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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안 된다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를 거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8개월 여 만에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4+1’은 협상을 통해 마련한 수정안을 30일 표결을 통해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표결이 임박하자 여러 방향에서 압력이 들어 온다. 우선 당사자인 검찰은 고위공직자 비위 첩보를 공수처로 우선 보고하게 한 수정안 내용에 반발하고 있다. 현 정권과 관계된 것이면 공수처가 이를 뭉개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우려는 이론상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검찰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과 관계된 사건에서 결코 중립적이거나 엄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똑같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도록 되어 있는 검찰과 공수처가 어느 한 쪽은 중립적이고, 어느 한 쪽은 다를 것이라는 우려는 성립되지 않는다. 비위 첩보를 보고하도록 한 것 역시 당연하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관을 따로 만들면서 이첩의 의무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권은희 수정안’도 나왔다. 권 의원 안은 공수처에 수사권만을 부여하고 기소권은 검찰에 맡겼다.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유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수처의 수사권한을 견제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4+1’ 협의체의 안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이를 수정하면 검사의 범죄에 대해 검찰이 기소권을 갖도록 하는 게 된다. 검찰개혁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발상이다.

공수처법 의결을 무기명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 자신의 결정을 국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치경험에 따라 인사 관련한 사안에서는 무기명 투표를 관례로 하고 있지만 이 법안은 해당이 없다. 무기명 투표를 주장하는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을 의식해 무기명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배신하라는 주장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27일 선거법 표결처럼 물리적 방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동물 국회’를 만들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자극하려는 심사일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 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룩하는 문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공감해 온 과제였다.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와 여기에 영합한 정치인들이 이를 가로막아왔다.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30일 열리는 본회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과거의 역사로 돌리는, 흔들림없는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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