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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영의 마음산책] 에니어그램으로 본 성격 이야기 : 4유형 개인주의자 - 독특한 존재감이 주는 영광과 상처

조용히 있어도 자신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 멋스러움과 함께 민감하고 섬세하면서 까탈스러움으로 존재감을 발하는 사람들 중에는 4유형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많다. 울림이 있는 말소리에 자기만의 고유하고 적확한 표현을 신중하게 고르고 일상 속에서 좀처럼 연출되기 어려운 우아한 제스츄어나 미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도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감정패턴을 스스로 의아해하면서 평생 자기 찾기 작업에 나선다. 그런데 생각이나 감정이라는 변동하는 마음에 기초해 고정된 정체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임에도 자신은 타인들과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타인과의 차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4유형들에게 ‘개인주의자’라는 이름이 쉽게 붙여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자아정체감 형성 시기나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개인의 정체성 찾기 작업이 이들에게는 한 생에 걸친 일상이다.

그러다보니 그들에게 이 지구별은 참 고단한 곳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수고스러운 세상이겠지만 특히 4유형들에게 ‘이질적이고 속물스러운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은 무척 고되고 더러는 천형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성가치나 주류문화에 잘 동화되지 않고
어딘지 모를 본향을 막연히 그리워하는 이들 정서의 기초는 그리움이다

오래 살았어도 기성가치나 주류문화에 잘 동화되지 않고 어딘지 모를 자기 본향을 막연히 그리워하는 이들 정서의 기초는 그리움이다. 자신이 주류에 속해도 마음은 이방인의 마음이랄까, 어디에 있든 마음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항상 보따리 싸서 떠날 태세다. 농반진반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평가에서 보여 지듯 매여 살아도 자유를 향한 열정은 좀처럼 사그라들줄 모른다.

예술가
예술가ⓒpixabay

그래서일까. 감수성의 제왕인 그들에게 우울모드의 상태가 많이 발견된다. 그리움, 상실, 슬픔, 외로움, 비참함, 수치심.... 이런 류의 감정을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표정, 말투, 자세 등 온 몸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편안할 때 차분하면서 밝은 감정 또한 그 깊이와 다양함에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얕은 기쁨을 맛보는 것보다는 깊은 슬픔을 들이마시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평화를 꿈꾸면서도 격렬한 감정의 유희를 즐기는 4유형들이 힘들다하면서도 좀체 그 유희를 놓으려 하지 않는 일이다. 이로 인해 삶의 피로도가 커지고 싫고 좋은 감정에 휘둘려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4유형들에게 감정의 고삐를 잡는 일은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기준, 취향으로 인해 조직이나 공동체 생활 적응에 남다른 노력이 필요한 사람이다. 겉보기엔 참한 모범생 같아도 통제와 규율을 필요로 하는 조직생활 자체가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점이 많아 통제한다고 느끼거나 비인간적 측면으로 해석되는 일들이 생기면 유독 내면에서 저항하는 마음이 크지만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직면하기보다 떠나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때가 많다.

집단에 대한 이상과 기대치가 커서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심리적 불편감이 쉽게 자극되고 비위는 약하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상향은 더욱 그리워지고 현실은 떠나고 싶은 곳이 된다. 이런 면이 선천적 재능을 많이 타고나는 4유형들이 재능을 발휘하여 성취하고 고단한 사회생활 속에서 내공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인이 된다.

예술가, 왕자, 왕비, 공주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이들은 우아하고 비폭력적으로 주변 사람을 무수리로 만들어버리는 재주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이는 이들의 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복되는 일상, 구차한 모습, 의미를 모르겠는 일 앞에서 쉽게 저항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이들이 갈망하는 평화는 정작 맘에 들지 않는 환경을 수용하면서 찬찬히 가꿔나가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자라 불리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은 중요한 주제다
유독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는 유형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이들에게 중요한 주제이다. 그래서 유독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는 유형이기도 하다. 직업적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4유형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친숙하며 각자 독특한 미적 감각을 자랑한다. 매일 해먹는 요리, 업무 처리, 관계 맺기, 일상적 대화 안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고 가지려한다. 이런 타고난 아름다움에 대한 이끌림과 열정이 삶 속에 서 뿌리내려지면 삶은 예술의 주제이자 소재, 그 자체로 작품이 되어 4유형들은 삶의 장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새해 첫 출근, 일상은 남루하지만 계속 된다.
새해 첫 출근, 일상은 남루하지만 계속 된다.ⓒ양지웅 기자

일거에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해도 하루하루 자신 앞에 놓인 일상과 과제를 남루하다, 구차하다 외면하지 않고 정성을 기울이다보면 그렇게 찾고 싶었던 삶의 의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에 어느 누구보다 4유형들에게 ‘구질구질한 일상’은 매우 훌륭한 도량이 된다는 걸 매일매일 모든 일 앞에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겨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열망에 비해 정작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좌절하다가 환상 속으로 도피하기보다 정확하게 ‘지구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전달하려는 수고는 자기나 타인 모두에 유용하다.

싫고 좋은 것에 매몰되지 않고 해결하거나 경험해야 하는 일 앞에 싫고 좋은 감정을 내려놓고 수용하는 훈련, 실제 몸을 움직여 일을 하며 환상 속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수고는 이들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지름길이 된다.

신미영 열린학교상담아카데미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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