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신남호 교육칼럼] 일반고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우리는 교육에 대해 생각할 때면 종종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는다. 첫째, 한국에서는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이 왜 나오지 않는가? 이는 학문분야에서의 노벨상이 왜 단 1명도 없는가 하는 의문과 성격상 같다. 1883년 함경남도 원산에 원산학사가 설립되어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후 올해로 136년이 지났는데 우리에게는 학문분야 노벨상이 단 1명도 없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스웨덴의 16세 소녀 툰베리와 같은 환경운동가가 왜 배출되지 않는가? 물론 우리에게도 다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 없지는 않다. 예능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BTS(방탄소년단), 그리고 작고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BTS는 우리의 공교육 밖에서 성장했으며, 백남준은 한국을 떠나 일본, 독일 그리고 미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그 창의성을 배양했다.

우리교육의 최대의 약점, 교육경쟁력! 이것이 문제다. 일단 학교교육의 경쟁력 즉 교육력은 '수월성 교육'과 '형평성 교육'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교육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교과성적 및 특기를 심화시키는 교육과 함께, 교과성적과 무관하게 학급을 구성하여 목공수업 등 서로 어울리며 도와주는 배움의 장이 폭넓게 마련되어야 한다.

일반고 살리기를 위한 3가지 열쇠
일반고 살리기를 위한 3가지 열쇠ⓒ필자 제공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교육과정 내부를 개선하는 것이 제1의 열쇠라고 한다면, 제2의 열쇠는? 최근 유은혜 교육장관이2028학년도부터 대입시험을 논술로 치를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것이 정착된다면 학교교육이 많이 변할 것이다. 논술과 같이 긴 글을 쓰려면 소재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독서, 토론, 발표수업을 살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상위권 대학을 나와야만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금의 환경이 지속된다면 그 상위권 대학으로 향한 입시경쟁, 시험위주의 학습환경에서 벗어날 수가 없지 않겠는가? 여기서 토론-발표수업, 독서는 살아날 수가 없다. 토론수업을 하려고 해도 학생들이 먼저 교과진도 나가자고 재촉할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서열화를 깨는 것이 선결조건이며 이것이 일반고를 살리는 제2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내일 모레면 수능 모의고사가, 1년 후면 대학과 인생이 달라지는 수능이 기다리고 있는데 '고구려 중심의 역사관과 신라 중심의 역사관을 비교하시오' 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일 여유가 있겠는가? 긴장감의 연속인 입시환경에서 일반고 정상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수능을 강화하는 최근의 정부방침이 교육의 정상화에 배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양극화 즉 극과 극으로 서열화되면 사회전반에 불안이 조성되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감이 감돈다. 위기감은 성적경쟁에 기름을 붓는다. 상위계층은 계층이 하락할까봐 불안하고 중하위계층은 차별 속에 남아있을까봐 불안하다. 영화 '기생충'은 우리에게 계층차별이 잠재의식 속에서 적개심을 키우고 이것이 우발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력별 임금격차
학력별 임금격차ⓒ2018 OECD 교육지표 영문판

2018년에 간행한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학력별 임금격차가 조사대상 38개 국가 중에서 초등 및 중졸자가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는 비율이 15~18%다. 즉 슬로베니아, 룩셈부르크와 함께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OECD 평균은 약 27%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한국의 학력차별 해소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평균이상의 임금을 받는 비율이 고졸자가 약 38%, 대졸자는 약 69%다. 중졸자의 임금이 평균을 웃도는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뉴질랜드다(Education at a Glance 2018, 91쪽. 한글어판은 111쪽).

비정규직이 되면 4대 보험도 기대할 수 없어 생명의 위기를 느낄 것이며, 한국에서는 대학 그것도 서열상 상위권의 이름있는 대학을 나와야 그나마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과연 '지구환경을 살리는 방법을 강구하시오'라는 주제를 놓고 한가롭게 조별 토론을 벌일 수 있을까?

시험점수 1~2점에 초조해하는 입시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 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하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물론 툰베리와 같은 인재가 배출되는 것은 우연에 맡겨진다. 지금껏 계속 그랬다. 이 때문에 사회 양극화 해소가 일반고 살리는 제3의 열쇠라 할 수 있다.

하향 평준화의 우려

2019.11.14일자 TBS 교통방송에 소개된 리얼미터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사회 일각에는 다시금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성적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김주아(한국교육개발원)•임현정(단국대학교)의 연구를 보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자사고 등장 이전인 2009년과 자사고 등장 이후인 2012년의 일반고 150개를 집중 분석한 결과 국어 평균은 다소 떨어지고(49.70→49.11) 표준편차가 커졌다(15.58→16.61). 수학의 경우도 평균이 다소 떨어지고(49.21→49.04) 편차는 오히려 줄었다(20.06→19.08). (일반고 교육여건 변화분석과 교육력 제고 요인 탐색:고교 다양화 전후의 비교, 교육학연구, 2016).

