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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선발 방식만 생각하는 교육, 아이들은 실험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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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학원 안 가면 어떻게 해요?"

서울시교육청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추진위원회(이하,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한 말이다.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윤경 씨는 이런 학생들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일요일에 학원을 가지 않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미 아이들은 학습노동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일요일에 회사 안가잖아요. 주 52시간 근무하잖아요. 성인의 과로사 기준이 주 60시간이에요. 그런데 지금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 가면 주 80시간 공부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학원을 일요일만이라도 쉬자고 하는데, 아이들이 '일요일에 학원 안 가면 어디를 가야 해요?'라고 물어보는데 미안했어요."

이윤경(49) 씨는 올해 대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아들의 엄마다. 그는 사범대 졸업 후 사교육업체 홍보팀에서 카피라이터로 8년간 일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여성단체인 동북여성민우회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면서 무상급식 운동, 학생 인권조례 만들기 운동 등 지역 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2017년부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 서울지부장을 맡아, 상근활동가로 교육 운동에 힘쓰고 있다.

6일 오후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을 서울 종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6일 오후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을 서울 종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실에서 만났다.ⓒ민중의소리

"몇 학년 몇 반 누구 엄마세요?"
학부모회 회장을 맡게 될 때마다 흔히 듣는 질문이다. 이 씨는 그럴 때마다 학교에 누구의 엄마인지 묻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엄마, 학교에서는 우리 따로 지내자."
큰 아들도 절대로 학교에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제가 바라는 건 제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거예요. 제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서 만나야 하는 동료들이 학교 안에 있는 거니까, 모두가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회장이 되면 '우리 아이 잘 좀 봐달라'고 회장하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이 따라 붙는다. 이 씨는 '모든 우리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학부모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부모는 학교 일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교육정책에 '구색 맞추기 용'도 아니라고 말했다. 학부모는 교육의 한 주체로서 아이들의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교육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들은 저의 30년 후배에요"

큰 아들이 나온 사립 중학교는 그가 30년 전에 졸업했던 중학교다. 공부를 많이 시키기로 동네에서도 유명한 학교였다고 한다. 큰 아이는 그곳에서 중학교 3년 내내 '투명인간'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다른 학년 시험감독을 하러 갔다가, 우리 아이 교실에 찾아갔는데 아이가 없는 거예요. 반 아이한테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몰라요. 또 보건실갔겠죠' 얘기하더라고요. 나중에 아들한테 '보건실을 왜 이렇게 많이 가니' 물었더니, 무기력함에 교실에 있는 게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 씨는 이제 수업이 아이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정보를 찾아서 해결책을 찾고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으로 달라져야 한다며,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학교 폭력은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영수 중심으로 쏠린 학교 교육 현실에서 인권·젠더 교육 등의 민주시민 교육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혐오나 차별적인 발언들이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다. 교실 안에서 어쩌면 우리들의 아이들은 배제와 차별을 배우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에 화가 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물려줘서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30년 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유서를 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의 사건이 계기가 돼, 교육이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학부모들이 모여 결성됐다고 한다.

"지금도 수능 보는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에요. 그렇다면 30년 전하고 지금과 뭐가 달라졌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교육의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점수로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상상하고 꿈을 꾸는 법 대신, 현재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술만을 생존 방식처럼 배울지도 모른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이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이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이윤경 제공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다 다르다. 그런데 오늘날도 한국의 교육 정책은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지 않고, 자꾸만 평가하기 위한 방법을 만들고 아이들을 줄세우려 한다. 그 예가 바로 '기초학력 보장방안'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 말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9월 초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표준화된 평가지로 진단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옛날 일제고사랑 다를 바가 없다"며 "과거 일제고사가 주는 폐해가 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 일제히 같은 시험을 보면, 어느 반이 제일 잘했고, 제일 못했다는 것이 나올 테고, 같은 반 내에서도 1등부터 25등 식으로 걸러지는 거잖아요. 그렇게 초3학년, 중 1만 보면 되지 않냐고 이야기하지만 그러는 순간 초1,2학년때부터 학습지를 풀고 학원을 가야 해요."

