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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레코드판부터 CD까지’ 올드미디어 축제 ‘레트롤링’ -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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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 우리는 무엇을 보거나 듣기 위해선 ‘돌려야’ 했다.

VHS(비디오)테이프도 내부의 자기테이프가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영상을 보여주었으며, 카세트테이프도 돌아가며 노래를 들려줬다. 지금은 데이터 저장을 뜻하는 아이콘으로만 남은 ‘플로피디스크’도 내부의 자기필름을 돌려가며 정보를 기록했다.

CD, DVD 등 광매체까지 ‘돌아가는’ 매체였으나 이제는 아예 콘텐츠가 저장된 매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바로 보고 들을 수 있게 됐다. 이같이 매체를 ‘돌렸던’ 흔적은 PC나 스마트폰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아이콘으로 ‘로딩 중’을 표시하는 정도로 남은 듯하다.

당시의 미디어 매체를 사용하는 것도 번거롭다.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기 위해선 일단 그에 맞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만약 자기테이프나 헤드 부분이 손상됐다면 클리너를 통해 닦아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여러 과정을 거쳐 재생된 영상은 자글자글한 저화질의 영상이지만, 지금의 고화질 영상과는 다른 감성이 있다. 눈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그 시절의 봤던 ‘우뢰매’가 그랬고, ‘슈퍼 홍길동’이 그랬다.

뭐든지 돌려야만 했던 그 시절의 올드미디어와 ‘우뢰매’, ‘태권V’를 만날 수 있는 행사가 매달 명동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1일 명동 ‘재미로’에서 5회째 열리는 올드미디어 플리마켓(벼룩시장) ‘레트롤링’이다. ‘레트롤링’을 기획한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를 만나 ‘옛날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남산동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2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남산동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2ⓒ김철수 기자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LP 다 돌아가잖아요. 그래서 레트롤링이죠”

지난 8월 처음으로 열린 ‘레트롤링’은 매달 넷째주 토요일마다 명동 재미로에 위치한 ‘재미랑’ 2호점과 6호점(카페 페나비)에서 진행된다. 이번달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주 앞당겨 진행된다.

‘레트롤링’에서는 카세트테이프, LP 등 올드미디어를 비롯해 ‘우뢰매’, ‘태권V’ 등 올드토이와 예전 8비트, 16비트 레트로 게임까지 각종 레트로 소장품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진행된다. 또 ‘우뢰매’, ‘슈퍼 홍길동’ 같은 추억의 만화영화 상영과 레트로 게임으로 경쟁하는 게임대회 등 즐길 프로그램도 함께 열린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올드미디어를 두고 불꽃 튀는 경매도 이뤄진다.

행사를 기획한 강신혁 대표 스스로도 올드토이 콜렉터다. 그동안 키덜트 붐이 불면서 관련 행사도 기획하고, 참여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레트로 문화를 함께 나룰 자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원래는 장난감 플리마켓 행사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예전 장난감이랑 예전 미디어에 더 관심이 가다보니까 이런 행사를 해보고 싶어서 마음 맞는 분들이랑 옛날 미디어와 관련된 행사를 해보자고 밀어붙여봤죠.”

마음이 맞는 ‘동지’들과 행사를 기획하다 올드미디어에 어울리는 ‘레트롤링’이란 이름도 나왔다.

“미디어 관련된 걸 해보자고 이야기하다가 이름도 갑자기 나왔어요.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CD, LP같이 옛날 미디어들은 공통점이 돌아가는 거잖아요. 레트로 붐은 돌고 돈다는 의미도 있고 그래서 ‘레트롤링’이라고 하면 재밌겠다고 이름붙인 거죠.”

오는 21일 열리는 레트롤링
오는 21일 열리는 레트롤링ⓒ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

‘레트롤링’이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면서 플리마켓에는 올드미디어, 올드토이, 레트로게임 뿐 아니라 예전 문방구에서 볼 수 있던 문구류까지 점점 희귀한 물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또 이전부터 레트로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덕후’들에게는 ‘만남의 광장’이 되기도 한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레트로게임 관련 플리마켓도 있고, 거기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서 많이 참여하지 않는 걸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구요. 레트로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이런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취미를 나누기 위해 열린 행사지만 기부를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경매나 플리마켓에서 얻은 수익 일부를 지역의 취약계층 아동을 돕는 데 기부된다. 크리스마스에는 기부금으로 장난감을 선물하는 ‘산타’가 된다.