교과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자사고•특목고로 빠져나간 일반고는 성적이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학의 성적편차가 줄어든 것은 수학을 일찌기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고교서열화(고교 다양화 정책)를 거꾸로 돌려 평준화 상태로 하면 전체적으로 성적이 향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성적으로만 학급을 편성할 경우 교과성적간 편차가 커서 교과우수생들이 깊이있게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심화학습 과정 예컨대 '대학교 학점 선이수제'와 같은 AP(advanced placement), IB(international baccalaureat 국제바칼로레아)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 심화과정이 잘 개설되어야 자사고•특목고에 대한 수요 나아가 조기유학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 환경에서 제2의 아인슈타인의 출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

일반고 살리는 주요 해법으로 흔히 고교학점제를 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부 발표와 달리 고교학점제는 실제로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교과목들을 다수의 심화과정으로 '쪼개어' 개설하고 여기에 필요한 교사진, 강의실, 실습기자재 등의 시설과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미국 LA의 시립대학 LACC(Los Angeles City College)에 들러 영어수업 상황을 보니 듣기, 말하기, 쓰기의 3파트로 나누고 이를 다시 상중하반으로 세분화했다. 그리고 이것이 주야간 나뉜다. 그렇다면 9개 클라스를 주야로 해서 18개 클라스가 운영된다. 우리가 이에 못미치더라도 영어회화, 독해, 작문의 3 파트로 나누고 다시 상하반으로 조직한다고 해도 12개 클라스가 된다. 영어수업 하나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벌써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학점제하에서 성적 F학점을 받은 성적 미달학생들에 대한 대책, 교사별 평가 및 절대평가에 따른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대책, 논술 등 글쓰기 채점, 실험 실습 및 탐방학습이 활성화되는데 따른 보조인력과 예산의 확보, 대학입시와의 연계 대책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 상당한 준비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현재 상당수 현장교사들이 고교학점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렇게 제안한다. '학생들의 진로에 가장 중요한 핵심교과목, 대학선이수과목 등에만 고교학점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과목을 질 관리하는 것은 좋지만 학교나 교사에 따라 어려움이 초래되므로 (제한적인 과목에 한해) 학점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전면 도입했다가 실패한 (기존) 단위제나 졸업정원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점진적으로 적은 수의 과목부터, 자격을 갖춘 교사가 있는 학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교 학점제 도입의 문제와 과제,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018).

일반고 내부혁신

여기서 제2, 제3의 열쇠는 지면상 필요성만 강조하고 제1의 열쇠에 해당하는 학교내부 개혁을 다루기로 한다. 그 예로 6여년 전 학교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카네기 재단 대표 안토니 S. 브릭에 의해 주도된 시카고 학교연구협력단의 활동이 그것이다.

참고로 브릭은 2010년에 '교육력 개선을 위한 학교운영:시카고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책을 썼다(2013.10.14일자 워싱턴포스트. 기사제목:Five key features of effective schools).

이 프로젝트에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시카고 지역 400여개의 초등학교를 탐구했고 학교운영자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하는 원리로서 다음 다섯 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수업안내가 일관성있고 체계적이다. 이에 따라 커리큘럼, 학생 수업자료, 평가에 대해 참여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논의와 협조가 잘 이뤄진다

예컨대 일부 학생들이 로봇에 관심이 많다면 그 학생들을 모아 과학수업을 통해 로봇의 원리를 소개하고, 다시 남다른 특기가 있는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배울 과정을 안내하는 것이다. 즉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거나 위탁교육을 통해 더 심도있게 배우고 학점을 받아올 수 있도록 개방한다.

이 때 교내 교과목과 수업일수에서 대폭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국영수 등 많은 교과목을 모두 잘 해야 하는 교과위주의 환경이 우리교육의 오랜 병폐이기 때문이다. 기존 교과서의 내용도 대폭 줄이고 교과서 없이도 수업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교과서에 담긴 정보적 지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지 않은가?

여기서 객관식 선다형 시험은 금물이다. 대신 발표, 토론, 글쓰기 등으로 평가하고 절대평가, 교사별평가로 하면서 교사가 관찰결과를 간략히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홍후조 교수도 언급했듯이 대학이나 기업의 선발을 위한 자료가 되도록 느슨하게 상대평가를 가미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입시를 전면 논술로 할 경우 고교 학생부의 내신과 비교과활동의 반영비율은 적을수록 좋고, 학생의 잠재력을 알려주는 내용만 참고하는 정도가 좋을 것이다.

