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신청자에 대한 강제퇴거 명령을 남발하다가 법원으로부터 저지당했다. 난민법상 강제송환할 수 없는 난민신청자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리고 외국인보호소에 장기간 감금시켜 사실상 ‘강제송환’하던 출입국의 행태에 사법적 통제가 가해진 것이다
인천지법 장성훈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난민신청자 A(여) 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이하 출입국)을 상대로 낸 강제퇴거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국내에서 난민 심사를 신청한 A 씨는 지난 3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유흥업소를 방문했다가 불법 취업했다는 오해를 받고 경찰에 붙잡혔다.
A 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출입국은 ‘불법체류자로서 도주 우려가 크다’라는 이유로 긴급 보호를 한 다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강제퇴거 명령과 구금(보호) 명령을 내렸다. A 씨는 그대로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이에 출입국이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충분한 조사도 없이 강제퇴거·구금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A 씨는 불법체류자가 아니다. 그는 외국인 등록을 했고, 체류 기간 만료일 이전에 연장 허가를 받았다. 불법체류자로 도주 우려가 크다는 첫 판단부터 잘못됐다.
출입국은 A 씨가 난민신청자 취업제한 업종 중 하나인 유흥업소에 취업했기 때문에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A 씨의 행위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 ▲경제 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한 염려가 있다 등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A 씨의 불법 취업이 인정되더라도 A 씨는 강제퇴거 명령 대상이 아니다.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자는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석방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지난 8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평소 질환을 갖고 있던 A 씨는 감옥보다 열악한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구금 생활을 하면서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A 씨의 구금으로 미성년자 조카의 양육 문제도 발생했다. 단둘이 살다가 A 씨가 잡혀가자 조카는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밥도 먹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출입국 행정권 무제한 아니다”
“의무위반과 제재 처분 비례해야”
법원은 A 씨에 대한 구금 명령이 부당하다고 봤다. 지난 7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A 씨는 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또 법원은 출입국이 과도한 처분을 내려 행정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장 부장판사는 “출입국은 강제퇴거 명령 재량권을 가지고 있으나, 무제한 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의무위반을 이유로 제재 처분한 경우 제재와 위반 내용이 비례해야 하며, 제재가 과중하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해 위법이다”라고 전제했다.
장 부장판사는 A 씨가 불법 취업했다고 보면서도, ▲다른 지역에 사는 A 씨가 그날 해당 유흥업소에 도착한 점 ▲집으로 돌아갈 차편을 예약한 점 ▲조카를 홀로 키우며 건강 상태가 안 좋은 A 씨에게 취업 의사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의무위반 내용이 가볍다고 판단했다.
이에 장 부장판사는 범칙금, 출국 권고 등 가벼운 처분으로도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난민 인정 절차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A 씨가 송환될 수 있을 때까지 장기간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무위반 내용에 비해 과중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입국이 강제퇴거 명령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실질적인 구금에 해당하는 보호 명령을 수반할 수 있는 강제퇴거 명령보다 가벼운 다른 처분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A 씨 측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정말 오랜만에 출입국의 행정 권력 남용에 제재를 가하는 판결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출입국은 사소한 이유로 난민신청자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시켜 왔다. 김 변호사는 “‘사회 이익에 반한다’, ‘경제 질서를 해친다’ 등 (입국 금지) 사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최근 출입국은 (입국 금지) 사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강제퇴거 명령을 기계적으로 남발하는 등 과도하게 권한을 남용하고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강제퇴거 명령은 사실상 강제송환과 다름없었다. 김 변호사는 “출입국은 난민신청자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려 구금시키는 것은 강제송환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신청자들이)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출국을 선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출입국 행정권 남용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매우 소극적인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출입국의 재량권이 무제한 적인 것이 아니며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 난민신청자의 강제송환이 금지되므로 장기간 구금을 수반하는 강제퇴거 명령은 사안에 비해 과도하다는 점을 확인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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