“플리마켓에 참가하는 셀러분들이나 물건 사는 분들이 일부를 기부해주세요. 그걸 모아서 명동주민센터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사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적자를 보기도 하는데 그런 보람이라도 있어야죠.(웃음)”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남산동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2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남산동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2ⓒ김철수 기자

“레트로요? 딱히 설명할 순 없는데 그냥 좋아요”

애니메이터가 본업인 강신혁 대표도 옛날 비디오테이프와 올드토이, 레트로게임을 수집하는 콜렉터다. 그가 운영하는 ‘재미랑 2호’에 한편에는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우뢰매 프라모델과 관련 굿즈가 전시돼 있다.

밖에 전시한 것 외에도 사무실 공간 대부분을 그가 모은 콜렉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신혁 대표는 그렇게 모은 옛날 장난감들을 직접 뜯어 조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모든 콜랙션은 결핍의 표현이라고 했다. 대학시절부터 청계천과 문방구를 뒤지며 올드토이와 올드미디어를 모아온 강신혁 대표에게도 콜렉팅을 시작한 계기도 결핍이었다.

“제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모님이 ‘이제는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가 아니다’면서 압박을 주셨거든요. 그러다 결국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그동안 모은 걸 싹 버리렸더라구요. 어느날 갑자기 완전히 끊기니까 꾹꾹 눌러담고 있다가 대학 가서 미친 듯이 모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문방구랑 청계천을 막 뒤지면서 모았죠.(웃음)”

'재미랑2호'에 전시된 우뢰매
'재미랑2호'에 전시된 우뢰매ⓒ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

오랜 기간 레트로를 쫓았던 그에게 레트로 문화의 매력을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는 강신혁 대표에게서 “그냥 좋다”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장난감이 훨씬 좋게 나오는데 볼품없는 옛날 장난감을 왜 사냐구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요. 저도 사실은 요즘 것도 사요.(웃음) 그런데 둘은 다른 거에요. 옛날 장난감이 무슨 매력이냐고 물으면 딱히 설명을 못하겠어요. 저런 투박한 게 왠지 정감이 가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도 사실 요즘 게 더 재밌죠. 근데 비디오테이프를 틀었을 때 지글거리는 음성과 좋지 않은 화질의 영상에서 나오는 어색한 옛날 말투의 성우 더빙이 재밌고 좋아요.”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이 화제를 모으고, 새로운 물건에도 레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레트로 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레트로 감성을 쫓아왔던 강신혁 대표에게는 특별한 일만은 아니다.

“옛날부터 인기가 있었던 컨텐츠는 매력이 있는 컨텐츠라는 거죠. 시대가 지나가도 누구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컨텐츠라서 그 시대도, 지금도 사람들이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영화에서도 40년된 어벤져스 캐릭터들이 나오고, 터미네이터도 다시 만든다잖아요.”

'레트롤링' 플리마켓에 나온 올드 미디어들
'레트롤링' 플리마켓에 나온 올드 미디어들ⓒ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

“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죠...변신합체 로봇”

강신혁 대표는 애니메이터로서도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겠다는 꿈을 계속 진행 중이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로봇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유행이 지났다고 하지만, 트랜드에 맞지 않다고들 하지만 로봇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인기가 있었다는 게 그가 가진 생각이다.

“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장르를 만들고 싶어요. 결국은 그거에요. 변신 합체 로봇. 옛날처럼 박사가 있고, 대원들이 있고, 연구소에 출동하는 컨셉이요. 그걸 이야기하면 옛날 거라고 이야기들해요. 근데 그 당시에 매력있던 컨텐츠는 매력이 있다는 게 증명된 거잖아요. 레트로 문화가 요즘 유행하는 게 그걸 보여주는 거죠.”

‘레트롤링’도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언젠가는 다른 행사와 협업으로 큰 규모로 개최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행사할 때마다 힘들긴 한데 할 때는 재밌어요. 그냥 일만 하면 되게 팍팍할 거 같은데 한달에 한 번씩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좋죠. 또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는 것도 재미있구요. 적어도 2년은 정기적으로 끌고 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꼭 명동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열려도 환영받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남산동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2
강신혁 코니메이션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남산동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2ⓒ김철수 기자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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