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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무 감동 없는 연말 사면

문재인 정부가 신년을 앞두고 집권 이후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5,174명의 사면대상자들에게는 더 없이 기쁜 일이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사면에서 예년과 다른 특별한 정치사회적 의미나 새로운 감동은 좀처럼 찾기 어려워 보인다.

3천명에 달하는 일반 형사범과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를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일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이런류의 사면은 자주 하던 일이었다. 1877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사범에 대한 사면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에 박자를 맞춰준 일이니 대통령의 독자적 권한행사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결국 남은 것은 소수의 정치인들과 시국사범들인데 사면대상에 포함된 정치인은 선거사범이 대부분이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함께 포함된 시국사건도 밀양 송전탑 사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 세월호 투쟁 등에 임하다 고초를 겪은 시민들에 대한 추가 사면 등, 집권 첫해에 했어야 할 늑장사면이거나 이미 하기로 한 일에 대해서 형이 확정되기를 기다린 경우다. 노동계인사는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 한사람만 포함됐다. 무엇하나 촛불정부다운 새로운 시각과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1월부터 법무부가 검토해왔던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에 대한 특별사면’도 이뤄지지 않았다. 설레임과 기대를 한껏 품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크게 안겨줬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의 공작정치와 종북몰이로 7년째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면대상에서 또 배제된 것은 두고두고 비난 받을 일이다. 국내외에서 석방탄원서가 연례행사처럼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도 주요 종단 수장, 시민사회 대표 및 각계 원로 200명의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되어 사면의 명분이 더없이 높아진 조건에서도 이 전 의원이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무 대안도 제시 못 하는 보수세력 눈치보기 말고 무엇으로도 해명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적 정통성이 역대 어느 정부에 비해 높다는 국내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폭압 정권에 맞선 국민적 저항을 통해 당선된 점과 대통령 본인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남다른 시선 때문임이 분명하다. 이런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에도 보수세력 견제를 과감하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무 감동 없는 이번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똑바로 봐야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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