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靑 특감반원 사망까지 ‘언플’...금지규정 대놓고 위반하는 검찰
없음
ⓒ뉴시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백모 씨의 사망을 기점으로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노골화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법무부 훈령으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검찰발 보도가 줄줄이 흘러나옴에 따라 사실상 해당 규정은 시행과 동시에 무력화됐다.

백 씨의 사망 이후 일부 공개된 유서에서 ‘강압수사’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적폐 수사’를 명목으로 내건 검찰 수사의 취약성이 거듭 드러났다. 이로 인해 확산될 파장을 잠재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검찰은 아예 훈령에 명시된 규정을 대놓고 위반하면서 언론플레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검찰발 보도들을 살펴보자.

우선 지난 2일 S신문은 백 씨가 남긴 유서에 ‘휴대전화 초기화를 시키지 말라’는 요청이 담겨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3일 M신문은 백 씨 사망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서초경찰서장이 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청와대로 수사 내용이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해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연루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는 검찰 수사 상황도 전했다.

두 보도는 각각 사정당국 관계자와 검찰 관계자를 인용했다. 이름만 다를 뿐 사정당국은 검찰이다. 결국 두 보도 모두 검찰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이야기다.

J신문은 전날 백 씨의 ‘지인’을 인용해 백 씨가 최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상황을 묻는 연락을 수차례 받았고, 지인들에게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백 씨가 청와대 파견에서 복귀해 사망 전까지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했다는 점과 해당 보도 이후 일부 공개된 유서를 통해 검찰 강압수사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검찰 내부에서 가공된 인용이 보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보도들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검찰이 1일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규정에는 ‘기자의 검사·수사관 개별접촉 금지’ 조항이 명시돼 있다. 대면 접촉은 물론 유선 및 이메일 접촉도 모두 포함된다.

규정 위반이 명백함에도 이에 대한 제재도 불가능하다. 훈령을 위반한 비공식 검찰발 정보로 보도가 나오더라도 해당 정보를 관할하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나 수사 책임자, 수사 검사 및 수사관 등에 대한 감찰권 발동 등 강제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훈령은 공식적인 공보를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지만, 공식 공보 조항에 대한 사문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훈령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 ▲불기소처분 사건 ▲공소제기 후 사건 ▲예외적 실명 공개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 한해서 민간 위원을 과반으로 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검찰이 공익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자극적인 사건이나 특정 사건의 본류와 무관한 별건 수사 상황 등 자의적으로 공개해온 것들과 같은 류의 정보들은 심의 절차를 거쳐 공개가 제한될 여지가 생기긴 했다. 향후 심의위 심의 결과가 누적되면서 보편적인 수사 사건 공개 기준이 확립될 수 있다는 기대도 모아졌다.

그러나 실제 한 차례 심의위가 발동됐으나, 이마저도 검찰의 선택적 공보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1일부터 훈령에 따라 심의위가 도입된 이후 유재수 전 부시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이 전날 해당 사건의 수사 상황 공개 여부를 심의해 ‘제한적 공개’ 결정이 내려졌으나, 검찰이 사실상 이 결정에 따른 공식 공보를 거부한 것이다.

동부지검 공보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국은 수사팀에서 내부적인 보고나 결정을 거쳐서 ‘공보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나면 수사팀이 자료를 작성해서 주면 기자들 모아서 그 자료를 배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개 여부는 수사기관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민간위원 과반으로 구성된 심의위에서 기소 전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공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수사팀이 관련 자료를 안 주겠다고 하면 전담 공보관을 통한 공보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제 검찰은 공식 공보를 하지 않아도 되고, 조직에 유리한 수사 정보만 특정 언론에 흘려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청와대는 백 씨 사망 이후 벌어진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단지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