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8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인 박문진(59)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된 ‘소금꽃나무와 함께하는 100km 희망도보행진단’이 일주일만인 29일 목적지인 대구 영남대의료원에 도착했다.
지난 23일 부산 호포에서 암 투병 중인 김진숙(59)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홀로 시작한 이번 행진은 거듭되는 영하의 날씨에도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투쟁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시민들까지 모여들어 이날 200여명까지 늘어났다.
행진에 참여한 노동자 조정훈 씨는 “노동존중 사회는 노조파괴 부당행위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명예회복 후 원직 복직 되는 사회다. 70m 고공위에서 이를 외치는 박문진 동지가 얼른 현장에 복직할 수 있도록 연대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면서 "13년의 해고 생활을 정리하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박문진 동지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걸었다”고 말했다.
영남대의료원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은 잠깐의 휴식 시간도 없이 박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곧장 고공 농성장으로 향했다. 농성장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은 수척해진 박 지도위원을 꼭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박 지도위원도 김 지도의원을 꽉 껴안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내 박 지도의원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감정을 추스른 김 지도위원은 박 지도위원을 위해 준비해간 점퍼와 목도리를 전해줬다. 손수 박 지도위원에게 점포를 입혀준 김 지도위원은 “건강하게 내려와 꼭 돌려 줘야 한다”며 농을 건냈다. 하지만 박 지도위원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울먹이며 “알겠다”고 답했다.
반갑게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김 지도위원을 간이의자에 앉힌 박 지도위원은 암 투병 중에도 영남대의료원까지 걸어와 준 김 지도위원의 다리를 주물러 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지도위원도 추운 날씨 건강을 잘 챙길 것을 박 지도위원에게 거듭 당부했다.
김진숙 “박문진 건강히 내려오는 날 이 자리서 웃으며 다시 만나자”
현장에 도착한 행진단은 오후 5시께 고공농성 중인 박문진 지도위원이 올려다보이는 영남대의료원 앞에서 ‘희망도보행진 마지막 날 집회’를 열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집회는 참가자 소개와 영남대의료원 투쟁 경과, 희망도보행진 경과, 몸짓패 선언공연, 박문진 지도위원 발언,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노래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 지도위원은 전화 연결을 통해 “김진숙 지도위원은 사람들을 울리고 감동하게 하고, 길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며 “고통과 절망, 외로움의 끝자락에 가본 사람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대구까지 걸은 100km는 ‘생명의 길’이고 ‘공동체의 길’이고, ‘치유의 길’이고, ‘노동자의 순례길’이 되었다”며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걸어오신 동지들 덕에 외롭지 않았고, 주눅 든 가슴이 펴지면서 다시 투쟁할 수 있는 배짱과 패기를 얻었다. 여러분들이 주신 이 위로와 우정으로 반드시 승리의 꽃을 피우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김진숙 지도위원도 “박문진 지도위원에게 할 말은 딱 하나뿐이다. 지금도 외롭고 힘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여기 있으니, 그걸 힘으로 밥 먹기 싫어도 억지로 밥 먹고, 힘들어도 잘 버티고, 마음 상하지 말고 그렇게 잘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진 참가자들에게도 “박 지도위원이 건강하게 내려오는 날 환한 미소로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김 지도위원과 참가자들 박 지도위원이 들을 수 있도록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이라는 구호를 힘껏 외쳤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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