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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아라, 말한 지 47일”..故문중원 기수 장인이 문 대통령에게 호소한 말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민중의소리

“날씨가 춥다. 추운 날씨가 오히려 내겐 편안하다. 이틀마다 한 번씩 중원이에게 차디찬 드라이아이스 옷을 입혀야 하는데, 날씨가 추우니 오히려 안심이다. 드라이아이스 넣으며 얼마나 춥겠나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조금만 참아라, 내가 너를 꼭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겠다 한 것이 벌써 47일째다.” - 故문중원 기수 장인어른 오준식 씨, 14일 추모집회에서

14일 해 저문 오후 7시, 체감온도 영하 5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선 ‘마사회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가 열렸다. 지난달 27일 유족과 시민사회가 분향소를 김해 장례식장에서 이곳 정부청사 앞으로 옮긴 이후 매일 열린 추모집회다. 집회가 열리는 현장 뒤로 세워진 운구차량엔 故 문중원 씨의 차디찬 시신이 19일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족이 가슴이 찢기는 아픔에도 故 문중원 기수의 시신을 이곳에 둔 이유는 그가 유서에 남긴 바람 때문이다. 故 문중원 기수는 죽기 전 A4 3쪽 분량의 유서에 ‘한국마사회가 불공정하게 운영해 온 마방(馬房) 임대사업의 실태’ 등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빼곡하게 적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다.

집회에서 장인어른 오 씨도 “자네를 하루 빨리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고 싶지만, 자네가 남긴 유서대로 한국마사회의 비리·갑질·부조리가 바로잡힐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훗날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아빠로 기억남 게 할 거다. 대한민국 노동자 故 문중원 열사로”라고 강조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문 씨의 장모와 부인은 고개 숙인 채 눈시울을 붉혔다. 문 씨의 아버지, 어머니도 이 자리에서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민중의소리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민중의소리

“7명 죽었는데, 얼마나 더 죽어야 중대재해라 할 것인가”

이날 집회엔 2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참여했다. 故 문중원 기수처럼 경마공원에서 말을 훈련시키고 시합에 나가는 기수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마사회의 갑질과 낙인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놓고 집회 현장에서 발언을 하진 못해도 집회에 참여해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같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배치를 거부한 이유로 집단해고가 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도 다수 보였다. 공공병원 노동자,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도 보였다.

이들은 “마사회가 죽였다 정부가 책임져라”,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사람 죽이는 공공기관 마사회를 바로잡자”, “김낙순을 해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 씨의 장인 오 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호소했다. 오 씨는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여하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7명이나 죽었는데 얼마나 죽어나가야 중대재해라고 생각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어 “아직도 마사회 적폐들은 나약하고 힘없는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억압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앞서 故 문중원 기수 외에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선 6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비슷한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정병욱 변호사는 유족과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셀프조사’를 고집하고 ‘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한 비판과 과도한 경쟁체제로 기수들을 궁지로 모는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마사회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은 방송연기자와 회사 사이에 노무제공 실질에 비추어보면 방송연기자로 하여금 노조를 통해 방송사업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조건 등을 교섭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전속성, 소득의존성이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더라도 방송연기자는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순 없다며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며 “마사회의 교육, 훈련, 감독, 징계, 기승료, 상금 등의 규정에 비추어보면 기수도 마사회와의 관계에선 노조법상 근로자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마사회는 경마수익을 모두 독식·독점하면서 마주, 조교사, 기수, 말필관리사 등을 자신들의 엄격한 통제와 지휘 아래 두고 있다. 그리고 기수는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체결하므로,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게 다단계 하청구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다단계 하청구조’를 인정하지 않는 마사회를 비판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 집회에서 고개 숙여 눈물 흘리는 고 문중원 기수 장인과 장모.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 집회에서 고개 숙여 눈물 흘리는 고 문중원 기수 장인과 장모.ⓒ민중의소리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사무처장은 경마장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한국마사회가 해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주말마다 향한 곳은 과천 경마장이었다”며 “주말마다 경마장에서 보내던 아버지는 결국 하던 일을 그만뒀고, 그 일로 가족은 해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기억하는 경마장은 도박에 대한 중독과 광기어린 광중의 함성이 난무하던 곳”이라고 했다. 그는 “기수가 낙마하는 사고라도 나면, 관중석에선 안타까움 보단 잃은 돈에 대한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곤 했다”며 “이 순간 더 이상 경마는 국민레저이자 스포츠일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전 사무처장은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선진경마’라는 이름 아래에 경쟁에 내몰린 경마기수들의 죽음을 방조하면서 국민들의 사행성을 부추겨 이득을 취하는 게 아닐 것”이라며 “다른 어떤 일터보다 선진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고, 국민 누구나 건강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으로서 마사회가 가져야 할 역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경마장은 비단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말을 관리하는 노동자, 기수에게도 부당한 지시와 경쟁에 내몰아 결국 생명을 앗아가는 곳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타까운 7명의 죽음이 한결같이 구조적 갑질과 시스템을 주목함에도 사건을 무마시키는 데 급급하다면, 마사회는 공공기관이란 타이틀을 당장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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