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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낯뜨거운 자유한국당의 ‘비례한국당’ 구상

연동형 선거법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이 이른바 ‘비례한국당’ 구상을 내놨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상정된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확인했다.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황당하다 못해 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뜨겁게 한다. 애초 연동형 선거법은 다양한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제안됐다. 현재의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는 승자에게만 의석을 허용할 뿐 낙선자에게 주어진 표는 모두 무시된다. 그 결과 거대 양당이 창출되지만 이는 국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소선구제의 혜택을 크게 입어 온 정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122석의 당선자를 냈지만 당의 정책과 노선을 지지하는 국민은 그에 못 미쳤다. 이미 자신의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정은 민주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연동형 선거법이 도입되면 부족하나마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도 국회 의석에 반영될 수 있게 된다. 대신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얻은 거대 정당이 비례후보들을 당선시키기 힘들어진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거대 양당은 이미 자신의 지지율에 비해 넘치는 의석 수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여전한 승자독식의 지역구 선거 방식이며, 50%에 불과한 연동률과 30석의 상한선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에게 주어진 의석을 강제로 빼앗겠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시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정치방식이다. 실무적 문제도 상당하다. 당장 중앙선관위는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의 선거를 도우려면 스스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연동이 적용되지 않는 17석의 비례의석을 포기해야 한다.

보수적 견해를 갖고도 자유한국당의 정치를 지지할 수 없는 유권자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들을 대변할 대안적 보수 정당이 출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은 그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몇 석의 의석을 더 갖겠다는 욕심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낸다면 한국 보수진영은 자신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이는 길게 보아 자유한국당 스스로에게도 손해가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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