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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순수한 유가족’ 표현 뒤엔 ‘세월호 불법사찰’ 있었다
박병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진상규명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2020.01.08.
박병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진상규명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2020.01.08.ⓒ뉴시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유가족의 개인정보를 불법사찰해 청와대에 전달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간접적으로 불법사찰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순수한 유가족"이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배경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기무사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참사 발생 당일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였다. 당시 기무사는 유족들의 통장 사본, 인터넷 물품구매내역, 인터넷 포털 활동 내역 등 전방위로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특히 기무사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던 유가족의 야간 음주 실태, 무리한 요구사항 등 주로 유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이용될 정보들도 파악하라고 예하부대에 지시했다. 실제로 부대로부터 보고된 정보 중에는 '구강청결제 대신 죽염 요구', '생일날 미역국 요구' 등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 부대로부터 올라온 보고는 총 627건이었다.

이를 위해 기무사는 '세월호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었다. 기무사가 수사대상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전방위적 정보수집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지난 11월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수사, 국민고소고발인대회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02
지난 11월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참사 전면 재수사, 국민고소고발인대회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02ⓒ김철수 기자

기무사에서 수집된 정보는 기무사령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2014년 4월18일부터 9월3일까지 35차례에 걸쳐 대면보고로 전달됐다.

청와대는 기무사로부터 보고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유가족들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여론전을 펼치는 데 활용했다고 특조위는 보고 있다.

특조위에 따르면 2014년 4월 25일 기무사는 김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급을 대상으로 '생존자·희생자 가족과 연계한 불순세력 활동 차단'이라는 내용의 보고를 전한 이후 지속적으로 '종북세력 접근 원천 봉쇄', '유가족 대표단의 반정부 세력으로 변질 방지' 등 유가족에 대한 '변질'을 보고했다.

같은 해 5월 4일에는 '유가족·단원고 학생 대상 종북세 차단, 반정부활동 가담 방지'라는 내용의 보고를 김 전 비서실장에게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 보고가 있었던 4일 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유가족들의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요구에 대해 "'순수한 유가족'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 나가서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해 '유가족을 폄하하고 있다'고 공분을 샀다.

박 전 대통령도 같은 해 9월 16일 '세월호 특별법'을 언급하면서 "순수한 유가족"과 "외부세력"을 구분하는 표현을 써 유가족과 당시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4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4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특조위는 "이런 정보들은 유가족들에 대한 청와대의 부정적 여론 형성과 진상규명 방해 등에 이용됐을 수 있다"면서 "실제 유가족과 가족 대책위원회는 각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집단', '빨갱이', '좌파' 등 모욕의 대상이 돼 사찰과 이런 피해 사이의 연관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사찰 정보가 박 전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보고됐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특조위 관계자는 "2014년 6월 25일 보고된 기무사 문건에 'VIP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됐다'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이 같은 정황에 비추어 청와대가 불법사찰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조위는 "기무사 보고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점, 청와대 대변인 발언 등에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정황, 청와대에서 기무사의 보고내용을 크게 호평했다는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 명시적인 지시가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특조위는 유가족 사찰에 가담한 의혹이 있는 청와대·국방부·기무사 소속 71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유민 아빠 살려내라 특별법 제정하라 청와대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가운데 도로의 CCTV가 세월호 가족들 쪽으로 돌아가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유민 아빠 살려내라 특별법 제정하라 청와대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가운데 도로의 CCTV가 세월호 가족들 쪽으로 돌아가 있다.ⓒ양지웅 기자

고발 대상 중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5명은 기무사에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다.

기무사 지휘부와 현장 활동관 66명도 이들과 공모해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다. 이 중 6명은 이미 2018년에 기소된 상태다.

기무사의 불법사찰 정황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관련자들을 '국가폭력 혐의'로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세월호 가족들은 기무사와 박근혜 청와대의 불법 사찰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한다"면서 "기무사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리 피해자들의 권리. 피해자 인권을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잔인무도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국가폭력 행사 혐의로 엄벌에처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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