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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유

삼성이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낸 ‘숙제’를 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의 정준영 부장판사는 내부 준법감시 제도를 거론하면서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기업의 준법감시제도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대기업에는 내부, 외부를 망라해 다양한 감사체계가 있고 임직원들이 특별히 법을 어겨야 할 유인도 없다. 다만 문제가 되어 온 것은 이른바 ‘총수’에 의한 불법 행위다.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이유인 최순실 일당에 대한 뇌물 사건 역시 그렇다.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억지 행위에 정치권력의 도움을 받고자 뇌물을 바친 일이다.

결국 무슨 제도를 거론하기 전에 총수 일가의 자의적 지배가 문제일 뿐이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바로 그 기간에 삼성전자의 이상훈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이 노조와해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에 대한 재판도 진행중이다. 거칠게 말하면 삼성이 ‘범죄 왕국’이었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삼성이 ‘반성’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2006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2008년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구조조정본부를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하지만 부패와 불법은 계속 반복됐고, 결국 이 부회장이 감옥을 가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만든다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전혀 참신하지 않은 이유다.

이 부회장이 여전히 재판 중에 있지만 이미 대법원의 판단은 이 부회장에게 제기된 주요 혐의를 유죄취지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은 여전히 국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 자리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범죄자가 최고 경영자인 상황에서 ‘준법감시’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는 건 당연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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