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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당신에게 가족은 무엇입니까?-세 부자의 좌충우돌 가족여행, 연극 ‘듀랑고’
연극 ‘듀랑고’
연극 ‘듀랑고’ⓒTEAM 돌 제공

어느 날 우연히 <가족백과사전>이란 동화책을 발견했다. 동화책치고는 낯선 제목이었다. 책에는 가족의 형태부터 취미, 음식, 여행, 직업 등 말 그대로 다양화된 가족을 소개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와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 한부모 가족, 조부모와 아이들만 있는 가족부터 취미, 음식 등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해 놓았다. 음식을 잘하는 엄마가 있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엄마도 있다는 소개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동화책이 나온 것을 보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한 모양이다. 우연히 발견한 동화책 한 권은 생뚱맞게 ‘가족’이 무엇인가란 원초적인 물음을 하게 만들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같이 밥을 먹는 식구가 곧 가족일까? 주민등록등본에 올라있는 그들이 가족일까? 그것이 어떤 규정이건 우리는 가족만큼 편한 관계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은 의외로 서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역시 가족보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더 자주 식사를 한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엄마 얼굴을 일주일에 한번 보고 살기도 했다.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밤새 이야기했어도 정작 가족과는 한번도 그런 이야기를 해보지 못했다. 나역시 엄마에게 어떤 고민이 있는지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아침과 저녁 두차례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아이들도 엄마인 나보다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 통화하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커갈수록 함께하는 여행은 생각처럼 낭만스럽지 않다. 여기 이 가족의 갑작스런 여행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그런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 같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에 사는 한국계 이민자 아버지 이부승은 정년을 4년 앞두고 정리해고가 됐다. 20년 일한 회사에서 가지고 나올 짐이 고작 상자 하나이지만 부승은 발길을 쉽게 떼지 못한다. 부승의 집에는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첫째 아들 아이삭이 대학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있다. 전국 수영 챔피언인 둘째 아들 지미는 부승의 자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삭은 공부보다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고 지미는 아버지 몰래 수영을 그만둔 상태다. 집으로 돌아온 부승은 어색한 침묵을 깨고 가족여행을 떠나자고 말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목적지는 콜로라도의 듀랑고.

그렇게 세 부자는 계획에 없던 어색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다 큰 아이들과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어색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좁은 차 안. 이들의 여행은 당연히 순탄하지 않다. 길을 잃고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물에 빠지고 크고 작은 다툼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조금씩 모르고 있던 서로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내 얘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내 남편 목소리만 들어도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니까?”

우리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배우자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고 있을까. 연극은 어떤 해답도 주지 않고 어떤 결말도 짓지 않는다. 이들이 듀랑고에 가게 되었는지, 이들은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족이라면 굳이 묻지 않고도 변함없는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가족이라면 알아도 굳이 따지지 않고 모른척 웃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진짜 가족이지 않을까라고 잠시 품었던 질문의 답을 내려 본다.

연극 ‘듀랑고’는 재미교포 2세대 작가 줄리안 조의 작품이다. 그의 연극 ‘가지’는 한국에 처음 소개됨과 동시에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연극 ‘듀랑고’는 줄리안 조와 연출 정승현이 연극 '가지'에 이어 다시 손잡고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아버지 부승 리 역에 배우 이대연, 제리와 네드 역에 배우 김재건이 굵직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명품연기를 선보인다. 첫째 아들 아이삭 리 역에 배우 박상훈, 둘째 아들 지미 리 역에 배우 허진, 레드 엔젤과 바바라 역에 최지혜가 신선한 연기로 호흡을 맞춘다.

연극 ‘듀랑고’

공연날짜:2020년 1월 9일~1월 19일
공연장소:한양레퍼토리 씨어터
공연시간:100분
관람연령:만 13세 이상(중학생이상 관람가)
원작:줄리아 조
제작진:연출 정승현/번역 박춘근/무대 김수희/조명 이현승/음악 김정용
출연진:김재건, 이대연, 박상훈, 허진, 최지혜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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