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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가장 아름다운 대화,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넷플릭스 제공

‘두 교황’(The Two Popes)이라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10억 명에 이르는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최고 수장인 교황은 결코 ‘둘’일 수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은 자진 사임으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여러 상상력이 결합하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바티칸 내부와 교황들의 일상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펼쳐진다. 아울러 영화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함께 던져주고 있다.

사실 ‘두 교황’이라는 제목에선 권력과 이를 둘러싼 암투가 느껴진다. 영화 ‘두 교황’은 가톨릭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지만,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의 이야기다. 영화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교황 프란치스코)의 대화와 베르골리오의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부분은 두 교황의 일상적인 혹은 신학적인 논쟁과 대화를 담고 있다.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앤서니 홉킨스와 ‘문 앞의 야만인들’로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조너선 프라이스가 각각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역을 맡아 자칫 지루하기 쉬운 두 교황의 만남과 대화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직접 몸이 부딪히진 않지만 높은 긴장감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도 재미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하고,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출된 과정은 흥미롭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2013년 재위 8년 만에 공식적으로 사임을 발표하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가 놀랐다. 교황은 사실상 종신직으로 생전에 사임한 경우는 드물었다. 1294년 재위 161일 만에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 이후 719년 만의 일이었다. 때문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배경을 두고 그가 밝힌 고령이라는 건강상의 이유 이외에도 사제 성추문과 교황 선출 직후부터 나온 나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 논란, 교황청 권력 비리 및 돈세탁 문제가 바티칸 외부로 유출된 바티리크스(바티칸+위키리크스) 등이 배경으로 꼽히기도 했다.

아울러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겐 21세기에도 여전히 20세기의 신학과 전통을 고집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지난 2009년 아프리카방문 길에 “에이즈 대응방안으로 콘돔을 배포하는 것은 적절한 해법이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을 불렀고, 여러 차례 타종교를 무시하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보수적인 신학을 고집하면서 가톨릭교회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들이 쏟아졌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선언하자 베네딕토 16세를 배출한 독일에서도 사임을 환영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더구나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오른 프란치스코의 행보는 보수적이던 베네딕토 16세 정반대로 변화와 개혁의 길을 걸으면서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배경에 더욱 큰 의문을 던지게 됐다.

‘시티 오브 갓’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이렇게 두 교황의 대비되는 모습과 흥미로운 지점들을 잘 포착해 전달하고 있다. 시대에 타협하면 안 되고, 전통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베네딕토 16세와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포용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영화는 두 사람의 성격을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선출되던 당시 경쟁자였던 두 사람의 화장실 만남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준다. 화장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에게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은 “새로 나온 찬송”이냐고 묻자,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라칭거 추기경은 “아바(ABBA)”라고 되물으며 아바라는 이름을 의아해한다. 아바는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람어(예수 당시 민중들의 언어)로 ‘아버지’라는 단어로 신을 뜻한다. 같은 단어에 대한 묘한 차이가 두 사람의 다름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함의를 지닌 같은 단어를 통해 극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대목이 영화 중반에도 등장한다. 베르고글리오가 신의 부름에 대한 확신을 느끼지 못해 방황하다 신부가 되길 포기하고 당시 만나던 여성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베르고글리오와 함께 일하던 친구이자 동료는 그에게 “좋은 아빠가 될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페인어로 신부(神父)와 ‘아빠’는 ‘파드레(padre)’로 같은 단어를 쓴다. 좋은 아빠가 될 것이란 친구의 말은 좋은 신부가 될 것이란 예언처럼 묘하게 들린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넷플릭스 제공

여러모로 너무나 달랐던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2012년 다시 만난다. 이번엔 추기경에서 사임하려는 베르고글리오가 계속해서 교황청으로 편지를 보내지만, 답장이 없다. 그러다 베르고글리오를 베네딕토 16세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불러 다시 만나게 된다. 가톨릭 신앙 수호를 강경하게 추구해온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뒤를 이은 현 교황이자 개혁과 관용을 지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당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신앙들 두고 논쟁을 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때론 비틀즈를 이야기하고, 살아온 이야기와 고민을 나눈다. 베르고글리오는 자신의 추기경 사직 요구를 반려하고, 개혁적 입장의 그가 교황을 맡아야 한다고 베네딕토 16세가 말하자, 과거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예수회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타협적인 선택을 했던 자신의 잘못을 고해한다. 베네딕토 16세도 자신의 고민과 잘못을 고해하며 그들도 인간임을, 누구에게나 아픔과 고민과 상처가 있고, 완벽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나가며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주장을 꺾진 않지만,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소명이 이제 끝났다면서 새로운 길을 여는 결단을 내린다. 둘의 대화는 어쩌면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 사이에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대화일지 모른다.

이런 깨달음을 영화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음악을 통해 전달한다. 앞서 소개한 아바의 ‘댄싱퀸’ 뿐만 아니라 멕시코 음악인 베사메무초(Besame Mucho),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를 쓴는 라틴어권에서 저항가요이자 대중가요로 인기가 높은 벨라차오(Bella Ciao) 등 대중음악이 적절히 가미되면서 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런 연출력을 통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재미와 흥미를 잃지 않고,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관객을 잡아두는 힘이 느껴진다. 영화는 오는 12월 11일 극장 개봉이 시작되고, 20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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