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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IT사업가 구속시킨 ‘수상한 문자’, 단순 착오였다는 경찰
법원 자료사진
법원 자료사진ⓒ뉴시스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하다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된 IT 사업가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관이 단순한 착각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의 보고가 그대로 인용돼 결국 구속까지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단순한 착각'에 의해 구속까지 결정됐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김호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공판기일에 2018년 당시 김 씨를 체포한 김 모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2018년 8월 9일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로부터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자진지원 혐의로 체포된 김 씨는 이틀 후인 11일 구속됐다.

경찰은 체포한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신청서에 “자신의 체포를 알리고 증거를 인멸하라는 듯한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기재했다.

담당 검사는 경찰의 보고 그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역시 이를 토대로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경찰이 언급한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는 김 씨가 보낸 문자가 아니었다. 김 씨의 구속 후 해당 문자는 경찰 공용폰에, 김 씨가 체포되기 20일 전에 김 씨와 전혀 무관한 사람으로부터 ‘수신’된 문자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김 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수사관은 '수상한 문자메시지'를 최초로 발견하고 보고한 경찰이다.

김 씨 측 변호인은 당시 김 수사관이 '수상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과정을 추궁했다.

김 수사관은 "변호사 연락하라고 (공용휴대폰을) 건네줬다"면서 "(김 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아무 말도 안하니 확인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상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사용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과학수사대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그 이후로 2차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아 (문자메시지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김 수사관 외 다른 수사관의 진술서에는 김 수사관이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바로 비닐봉투에 넣어 다른 팀에 인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김 씨에게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추궁하지도 않고 지문감식부터 진행했다는 것이다.

경찰관들의 감시하에 김 씨가 휴대폰을 썼고, 경찰관이 사용 직후 수상한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왜 김 씨에게 바로 문자메시지에 대해 묻지 않았느냐'라는 추궁에 김 수사관은 "(김 씨에게) 변호인과 연락됐느냐라고 물었는데 묵비하고 있어서 물어볼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과수대에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당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씨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보고 있어도 책상 아래로 (휴대폰을) 내리면 안보인다"고 답했다.

'지문 감식이 아니라 문자메시지 원본에 대한 확인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휴대폰을 비닐봉투에 넣어서 인계했기 때문에 그 절차대로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씨 측은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문자메시지에 대해 통신 관련 수사 등 신속히 수사해서 확인한다고 해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야 착오라고 보고했다"고 증거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을 지적했다.

이에 김 수사관은 "제가 보수대에 있으면서 이보다 경한 것(사건)도 구속됐기 때문에 그게(문자메시지가) 없더라도 구속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김 씨 측은 지난 2018년 8월 보안수사대 수사관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IT전문가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 씨가 판매한 소프트웨어를 악성프로그램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을 진술했다.

IT전문가인 안 모 씨는 김 씨의 소프트웨어가 악성프로그램으로 의심된다는 검찰측 감정서에 대해 "감정서에서 지적한 사항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본이 되는 것인데, 하나하나의 세부기능으로는 악의성이 없다"면서 "악성 기능으로 보기 위해서는 세부기능을 어떻게 조합해서 어떤 악행을 하는지가 증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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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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