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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를 폐지해야 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97회 방송화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97회 방송화면ⓒ사진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4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된 이후 대중음악계는 벌집을 쑤신 듯하다. ‘조작된 세계 – 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라는 제목의 1197회 방송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이날 방송은 최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바이럴 마케팅을 빙자한 기획 광고와 음원사재기 행태를 자세히 폭로했다.

사실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다. 지난해 11월 그룹 블락비의 박경이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재차 화제가 되었지만, 2018년 닐로와 숀, 장덕철 등의 노래가 히트했을 때에도 사재기 의혹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5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음원사재기 규명, 댓글실명제, 실시간 음원 차트 폐지, 실시간 검색어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방송 이후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뮤지션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프로그램을 본 뮤지션 몇몇은 소셜미디어에 분노와 한탄을 드러냈다. 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하지 않다.

우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밝혔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음원 사재기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또 해당 방송분에서 한 관계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음악 서비스 차트 외의 온라인의 많은 정보들이 조작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걸러내거나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의미가 있다.

가수 송하예(왼쪽 위부터), 바이브, 장덕철
가수 송하예(왼쪽 위부터), 바이브, 장덕철ⓒ더하기미디어, 메이저나인,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음원 사재기 논란의 근원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의 경우, 문제의 원인은 단연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이다.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들을 때 멜론을 비롯한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이용한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비중도 높아졌는데, 아는 노래를 들을 때 유튜브를 이용한다면 새로운 노래를 들을 때는 대개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활용한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서는 CD 한 장 가격도 안 되는 비용으로 한 달 내내 국내외 모든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음악 듣는 방식을 바꿔버렸다. 여전히 CD를 듣는 이들이 있고, 다시 LP를 듣는 이들도 있다. 카세트 테이프를 듣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세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음악을 듣는 방식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음악 시장의 크기를 바꾸었다. 뮤지션과 음반 매장의 운명도 바꾸었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음악을 더 싸고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모르는 음악을 더 열심히 찾아 듣지는 않는다. 대부분 TV, 라디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누군가 소개한 음악을 듣는다. 징검다리를 건너 자신에게 배달된 음악만 듣는 것이다. 마니아 만큼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 도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남들이 듣는 만큼 듣는 정도이며, 이는 자신의 미감을 건드리지 않는 보수적 선택이다.

게다가 이제는 접하고 소비하는 콘텐츠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드라마(한국, 미국, 일본 드라마 등), 스포츠, 영화, 게임, 웹툰, 팟캐스트, 책, TV 프로그램까지 수많은 콘텐츠들 대부분을 스마트폰 하나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콘텐츠들은 소비자의 시간을 더 많이 장악하기 위해 날마다 전쟁 중이다. 그러다보니 음악 하나에 관심과 시간을 쏟기 어렵다. 그냥 인기 순위대로 듣거나 전문가가 골라준 음악을 듣는 게 속 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차트 순위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그 중에서도 실시간 차트의 힘이 막강하다.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멜론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접속하든 실시간 차트가 가장 먼저 뜬다.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실시간 차트 순위에 오른 곡을 먼저 듣게 된다. 한 두 번만 더 클릭하면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귀찮고, 듣게 되는 음악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실시간 차트에 오르면 계속 오르게 되는 구조가 생겼고, 이 구조에서는 어떻게든 실시간 차트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버리기 어렵다.

멜론
멜론ⓒ멜론 홈페이지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 방송 출연, 행사 수입 증가
음악계 모두가 ‘차트의 노예’ 되고 있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고발한 일부 뮤지션들만 차트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다. 팬덤이 탄탄한 뮤지션들, 팬덤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활동하는 뮤지션들도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특히 아이돌 음악 팬들은 음원 순위에 사활을 건다. ‘총공’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아이돌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 뮤지션이 싱글/음반을 발표하면 매크로 등의 인위적인 방식을 활용해 다운로드, 스트리밍, 음원 선물, 소셜미디어 좋아요/공유 등의 방식으로 차트 순위를 올리는 일이 일상화 되었다. 순수한 팬심이라고,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팬들의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차트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 그 같은 공격이 매일 같이 벌어진다는 사실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가 얼마나 허술한 것이며 앉아서 돈을 벌게 해주는 수단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현재 온라인 음악 서비스들은 차트 순위를 바꿔 집계하는 새벽시간엔 실시간 차트와 그래프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오늘도 팬들의 애정과 충성도를 이용하며 손쉽게 권위를 유지하고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아이돌 팬들 역시 차트의 권위에 사로잡혀 차트의 영향력과 수입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 인기를 증명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한 번 듣는 음악을 계속 듣게 되는 구조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인기는 진짜 인기가 된다. 이는 방송 출연과 행사 수입 증가 등의 매출/수입 증가로 이어진다.

이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적지 않은 뮤지션들이 분개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이다. 어느새 차트는 인기를 증명하고 수입을 보장하면서 기득권을 구성하는, 포기할 수 없는 기반이 되었다. 모두가 ‘차트의 노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댓글 실명제 도입, 실시간 음원차트 및 검색어 폐지 청원
댓글 실명제 도입, 실시간 음원차트 및 검색어 폐지 청원ⓒ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실시간 차트는 없애고, 바이럴 마케팅은 광고임을 명시해야
궁극적으로는 모든 차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실시간 차트부터 없애야 한다. 그리고 광고가 분명한 바이럴 마케팅은 광고임을 명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 궁극적으로는 모든 온라인 음악 서비스의 차트를 폐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가 살아 있는 한 누구든 조작하려 하기 마련이다. 팬들의 총공 역시 위법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아닌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음악 팬들이 차트 순위에 메어 있고, 인위적으로 차트를 조작할 수 있고, 순위대로만 듣는 습관이 존재하며, 차트 순위가 수입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와 일부 제작사와 뮤지션들 모두 차트의 중독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가 중독의 근원이며 실체이다. 틀을 깨버려야 한다. 판을 바꾸어야 한다. 국내 모든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를 없애고, 일일이 직접 골라서 듣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어떤 음악 팬들도 일부러 순위를 올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도록 자유를 주어야 한다. 이용자의 편의와 정보 제공 차원에서 차트를 없애기 어렵다면, 최소한 차트 순위대로 듣기라도 불가능하게 바꾸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큐레이션 아이템에 개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광고성 바이럴 마케팅이 더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부터 폐지하고 대안을 만들자. 그래야 음악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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