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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위성정당, 원천적으로 위헌…선관위, ‘복제정당’ 불허해야”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원영섭 조직부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4.15.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황교안 대표가 원영섭 조직부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4.15.ⓒ뉴시스

비례자유한국당.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 설립'을 공언했다. 선거법이 개정되자 자유한국당은 실제 비례 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얼마전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의 창당준비위원회가 선관위에 정당등록을 신청했다.

처음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정치권과 보수언론에서는 연동형 비례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묘수'라고 평했다. 이런 평가는 정당법과 선거법상의 '각종 세부규칙'들을 어기지만 않으면 위성정당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했다. 즉, 정당설립의 요건을 지키고 정치자금 문제만 잘 해결한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위성정당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도 '정치적 도의'만을 지적했을 뿐 위성정당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민주당에서도 필요하다면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 설립에 착수했다. 정치권 안팎의 논의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유사정당명, 그러니까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느냐로 향했다. 13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자유한국당이 정당법에 규정된 '유사 명칭 사용 금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그런데, 만약 다른 당명을 쓴다면 예컨대 자유한국당과 유사하지 않은 당명을 쓴다면 이 위성정당은 허용될 수 있을까. 현행 헌법과 정당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선관위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일단 자유한국당의 비례자유한국당 창당과정을 되짚어 보자. 비례자유한국당은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시하고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이 만든 당이다. 조직부총장이 탈당해 만든 당도 아니고, 조직부총장의 부인을 창당준비위 대표로 지목해 선관위에 신고했다. 논란이 되자 대표자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비례자유한국당의 사무실은 자유한국당 3층에 위치해 있다.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의 계획은 비례자유한국당의 기호를 앞당기기 위해 자유한국당의 현역 의원 20명 이상을 비례자유한국당에 입당시키고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비례대표 후보들을 비례자유한국당에 입당시켜 출마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두 개의 조직인데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말 그대로 '위성정당'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위성정당은 자유한국당과 합당할 예정이다.

현행 헌법에서 정당은 제8조에 규정돼 있다. 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는 내용이다. 정당설립의 자유가 가장 포괄적 개념인데, 위성정당이 이 정당설립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법학교수 출신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위성정당은 자주성과 차별성이 전혀 없는 꼭두각시 정당, 다시 말해 동일정당을 또 만든다는 뜻"이라며 "이는 위장이혼이나 위장전입과 같은 위법적 행위"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런 식의 정당 창당은 권리남용"이라며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 주장의 근거는 헌법 제8조 2항에서 구체화된다. 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곽 교수는 "정당설립의 자유는 국민의 권리인데, 이 권리는 오직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위해 인정된다"며 "정강정책이나 지지자 구성에서 자유한국당과 전혀 차별이 없는, 완벽히 똑같은 정당을 일회용으로 만드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정당법에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정당법 제1조와 제2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

정당법 제1조와 제2조는 헌법 제8조 2항의 개념을 재확인한다. 특히 정당법은 제2조에서 '정당'을 정의하고 있는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례자유한국당의 설립과정은 정당법 제2조 중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 추진'이라는 부분과 '자발적 조직'이라는 부분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비례자유한국당은 만들 때부터 자유한국당의 결정에 의한 것이고, 정강정책과 공직자 후보 선출까지 자유한국당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비례자유한국당이 책임있는 주장이나 추진이 불가능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결정적으로 '자발적 조직'은 전혀 아니다. 1항에 전제한 '민주적 조직'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비례자유한국당 설립 과정은 현행 헌법과 현행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하겠다고 선언하는 법질서 파괴행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 교수는 "비례자유한국당은 자유한국당과 한 몸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외관과 실질의 괴리가 너무 큰 눈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탈세목적으로 이혼서류를 내고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위장이혼이나 위장전입과 전혀 다르지 않은 행태"라며 "헌법과 법률이 용인할 수 없는 행위가 허용된다면 법질서 전체가 조롱당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민간기업에도 '법인격 부인론'을 논의하는 정도로 시장에 거의 맡겨져 있는 민간기업 설립의 자유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민주주의에서 핵심적인 조직인 정당설립의 자유를 이런 식으로 남용하도록 허용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자유한국당의 문제는 유사명칭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면서 "우리 정치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고, 정치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복제정당' 사례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로 선관위가 이 정당의 불법 여부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비례한국당은 엄연히 다른 정당이고 그 정당에는 유사명칭 문제를 다룰 수 있겠지만, 비례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정당설립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지를 다루는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지금 창당이 된 게 아니라 창준위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선관위에서 창당허용 여부를 논의할 때"라고 덧붙였다. 곽 교수 역시 "정당이건 개인이건 자주성과 차별성이 없는 복제아바타당을 만들 권리가 없다"며 선관위가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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