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24일 쌍용자동차 노사가 일방적으로 쌍용차 복직 대기자에게 무기한 휴직 연장 통보를 한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 파기'라고 규탄하며, 정부와 사측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기한 휴직 연장 통보를 받은 46명의 복직 대기자들은, 앞선 사회적 합의를 지키기 위해 오는 1월 6일 평택 쌍용차 공장으로 출근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쌍용자동차 사회적 합의 파기를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이하,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 46명, 복직 유예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쌍용자동차와 마힌드라는 대한민국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라"며 "사회적 합의 파기가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고, 국민과 복직대기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0년 1월 6일, 46명은 반드시 출근해야 한다"며 "출근하지 못한 모든 책임은 마힌드라와 쌍용자동차가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기한 휴직 통보받은 복직 대기자들 고통 토로
"어버이날 해고 통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고 통지"
이날 쌍용차 복직 대기자들은 무기한 휴직 연기 통보를 받은 후 심경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약속을 못 지키는 아빠가 됐어요. 제가 어린 딸이 둘 있는데, 이 애들이 바랐던 바닷가 여행을 올해 못 가게 됐습니다. 멋진 자동차를 만드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됐습니다. 생계를 위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떠돌이가 되기 싫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가족들 옆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김상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24일 오후 4시쯤 복직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제가 아이들하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서 들어오다가 그 문자를 확인했어요. 회사가 참 대단한게, 이런 걸 연구하나봐요. 해고할 때는 어버이날 해고 통지를 하더니, 이번엔 크리스마스 이브에 복직 연기 통지를 하더라고요." (이충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이 씨는 내년 1월 복직을 앞두고, 휴직 기간 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평택으로 이사까지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복직하는 분들이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사도 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다는 것은, 복직 대기자들에게 회사랑 기업노조가 사기를 친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2018년 9월 21일,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쌍용자동차 노동조합(기업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노노사정)는 2009년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에 대해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119명의 해고 노동자 중 60%에 해당하는 71명이 2019년 1월 1일 복직했다.
그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46명은 무급 휴직 상태로 내년 1월 1일 복직 및 부서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회사와 기업노조는 복직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이들의 휴직을 무기한 연장하는 노사합의를 한 후 일방 통보했다.
이에 쌍용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4일 노사합의가 무효이며, 회사는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복직자들을 내년 1월에 복직시키고 전원 부서에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 "사회적 합의, 당사자 의견 배제한 채 파기할 수 없어"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억울하게 쫓겨났고 죽고 싶은 심정으로 견디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참담하다. 우리가 이러려고 버티며 싸워온 것이냐.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소장은 "이 자리에 서니 2012년 평택에서 올라와 이곳에서 쌍용차 노동자들, 밀양 강정 용산 피해자들과 함께 '함께 살자 농성촌'을 꾸렸던 그 때 생각이 난다"며 "2012년 연대했던 마음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공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시민사회, 인권 단체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합의를 만들어 냈다. 이것은 맘대로 노조와 회사가 파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렇게 노사 합의로 파기해버린다면, 대한민국에서 앞으로의 사회적 합의는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질타했다.
정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쌍용차 지부를 배제한 기업노조와 쌍용차 만의 노사합의로 2018년 9월 노노사정 복직 합의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 수 없다"며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노사 간 합의는, 이미 노동자들의 복직이 9월 14일자 합의로 구체화됐기 때문에 철회하거나 다른 노사 합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다수 노조가 소수 노조의 결정과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노동조합법에도 명백히 위반돼 무효"라며 "합의 주체인 정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쌍용자동차의 잘못된 선택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해고자들은 합의 전 저에게 마지막으로 '이번엔 약속이 지켜지겠죠?'하고 물었는데, 제가 손을 잡고 '이번에는 가능하다. 지켜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합의 파기에 대해 "46명을 인질로 한 자구안은 허구"라며 "근본적으로 어디서 비뚤어졌는지 찾아내, 사회적 합의가 파기되는 노사관계를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복직자들 "남은 동지들에게 미안해...사측 자구안에 벌벌 떨고 있다"
올해 1월 1일 일터에 복귀한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울음을 삼켰다.
김 사무국장은 "10년의 시간 동안 싸워오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하며 걱정하는 일이었다. 그 마음은 여전히 크다"라며, "복직한 동지들이 남아있는 동지들한테 미안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공장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유인물을 만들어 공장 안 노동자들에게 '우리와 함께 일해야 될 동료'라고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공장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해고된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합의한 쌍용차노조(상급단체 없는 기업노조)를 방문해 항의집회하고 면담을 요구했다"며 "현재 묵묵부답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사무국장은 "쌍용차가 어렵다고 해서 자구안 만들겠다고, 회사가 기업노조가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자구안에 대해서 동의서를 쓰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동의서를 받아들였던 10년을 고통속에서 살았던 공장의 노동자들이 그 걸 보면서 벌벌 떨고 있다"며 "이래가지고 잘못 하면 짤릴지 아니면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그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도 일방적 무기한 휴직 통보를 받은 이후 "감정을 추스릴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하다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1월 6일, 저를 포함한 46명의 동지들은 공장으로 출근한다"고 밝혔다.
향후 쌍용차지부는 회사가 사회적 합의 파기를 강행하면, 부당 휴직 구제신청, 체불임금 지급 소송 등 합의를 지키기 위한 법적 사회적 차원의 투쟁을 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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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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