우리 아이들을 성적 순으로 나열하게 되고, 부진아라는 낙인을 씌우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초학력을 평가받는 학년 이외에 다른 학년에도 영향을 미치고, 수업도 이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핀란드는 한 교실에 선생님이 3명(담임선생님, 학습도우미 선생님, 특수교육 선생님)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초1,2학년 만이라도 한 교실에 2명씩 들어가셨으면 좋겠다"면서, 교사 수급 문제와 학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해결 방법으로 1교실 2교사제를 제안했다.

"절대 실수해서는 안 돼. 실수=실패", 그는 지금의 교육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교육, 결국엔 내 옆의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 수 있는 교육이 돼버린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내신이나 수능이 절대평가만 되어도, 아이들이 '경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방식으로 함께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희 아이가 몇 점 이상이면 통과되는 자격증 시험을 보는데, 친구들끼리 스터디해요. 필기한 거 보여주고 서로 알려주고. 그게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한 명이라도 더 나랑 똑같이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니까."

그는 2025년 전면 확대되는 고교 학점제는 '절대평가'가 되지 않으면 절대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 과목의 폭을 넓히고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를 졸업후 진로와 취지를 담고 있는 정책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관련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상대평가시스템에서는 1~9등급까지 필요 인원이 차지 않으면 과목이 개설되지 않을 거예요. 또, 내신을 잘 딸 수 있는 곳으로 몰릴 것이고, 수능하고 관련 없는 과목은 아예 개설조차 안 될 거예요."

지난달 28일 교육부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전형을 40%까지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이같은 발표 이후, 그는 '좌절 모드' 상태다.

그는 현재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2015 교육과정이 과정 중심의 교육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미 고교학점제도 연구학교, 선도학교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어떻게 10년 간의 노력을 다 한 번에 엎어버리는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이 철학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왜 교육이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공장에서 사람 찍어내듯이 선발에만 방점을 찍으니까 결국에는 선발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학력고사 세대가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고 그러잖아요?
그건 지금의 수능을 몰라서 그래요."

"수능은 수업을 들어도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나와요. '킬러 문제'들이 있어요. 소위 1타 강사, 스타강사한테 배워야지만 풀 수 있는, 스킬을 알아야지만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나와요. 그래서 수능은 한 번 푼 학생보다 두 세 번 풀어 본 학생들이 유리해요."

그는 수능 비율이 확대되면 공교육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OO지역 같은 경우에는 고삼 교실에 가보면 1학기 때부터 학생들이 학교를 잘 안 와요. 진단서 끊어다가 병결 처리해가면서 학원에서 공부하는 거예요." 그는 특정 지역의 재수생과 학업 중단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동안 아이의 학교 생활을 봤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큰 아들은 혁신학교 졸업생이다.

"학종이 전부 다 비리와 불공정의 금수저 전형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저희 아이가 다닌 혁신학교가 급식비 지원받는 학생이 50%인 학교에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네에요. 만일 정시로만 가라고 하면 대학 거의 못 갈 거예요. 수시, 학종 등 다양한 전형으로 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열심히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가는 거죠."

"학생한테 교육정책을 물어본 적은 한 번도 없지 않나요?"

이윤경 씨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청소년연대단체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만 18세 선거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들은 미성숙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태어난 지금의 청소년들은 정보의 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만 18세 선거권이 통과되면 청소년 중에서 64만 명 정도가 투표권을 가지게 돼요.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청소년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들으려고 할 거 아니에요? 교육감 선거는 그것보다 낮춰서 만 16세까지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어른들도 본인 자녀들의 논리를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걸요."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인데, 아이들은 실험 대상이 아니거든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백년 후까지의 큰 계획)'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지금 중3, 고1, 고2 입시 제도가 다 다달라요. 이런 교육이 어디 있어요? 어떤 나라가 이렇게 합니까? 아이들이 무슨 실험실 쥐처럼 테스트 받다가 졸업해버리는 거예요.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실험대상으로 전략해야 할까요? 우리 세대가 우리 학생들에게 미안해 해야 해요. 더 미안해 해야 하는건, 그 아이들의 자녀에게까지도 이런 사회를 물려줄 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아이들은 기성세대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당신들은 계속 교육의 미래를 얘기하지만 그게 우리에겐 현재라고.'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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