비용으로 기업 환경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시장을 파괴하고 통합된 시장을 출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된 시장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연결된 페이 포인트와 맞닿아있는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육아 때문에 시간이 없는 여성 고객이 옷을 사기 위해서 어떤 형태의 해결책이 필요한지, 손쉽게 옷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인지, 반대로 육아 어려움 자체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기업은 고민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그 해결책과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소비자를 파악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업과 연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T맵과 교통사고보험사와의 협업을 예로 들었다. 운전 패턴을 분석해 안전운전자와 난폭운전자를 구분하고 이를 보험료와 연계시킨다면 운전자는 보험료를 낮추고, 사회는 교통사고와 난폭운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런 변화가 쉽게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기업 내 충돌 △비즈니스 혁신의 어려움 △구성원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망하는 태도 등 4가지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이윤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사회적 가치는 퍼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 사회 공헌이 아닌, 소비자의 가치를 지켜주는 것이 잠재고객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내부에서 저는 트레이드오프(이율배반, 사회적 가치와 이윤 추구와 충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우겨요. 동의하지 않더라도(웃음)”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혁신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혁신은 원래 어려운 것이다. 포인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치열하게 더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혁신이 어렵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SK 역시 똑같다. 연구하고 고민하고 파일럿·알파·베타 개발을 수도 없이 겪으며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의 관성을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처음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한 것이 2009년이다. 벌써 10년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관성을 바꾸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능사는 없다. 조금씩 할 수 있는 영역을 정해 꾸준히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선대 회장의 경영방침은 ‘영구히 종속하는 기업’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최종’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굳이 설명하자면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내부에선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행복’이라고 말한다”며 “남의 행복을 빼앗아서 우리 행복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발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다시 언급하며 “거칠(러프)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사회적 가치 창출 성적표를 뽑아봤다”고 말했다. SK는 자체 측정 시스템을 만들어 그룹의 △경제 간접 기여 성과 △ 비즈니스 사회 성과 △ 사회공헌 사회 성과 등으로 구분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과 같은 개념의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배당·납세 등 경제 간접 기여 성과가 9조원이라면 환경 부문에서 6천억원 적자(환경파괴)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는 식이다.

최 회장은 “숫자가 맞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측정을 해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며 “SK는 2030년까지 적자와 흑자를 합쳐 중간선을 맞춰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만드는 기업들이 많이 연합한다면 최소한 당장은 무너지지 않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새로운 기업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포스코의 경영이념인 기업 시민과 SK의 사회적 가치가 함께 하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은 포스코 측이 요청했고, 최태원 회장이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강연은 예정 시간을 10분가량 넘긴 1시간 7분을 기록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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