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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사마에게’… 모든 전쟁은 잔혹하다, 지금도 포격에 떨고 있을 수많은 ‘사마’를 위해
영화 ‘사마에게’
영화 ‘사마에게’ⓒ스틸컷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포격은 이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과 포격은 우리에게 뉴스로 전달된다. 24시간 이어지는 뉴스는 우리에게 전쟁을 익숙한 풍경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누군가 죽어가고, 또 죽어가고 있지만, 중동의 전쟁 소식을 듣는 우리는 유가 상승을 걱정하고, 어떻게 찾아들지 모르는 전쟁 난민을 우려한다. 그렇게 전쟁의 비극과 잔인함과 공포는 자극적인 영상이 되어 항상 TV 속에만 존재한다.

영화 ‘사마에게’는 그렇게 우리의 현실과 떨어져 있던 전쟁의 현장을 깊이 파고든다. 저널리스트가 꿈인 ‘와드’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시위 참가를 계기로 스마트폰으로 시리아 알레포를 촬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격화됐고, 그가 살던 도시는 점차 파괴된다. 그는 전쟁의 공포가 가득한 그곳에서 젊은 의사 ‘함자’를 만난다. 그리고, 와드와 함자와 동료들은 병원을 만들어 희생자들을 치료하면서 알레포에서 지낸다. 둘은 결국 결혼했고, 아이가 태어났다.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 평화로운 하늘에 대한 염원을 담아 아이 이름은 ‘사마’로 지었다. ‘사마’는 ‘하늘’이라는 뜻이다.

시위 참가 초기부터 스마트폰으로 알레포를 영상으로 담던 와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홈비디오로 자신의 도시 알레포와 그곳 사람들이 겪는 전쟁의 공포를 기록으로 남겼다. 흔들리는 영상엔 전쟁의 공포와 잔혹함, 그리고 그런 비극적인 현장 속에서도 생존을 이어가고, 삶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집념이 담겨 있다. 어떤 생명도 자라지 못할 것 같은 그곳에서,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곳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또 자란다. 하지만, 전쟁의 한 가운데 죽음은 곳곳에 숨어 있다. 친구들과 놀기 위해 잠시 외출했던 아이는 포탄에 죽음을 맞이한다. 누구도 삶을 장담할 수 없다.

영화 ‘사마에게’
영화 ‘사마에게’ⓒ스틸컷

모든 전쟁과 혁명은 아주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이 뒤섞여 있다. 결코 그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시리아 전쟁도 마찬가지다.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는 군 출신 인사들이 정부 타도를 목표로 반군 단체를 설립하면서 내전으로 이어졌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고, 미국과 가까운 중동의 동맹국들에게 아사드 정권은 공적이 되었다. 이란과 적대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인근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세력을 키운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부를 점령하며 정부군, 반정부군, IS 등이 서로 대치하고, 미국, 러시아까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미국-러시아의 대리전 양상까지 확대되며 전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이런 시리아 전쟁의 복잡다단한 배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러시아군과 시리아 정부군만이 명백한 악으로 설정돼 등장할 뿐이다. 미국은 물론 반군은 등장조차하지 않고, 민간인의 죽음만이 다뤄진다.

영화 ‘사마에게’
영화 ‘사마에게’ⓒ스틸컷

이 영화는 전쟁의 원인이나 배경보다는 사람과 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시리아 반군 지배 지역에 있는 민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이 영화는 전쟁이 가진 비극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고, 전쟁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물론, 이런 이유로 시리아 전쟁과 관련해 미국 중심의 시각과 보도에 익숙한 우리나라 관객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번 영화가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를 악마로 낙인찍는 증거로서만 이해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중동전문기자 패트릭 콕번은 2016년 10월 ‘우리가 지금까지 읽은 시리아와 이라크 전쟁에 관한 기사는 가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군(이 이끄는 공군)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군이 모술 동부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 중이고, 동시에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군과 시아파 민병대는 알레포 동부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알레포에서는 지난 2주간 정부군의 대포와 폭격으로 약 300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모술에서는 한 달 동안 약 6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이처럼 두 전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두 지역에 대해 국제 미디어들의 보도는 매우 다르다”고 꼬집었다. 비슷한 비극을 두고 모술의 희생은 IS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반면에 알레포에서는 시리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사마에게’
영화 ‘사마에게’ⓒ스틸컷

이 영화가 증언하고 있듯이 전쟁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특히 민간인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그러기에 모든 전쟁은 잔혹하고, 모든 전쟁은 비극이다. 이런 비극은 시리아 알레포뿐만 아니라, 미군이 포격한 이라크 모술에서도, 한국이 참전했던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벌어졌다.

한국전쟁부터 베트남전쟁에 이르기까지 모진 세월을 살아온 어르신들 가운데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면서 북한을 향해 증오의 목소리를 내뱉는 이들이 있다. 북한과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을 군복으로 뒤덮고 있다. 이란을 포격하며 압박하는 미국을 위해 파병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전쟁의 경험을 통해 그들은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지 못하고 동족을 향한 분노와 수십 년 동안 흔들리지 않는 반공의 신념을 배웠을 뿐이다. 전쟁은 곳곳에서 군인은 물론, 수많은 민간인과 그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고통을 주고 있다. 전쟁이 우리에게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전쟁은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도시에서 수많은 ‘사마’들이 포격을 두려워하며 떨고 있다. 영화 ‘사마에게’를 보며 이런 교훈과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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