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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정의 농업수다] 2019년 농업정책에 농민은 없었다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여성농민들이 농산물 가격폭락 WTO 개도국지위 포기 위기에 빠진  농업 농민을 당장 하라 기자회견에서 포퍼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25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여성농민들이 농산물 가격폭락 WTO 개도국지위 포기 위기에 빠진 농업 농민을 당장 하라 기자회견에서 포퍼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25ⓒ김철수 기자

농민들에게 2019년은 핍박과 멸시로 얼룩진 한해였다. 한국농업을 포기한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농산물 가격은 작년 겨울부터 연쇄 폭락했다. 농산물 생산 통계수치는 엉망이었고 농식품부 장관마저 공석인 상황 속에서 수확기 수급안정 대책은 골든타임을 잃었다.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는 쌀 관세화 협상을 진행했다. 농민단체는 국별쿼터 부활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별쿼터란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쌀 가운데 일정 물량을 특정 국가에 배정하는 것이다. 2015년 쌀 관세화 개방을 하며 국별쿼터 배정 의무가 이미 사라졌으나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굴복해 밥쌀용 쌀 수입마저 약속하고 말았다.

2월엔 ‘농업계 4대강 사업’이라고 비난 받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 밸리 2차 공모가 진행됐다. 스마트 팜 혁신 밸리 사업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토목사업이며, 소수농민 특혜 사업이며, 농산물값 안정 포기사업이다.

농민수당은 또 어떠한가. 농민단체는 대통령이 농민수당 도입을 결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농민들은 직접 농민수당법을 만들어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고 있으며 정부는 소농직불제가 농민수당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진행된 농민수당 주민조례청구 서명운동에 국민 18만여 명이 참여했다. 지금도 정부는 농민수당에 대한 전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외면하고 있다.

9월엔 국가예산 대비 농업예산을 3% 이하로 떨어트리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역대 정권 최초로 농업예산을 3% 이하로 떨어트리는 예산 폭거이며 이는 현 정부가 농업을 살릴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농민의길과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32개 농민 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농민들이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발표에 항의시위에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9.10.25
농민의길과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32개 농민 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농민들이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발표에 항의시위에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9.10.25ⓒ김철수 기자

10월, 농민들은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만은 절대 안 된다며 절규했다. 그러나 결국 문재인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국익은 통상주권을 지켜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WTO 개도국 지위는 자기선언방식으로, 협상이나 검증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에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말할 의무가 없고 미국은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할 권리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강도적 요구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해 버렸다.

11월,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상정했다. 쌀값안정 대책 없는 변동직불제 폐지는 쌀값 안정의 마지막 안전판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농민들은 반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직불제 개편안은 포장지만 바꾼 기존 직불제의 재탕, 삼탕에 불과하며 변동직불제 폐지로 쌀값에서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제거해 쌀값을 무장해제 시키는 위험천만한 정책이다. 더욱이 쌀 소득보전직불제 전부개정안(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대표발의)에 휴경명령제를 넣어 농민에게 경작권과 작물선택권을 빼앗는 반헌법적 시도까지 하고 있다. 휴경명령제는 전무후무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소조항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격리제까지 무력화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12월, 직불제 개편 예산안은 2조 4천억 원으로 통과됐다. 이는 당초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가 제출한 3조 원은 고사하고 최근 3년간 직불제에 투여된 예산보다 적은 액수다.

2019 농업정책에 농민은 없었다. 정부는 미국에 굴종하며 농민을 버렸다. 방위비분담금은 6배 인상할 재간이 있어도 농민수당을 도입할 예산은 없다. WTO 개도국 지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관세율 513%를 지킨다며 미국산 쌀 수입을 약속하는 정부는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다. 대북 인도적 지원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망설이는 정부에게 기대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농민들은 3월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4월, 5월, 7월, 9월, 11월 민중대회까지 농사일을 뒤로 하고 아스팔트 위에 섰다. 촛불 정부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농민들의 인내심도 한계를 넘어섰다.

홍수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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