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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9년 한국대중음악 돌아보기
백예린
백예린ⓒJYP엔터테인먼트

2019년 한국대중음악계를 정리해보자. 날마다 수십장의 새 음악이 등장하고, 한반도 밖에서도 한국 대중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수두룩한 오늘, 한국대중음악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다. 넓이는 깊이를 담보한다. 장르의 넒이, 세대의 넓이, 젠더의 넓이, 사운드의 넓이, 공간의 넓이는 소리와 메시지와 태도의 차이와 깊이를 창출한다. 이제 한국대중음악에 없는 음악은 없다.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쾌락에 무기력과 혼돈까지 포착한 음악은 모든 세대와 젠더와 계급이 모든 세대와 젠더와 계급을 담당한다.

그러나 오늘 한국 대중음악은 현실을 충실히 기록했는지, 기록하며 질문했는지, 질문하며 답을 찾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각각 존재하는 각자의 현실 말고, 하루에 세 명 이상의 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는 현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이 소멸하는 현실, 여성들이 죽고 맞고 좌절하는 현실에서 음악은 일상화된 불안과 좌절과 분노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써니 킴, 송영주 ‘Tribute’
써니 킴, 송영주 ‘Tribute’ⓒ유니버설 뮤직

여성뮤지션들이 음반과 말과 퍼포먼스로 내던진 이야기들

그래서 올해는 여성뮤지션들이 음반과 말과 퍼포먼스로 내던진 이야기를 곱씹어야 한다. 지지부진한 세상에서 유독 여성들이 꿋꿋했고, 여성 뮤지션들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림킴이 [GENERASIAN]에서 보여준 파격은 대중음악산업의 중심에 있던 여성뮤지션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얼마나 올바른 이야기를 대안적인 음악언어로 펼쳐놓을 수 있는지 드러낸 사건이다. 아이유의 [Love Poem]과 백예린의 [Our Love Is Great]와 [Every letter I sent you.] 음반은 주류의 젊은 여성 뮤지션에게 독자성과 작품성을 기대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고 말해준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로 노래하며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실은 여성주의의 확장일 뿐 아니라, 예술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도전이다. 예술을 통해 삶의 구원과 변화의 가능성을 찾는 간절하고 의미 있는 행위이다. 그래서 기치의 [온-몸], 버둥의 [잡아라!], 송영주&써니킴의 [Tribute], 카코포니의 [夢(Dream)]을 비롯한 몇 장의 음반은 더 곱씹어 들어야 한다.

9와 숫자들 [서울시 여러분], 김오키의 [스피릿선발대], 레인보우99의 [동두천], 문진오의 [듣지 않는 노래], 서이다, 예람, 오재환, 이형주의 [섬의 노래], 연영석의 [서럽다 꿈같다 우습다]가 중요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이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을 노래하고, 놓쳐버린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가까스로 세상의 실체를 마주할 기회를 얻는다. 알고 있느냐고, 모르냐고, 왜 모르냐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고, 답을 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현실은 유희와 향유, 극복의 대상인 동시에 사유의 대상이어야 한다. 이 음반들은 앞서 언급한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과 함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음반들이다.

하지만 올해 가장 화제가 된 사건들은 따로 있다. 버닝썬 게이트는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이 세상과 한 치도 동떨어져 있지 않은, 세상과 똑같이 여성을 착취하는 세계임을 드러냈다. 설리와 구하라의 죽음이 버닝썬 게이트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범죄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엠넷의 ‘프로듀스X’와 ‘프로듀스 101’의 제작진은 접대를 받고 순위를 조작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사기였음을 까발렸다. 뮤지션들의 꿈은 그들의 리그를 위해 이용당했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 순위 조작 논란은 소셜미디어 중심의 마케팅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 집계/운영 방식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졌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국대중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케이팝 시장

그 와중에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Persona] 음반은 세 번째 빌보드 200 1위와 UK 음반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역시 빌보드 핫 100 8위에 올랐고,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와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는 20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SM의 올스타즈 같은 슈퍼M도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며, 케이팝의 달라진 위상과 변화한 음악 소비 패턴을 동시에 확인시켰다. 블랙핑크도 유튜브 조회수 10억뷰를 기록했다. 갓세븐, 뉴이스트, 드림캐쳐, 러블리즈, 마마무, 모모랜드, 선미, 스트레이 키즈, 아이즈원, 에이오에이, 에이티즈, 엑소, 엔시티 유, 여자아이들, 워너원, 있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를 비롯한 수많은 아이돌이 활동하는 케이팝 시장은 날마다 다른 한국대중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하지만 세대와 젠더와 취향에 따라 한국대중음악의 현재는 동일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송가인이 현재이고, 누군가에게는 양준일과 온라인 탑골공원이 현재이다. 유재석이 유산슬의 이름으로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도 현재이고, 쉽게 구할 수 없는 LP를 사서 듣는 일도 현재이다. 최근의 뉴트로 열풍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나눌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과거는 현재의 일부로 존재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장악한다. 과거는 진지한 성찰의 대상이기보다 놀이의 대상이며,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구성하고 구현하는 방식이다. 대중문화산업에서 과거를 활용하고 동력으로 삼는 모습은 갈수록 일상화된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 음반은 패션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와 함께 뉴트로를 구성한다. 과거를 체험하는 일, 아니 과거를 체험한다고 믿게 만드는 일은 체험이 중요해진 시대 문화산업의 중요한 동력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맨 처음으로 돌아온다. 음악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시장의 크기는 커지며, 국내외 시장을 아우르는 한국대중음악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찾는가. 한국대중음악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는 누구에게 유효한가. 누가 가치를 만들고 누리는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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