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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하며 내세운 논리들
명절을 맞아 장을 보고 있는 가족들
명절을 맞아 장을 보고 있는 가족들ⓒ뉴시스

설 명절을 앞두고 대형마트들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다시금 시작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노동자들이 명절에 쉴 수 있도록 휴업일을 설 당일로 변경해달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했다. 반면 마트 노동자들은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을 변경해 매출을 올리려 한다며 반발했다.

지난해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올해에도 경기도 오산과 전남 목포, 서울 강서구 등 3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9일 서울 강서구청이 한국체인스토어협회(대형마트협회)의 의무휴업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였다가 다시 철회하는 것을 끝으로 세 곳에서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대형마트협회는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마트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결국 무산됐다.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마트들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는 의무휴업일을 명절 당일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명절 당일을 휴무일로 하고, 그달 예정된 의무휴업일 중에 하루를 영업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대형마트가 월 2회 휴업하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왜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정해진 ‘의무휴업일’ 변경을 시도하는 것일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에 기자회견을 연 마트노동자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에 기자회견을 연 마트노동자들ⓒ민중의소리

대형마트 “노동자 복리후생 차원” vs 마트 노동자 “매출 증대를 위한 꼼수”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시를 시작으로 올해 경기도 오산, 전남 목포, 서울 강서구 등 총 4개 지역에서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있었다.

그중 수원시의 의무휴무일은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이다. 대형마트협회는 추석이 있었던 지난해 9월 의무휴무일 중 하루를 추석 당일인 13일로 변경해 달라고 수원시에 요청했다. 그리고 기존 휴무일이었던 9월 8일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명절 당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자 복리후생 차원’이라는 게 대형마트협회 측의 주장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명절에 쉬고 의무휴업일에 일하게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더 낫다고 판단하고 한 배려”라며 “오히려 의무 의무휴업일을 바꾸면 소비자들이 영업일을 헷갈릴 수 있어 마트로서는 더 손해”라고 말했다.

얼핏 그럴싸해 보이는 이 같은 주장 한편에는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통상 명절 당일은 업계에서도 ‘손님이 가장 없는 날’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추석 전주 주말은 명절 준비를 하기 위한 손님들이 몰리는 시기다.

마트 노동자들이 대형마트들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를 ‘매출 증대를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유종철 조직국장은 “명절 당일 장사가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들은 없다”면서 “마트도 그걸 알고 명절 당일엔 마트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있었던 경기도 오산도 수원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산의 의무휴업일은 매주 두 번째, 네 번째 수요일이다. 하지만 대형마트협회는 오산시에 1월 의무휴업일을 설 당일인 25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명절 연휴 직전인 22일(기존 휴무일)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오산의 경우 설 명절 외에도 추석이 있는 10월의 의무휴무일 변경도 시도했다. 대형마트협회는 추석 당일인 10월 1일을 그달 의무휴무일로 변경하고 기존 휴무일인 14일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역시 손님이 없는 명절 당일을 피해 매출이 정상 궤도에 오를 만한 시기 영업하려고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다만 의무휴업일이 매주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 전남 목포와 서울 강서구는 설 명절과 의무휴업일이 하루 차이여서 의무휴업일 변경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는 미비해 보인다. 대형마트협회는 이 두 개 지역의 의무휴무일을 25일로 바꾸고 기존 휴무일인 26일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반발로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무산됐음에도 거듭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노동자 복리후생 차원”이라던 대형마트가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지속해서 의무휴업일 변경을 시도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 조직국장은 “매출을 위해 노동자들의 정기휴무를 바꿔치기해 빼앗으려는 대형마트가 ‘직원들의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건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마트의 장사 욕심에 휘둘려 지자체가 마트 노동자들의 정기휴무를 빼앗는 일은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산한 마트 자료사진
한산한 마트 자료사진ⓒ뉴시스

“의무휴업일 변경? 한 번 받아들여지면 또 바꾸려 할 것”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가 받아들여지면 향후 의무휴업일 변경이 대형마트들의 입맛에 따라 이뤄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효숙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가양지회장은 “사람들이 설 당일 쉬고 그다음 날 일하는 게 무슨 대수냐고 하는데, 의무휴업일은 우리 노동자들이 회사에 사정사정해서 쉴 수 있는 날이 아닌 당당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휴일”이라며 “그런 의무휴업일이 대형마트 요구에 따라 변경된다면 앞으로 지자체는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한 대형마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의무휴업일을 변경해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 시도는 법의 도입 취지 중 하나인 전통시장과의 상생에 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법의 취지상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시기 주변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정작 손님이 없는 명절 당일 문을 닫고, 손님이 많은 시기 영업을 하는 건 오히려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현철 서비스연맹 서울본부장은 “지자체는 의무휴업일로 지정을 통해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 전통시장과의 상생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지만 오히려 유통재벌의 입장만을 반영해 대체 지정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해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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