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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자라는 아빠] “여섯 살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좋을까?”

2019년의 마지막 퇴근 후 아내를 만났습니다. 어린이집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어린이집에 함께 온 것이 아이에게 하나의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죠. 우리 셋은 집이 아닌 횟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인 만큼 식사 메뉴는 우리 자신에게 주는 선물의 의미로 무척 신중히 골랐습니다. 아내는 멍게, 아이는 날치 알밥, 나는 회를 주문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밤 불을 끄고 누워 그날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늘 좋았던 일과 속상했던 일, 내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각자 편안하게 말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하루를 매듭짓기 위한 대화입니다. 아이는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지금, 이 순간이 좋아”라는 놀라운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엔, 아침에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내어 속상했고, 앞으로는 화를 안 내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좋았던 것을 말하면 하루가 미소로 끝나고, 속상했던 것을 말하면 마음의 독소가 가습기 수증기처럼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과 기분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보며, 이러한 대화 의식을 시작하길 무척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 안 가고 아빠랑 놀고 싶어”
“오늘은 어린이집에 안 가고 아빠랑 놀고 싶어”ⓒ필자 제공

오늘의 대화 의식은 횟집에 앉아 하루가 아닌 지난 일 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셈입니다. 올해에 기억이 남는 일과 아쉬웠던 일, 내년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우리는 순서 없이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다 1월 1일인 내일부터는 여섯 살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세상에! 벌써 여섯 살이라고? 아이가 또 한 살을 먹다니,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왜 이토록 아쉬울까요. 아이는 분명히 내년에도 올해처럼 빛나는 시간을 보낼 텐데 말입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새해란 당연히 기대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의도를 담아 아이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창 날치 알밥을 먹는 데 집중하고 있는 아이로부터 성실한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습니다.

“수현아, 한 살 더 먹으면 어떤 것이 좋을 것 같아?”

“몰라.”

대답이 너무 단호하여 그만 나는 웃음을 빵 터뜨렸습니다. 질문이 잘못된 것 같아, 다시 물었습니다.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면 좋을까?”

“나무 블록을 잘 쌓게 되면 좋겠어.”

그밖에 원하는 것이 더 있는지 묻자, 아이가 바라는 것은 그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아내에게도 하였습니다. 아이가 그저 튼튼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도 같아”라고 말을 거들었습니다.

기왕 새해 바람을 말하는 김에 작은 욕심을 하나 부리고 싶습니다. 여섯 살이 된 아이의 삶에 즐거운 일이 가득해서 20분마다 깔깔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와 다투어 울거나 속상한 일도 겪겠고, 어린이집에 늦게 찾으러 오는 아빠를 기다리느라 시무룩해지는 저녁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매일 밤의 대화에서 “아빠, 오늘은 속상한 일이 있었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았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멋진 여섯 살이 되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 ‘울면 안 돼’를 듣다가 “슬프면 울 수도 있지, 왜 안 된다는 거야?”라고 따질 정도로 아이 말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기대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새해 바람이 소박한 우리 세 사람은 각자의 입맛대로 음식을 실컷 먹은 후 집으로 향했습니다. 자동차에서 내린 아이가 추위에 살짝 떱니다.

“손 시려?”

“아니 몸 시려.”

“그래, 얼른 집에 가자.”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이를 품에 안아 듭니다. 전보다 확실히 무거워졌습니다. 다섯 살로서의 아이와 하는 마지막 포옹이 되겠군요. 또 괜히 아쉽습니다. 걸음을 재촉하며 아이를 더욱 꽉 껴안습니다.

“여섯 살이 되는 걸 축하해. 우리 내년에도 많이 안자.”

이제 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제야 비로소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끝난 것 같습니다. 오늘 밤엔 아이와 함께 일찍 자야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여러분, 새해엔 아이와의 행복한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더 오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창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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