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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문중원 기수 죽음으로 내몬 ‘불공정한 한국마사회 마방 제도’
지난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0.01.06
지난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0.01.06ⓒ김철수 기자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겠다고 들어왔는데…” - 故 문중원 기수 유서에서

이명희(26), 박진희(28), 박용석(35), 박경근(38), 이현준(36), 조성곤(37). 2005년 이래 모두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모두 2005년 개장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하,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이었다.

지난해 11월 29일에도 故 문중원 기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3쪽 분량의 유서엔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는 한탄과 함께 한국마사회가 불공정하게 운영해 온 마방(馬房) 임대사업의 실태, ‘선진경마’라고 불리는 과도한 경쟁체제, 조교사의 지시라면 불합리하더라도 따라야만 하는 갑을관계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문 씨의 유서에서만이 아니라, 앞서 목숨을 끊은 다른 기수·마필관리사들의 유서에서도 비슷한 한탄이 담겨 있었다. 한국마사회의 어떤 점이 그를, 수많은 기수·마필관리사들을 좌절케 한 것일까.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 주체들의 고용계약 관계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 주체들의 고용계약 관계ⓒ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한국마사회-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 관계:마사회는 조교사 시험에 합격한 이들에게 조교사 면허증을 주고, 이 면허증 소지자 중 일부에게만 마방을 임대하고 있다. 마방을 임대받은 조교사는 전국 각지의 마주(馬主)로부터 경주마를 위탁받고, ‘고용계약을 체결한 마필관리사’로 하여금 이 말들을 관리하게끔 한 뒤, ‘기승계약을 체결한 기수’와 함께 경주마를 경기에 내보낸다.

불공정한 마방 면접
“마방 자리, 소문대로 흘러가”

공공기관인 마사회는 마방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마사회가 주는 면허를 취득한 조교사 가운데 면접을 통과한 조교사에게 이 마방을 운영·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그러면서도 조교사·기수에 대해 징계·해고와 비슷한 견책, 과태료, 면허 취소 및 정지 권한을 행사한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마사회가 마방을 외주화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마방을 운영·관리하는 조교사’는 하청사장이고, ‘조교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마필관리사’나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맺고 경주에 나서는 기수’ 등은 하청노동자인 셈이다.

문 씨에게 가장 큰 좌절감을 안겨 준 것은 ‘한국마사회의 마방 임대사업’으로 보인다. 문 씨의 유서에서 한쪽 분량은 7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이 마방을 임대받지 못한 일에 대한 한탄이 담겼다.

“20대 때는 몸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했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다리, 허리, 목, 어디 성한 곳이 없어 잠을 못 이룬 날도 잦아졌다. 그래서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도 매번 경매 때마다 내려가서 공부도 하고 여러 마주님들과 친분도 쌓고 그 덕에 마방만 받으면 바로 입사시켜 주신다는 약속도 많이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딴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유족과 동료 등에 따르면, 문 씨는 조교사 면허를 따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몸 상태가 좋지 못 했던 점도 있었지만, 마방을 운영·관리하는 조교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거절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었다. 유서에도 “말들은 주행습성이란 게 있어서 (달려야 하는데) 그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지시를 내려서 아예 인기마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부당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주마를 타는 기수의 수입은 주로 조교사가 주는 기승료(기수가 경마에 출전해 받는 대가)와 마사회가 경주에서 승리한 기수에게 주는 상금이 전부다. 기수가 속한 조의 기승료 중 절반은 고정급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고정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교사가 기수에게 말을 탈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만큼 임금이 깎이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상금 포함 1000만원 상당의 월평균 수입을 올리는 기수가 있는 반면, 15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기수도 생긴다고 한다.

문 씨가 조교사를 준비해야만 했던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조교사 면허 시험이 정기적으로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시험에 합격해도 마방을 임대받기 위해선 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마방 자리는 조교사 면허 취득자에 비해 매우 적고, 기존에 마방을 임대받아 운영하던 조교사가 퇴직을 해야만 자리가 나는 구조다. 이에, 1년에 많아봐야 한 두 자리가 나는 게 전부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문 씨는 2015년에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 마방 자리가 날 때마다 지원했다고 한다.

문 씨를 아는 마필관리사 A 씨는 “한 3년 전쯤인 것 같다. 마방 자리가 한 번에 두 자리가 난 적이 있었다.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중원이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했다. 보통 마방 자리가 나면 마사회가 지원자들에게 말 24마리(마주 2명) 정도 당겨 오라고 하는데, 중원이는 마주 20여 명에게 사인을 받아 왔다. 보통 마주 한 명당 말 10마리 정도 갖고 있는데, 중원이는 말 40마리를 당겨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식발표가 있기도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A 씨는 “지원자들이 마주들을 만나 말 수급하려고 지역을 돌아다닐 때부터 ‘이번에 누가 된 다던데’ 이런 식으로 소문이 돌았다”며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술 먹으면서 영업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문은 그대로 들어맞았다”라고 전했다.

해변을 달리는 경주마 자료사진
해변을 달리는 경주마 자료사진ⓒ뉴스1

문 씨는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았다. 문 씨는 지난해 초 한 자리가 더 났을 때도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A 씨는 “이번에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사회 관계자와 친분이 두터운) ○○이와 △△가 된다고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소문대로 ○○ 씨가 마방을 임대 받은 것이다.

A 씨는 “더 황당한 것은 다음 마방 자리엔 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점이다”라며, 그 다음 자리엔 △△ 씨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강조했다. 아직 나지도 않은 미래의 마방 자리에 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A 씨는 “이러니, 중원이가 (마사회 고위 관계자와 친분 없인) 도저히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인생을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5년가량 제주지역 조교사협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 모(33) 씨도 “매번 마방 자리가 날 때마다 이런 소문이 돌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에 좌절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의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이 씨는 “모든 소문이 100%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마방 자리가 경마산업 종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직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인 마사회가 지원자들이 납득할 만한 공정한 시스템으로 이 자리를 임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마방 자리를 누구에게 맡길지, 따로 시험은 안 보고 면접만 본다”고 설명했다.

문 씨의 아버지인 문군옥 씨도 지난 6일 기자브리핑에서 “마방 면접엔 마사회 관계자 5명 외부인사 2명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데, 외부인사도 모두 마사회가 임명하는 것이어서 마사회 입맛에 맞는 마주 또는 생산업자인 경우가 많다”며 “얼마나 비리가 심하면, 자리가 나기도 전에 이미 누가 될 거라는 소문이 다 나겠나. 내가 그 시험이란 게 공평하다면 와서 증거를 보여 달라 했더니, 자신은 아무런 권한도 없다는 핑계를 댄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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