아래의 성적표(프랑스 인문계 고교의 문과반 고3 한 학기)는 이전 글에서 한번 인용했던 것인데 일반고 살리기를 위한 시험평가와 관련하여 다시금 살핀다. 홍세화 현 장발장 은행 이사장이 1997년경 전교조 인천지부 13주년 기념강연때 자료로 쓴 것으로서 홍 이사장 자녀의 성적표다.

프랑스 인문계 고교 성적표
프랑스 인문계 고교 성적표ⓒ필자 제공

필자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성적표를 수정했다. 내용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 쉬운 석차와 등급이 없다. 그리고 교과담당 교사가 관찰결과로서 학생의 장단점을 가감없이 그리고 간략하게 기록한다. 교장도 학생들의 성적에 싸인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학교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과 함께 교장도 그만큼 학생들의 학업과정을 주의깊게 살핀다는 것, 아울러 교장이 학교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교과지도에 힘을 보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전문성을 향상시키는데 거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 교사들이 교실수업을 동료와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늘 개방하는 것은 물론 교사들의 수업을 지원하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교과별 모임에서 의무적으로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해마다 '연구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공개한다. 하지만 수업진도를 흩트리면서 '보여주기'식의 수업에 그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이런 수업을 꺼려한다. 게다가 교사들의 업무와 수업부담이 많아 연구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전문적이고 민주적인 의견교환을 위해 교장도 보통 주당 10시간 정도 전공별 수업을 하면서 교사들의 애로점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줘야 한다.

현재 수시 입학과 수능시험이 끝나고 치르는 고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시험이다. 그래서 '찍고 잠자는 시험'이 된 지 오래다. 아이들은 OMR 카드에 내리 1자로 긋거나 다이아몬드 형태로 긋는 등 장난하며 학교의 비현실적인 제도에 응답한다.

이 때 교사들의 논의를 거쳐 기존 필답고사로서의 기말고사 대신에 학생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체험이나 실험을 하고 이를 보고서로 대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예컨대 소방서, 증권시장, 재래시장 등에서 일하고 그 결과를 회사 사장으로부터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교장들은 바로 이런 내용과 관련하여 규정을 고치도록 국가에 건의하고 여의치 않으면 집회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기사:2019.11.25일자 경향신문)

셋째, 학생들의 배움을 중심으로 학부모-지역사회-학교가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협력한다. 예컨대 학생들이 마을에서 생활용품 재활용 벼룩시장 운영하는 것, 농사철에 자매결연을 맺은 농촌에 가서 모내기에 참여하기 등 삶과 연결된 학습을 할 때 지역신문에서 이 활동들을 소개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역신문은 충북의 옥천신문을 비롯한 극소수 언론을 제외하고는 지역 관청의 기관지 형태로 전락한 상태다.

넷째, 좀더 현실적으로 학생중심의 수업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즉 아이들이 직면하는 환경과 경험을 파악하고 이에 응답하는 정도가 좋다.

일례로 교실에서 수업에 흥미가 없고 대신 소품 만들기, 수예, 자수 등에 관심이 많다. 그러면 고교 1학기 혹은 1년을 마치고도 직업계 교육기관에 원활하게 직업 위탁교육을 보낼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고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쉽은 교사, 학부모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데 모아진다. 그래서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책무성을 전반적으로 공유하게 한다. 이는 위의 세번째 내용과 성격을 같이한다.

일례로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가 줄어들면서 세대간 이해의 폭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1~2주 정도 부모의 직장체험을 하는 것 또한 의미가 깊다. 이는 세대 간 단절된 대화를 되살리면서 인성교육에도 긍정의 효과를 낼 것이며 자녀는 그 경험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인성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전국의 초중고에서 교육과정 속에 이런 프로그램을 넣고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학교경쟁력의 원리는 우리의 혁신학교 운영원리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며, 실천을 위해 학교 안팎의 환경을 얼마나 지속적이고 일관성있게 만들어가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시카고 학교연구 콘소시엄의 연구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학교교육력을 높이는 핵심적인 원리로 재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ACT 대입자격시험 주관사의 자회사인 '국가 교육성취 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al Achievement)'에서 저소득층 자녀들의 비율이 높은 5개 주의 26개 공립학교에 연구진들을 파견하여 3년간 연구한 결과도 거의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신남호 교육평론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