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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 칼럼] 故 문중원 기수가 별이 될 수 있도록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06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고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06ⓒ김철수 기자

“중원 선배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꾸준히 말을 탔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데……”

작년 11월 29일 故 문중원 기수의 자살 소식을 들은 동료 기수의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죽음을 결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음이란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극단적 이별일 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죽음을 결행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 앞이 보이지 않고 억울해서다. 故 문중원 기수의 유서도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로 시작한다. 작년 초 세상을 떠난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괴롭힘과 불안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문 기수의 경우엔 죽음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죽음이 아니고서는 마사회 내부의 비리,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고발할 수가 없었기에 생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듯 늦게 집에 들어갈 것처럼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죽음의 고발을 결행해야 했기에…….

4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 정문 앞에서 열린 마사회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유가족이 마사회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04
4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 정문 앞에서 열린 마사회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유가족이 마사회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04ⓒ김철수 기자

생명을 걸고 고발한 마사회 갑질

장장 3장에 걸친 고인의 유서는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에서 겪은 부당함과 부패에 대한 고발장이라 할 수 있다. 마사회의 부정부패를 온몸으로 겪은 그는 유서조차 인정받지 못할까 걱정했다. 유서 말미에 “마사회 놈들은 믿을 수가 없다”면서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고 친필로 썼다.

그는 조교사로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자비를 들여 호주에 가서 말을 타고, 영국에서 조교사 트레이닝 코스를 이수했으며, 일본에서 연수까지 받을 정도로 열성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도무지 조교사 개업(마사대부)을 할 수 없었다. 그 자리는 그에게 마사회 임원과 친분을 쌓거나 부정 지시를 따라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현재 마사회는 문 기수의 생명을 건 고발 내용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기수는 개인사업자라며, 마사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잡아뗐다. 결국 유족들과 동료들은 장례도 못 치르고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시신을 모신 운구차를 세워둔 채 싸우게 됐다. 그렇게 벌써 해를 넘겼다.

1993년 전까지 마사회는 기수들과 조교사, 마필관리사를 모두 직접 고용했다. 이른바 ‘단일마주제 체제’였다. 그러다 1993년 부정경마를 척결하겠다며 말을 개인에게 다 팔아넘겨 ‘개인마주제’로 바꿨는데, 이러면서 다단계 갑질구조가 탄생했다.

마사회는 조교사에게 말을 관리하고 훈련하는 마굿간(마방)을 대여하고 경주를 시행하는 일만 하겠다며, 기수들과 마필관리사, 조교사들을 직접고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마사회는 표면적으로 경주 시행을 하며 마주의 말을 등록하고 순위에 따라 상금을 주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용계약도 하지 않는다. 조교사가 마필관리사와 개별 고용계약을 맺고, 기수와는 기승(경주하거나 훈련을 위해 말을 타는 일)계약을 하고. 마주와는 말 위탁계약을 한다.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 주체들의 고용계약 관계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 주체들의 고용계약 관계ⓒ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그렇다면 정말 마사회는 경주만 시행하고 마굿간만 빌려주는 임대업자인가! 임대업자가 연간 7조 규모의 수익을 올린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마사회는 마주, 조교사, 마필관리사 모두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기수의 면허 발급이나 면허 정지·갱신 권한이 마사회에 있으며, 마사대부 심사권도 마사회에 있다. 조교사나 기수 징계 권한 역시도 마사회가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마사회법’에 명시돼있다. 상금의 책정과 배분은 경주시행규정(93조)에 협의 사항으로 돼 있어, 역시 마사회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니 조교사는 마사회와 마주의 눈치를 봐야 하고, 위계의 밑바닥에 놓인 마필관리사나 기수들은 마사회, 마주, 조교사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기수들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최소한의 안정적인 소득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수의 소득구조는 기승계약료, 기승료, 조교료, 출전 상금이다. 특히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실시하는 ‘선진경마제도’는 순위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부가순위금이 없는 승자독식구조의 급여체계다. 기수들이 새벽부터 오후 5시까지 말을 훈련하고 본인의 체력훈련을 해도 출전을 못하거나 하위권에 속하면 생계가 어렵다.

기수의 생명이 길지 않은 걸 감안하면 더 암담한 일이다. 공공운수노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수들의 월 평균 매출은 300만 원 정도다. 이것은 매출액이기에 기수가 감당해야 하는 4대 보험, 장구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득은 더 낮을 것이다. 이것이 故 문중원 기수가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 막막함이다. 노조가 기수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경쟁성 상금 비율 축소, 비경쟁성 상금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다.

더구나 마사회가 이같은 다단계 하청 구조를 만들 때 명분으로 내건 부정경마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주는 베팅이 허용되니 조교사나 마필관리사, 기수에게 부당하게 정보를 빼내는 일이 가능하다. 기수에게 작전지시를 하는 조교사는 승부 조작을 위해 말의 주행 습성과 다른 작전 지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같은 작전 지시가 공개되지 않다보니, 부정 행위의 책임이 기수에게 온전히 전가되고 있다.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가 넘는 경마기수들이 부정 지시를 경험했고, 이중 85%는 부정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말을 탈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는 1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중문화제'를 개최했다.ⓒ민중의소리

7명이나 죽은 공공기관을 정부는 왜 방치하나

많은 사람들이 마사회가 공공기관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사행업, 이른바 도박을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시행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 경마와 한국 경마 시행은 태생부터 다르다. 식민지 시대인 1922년, 일제는 조선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을 겸해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선경마구락부 주관의 경마를 시행한다. 20년 후인 1942년, 조선총독부는 조선마사회를 설립한다. 이 조직의 이름은 해방 후 한국마사회로 바뀐다. 이는 서유럽에서 말을 기르던 농장주들이 말의 건강함과 훈련실력을 뽐내고 이웃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마을축제 때 열었던 서구 경마의 역사와 대조된다. 그렇다보니 한국경마는 사행성이 크고, 기수나 마필관리사, 조교사들의 인권이 무시된다. 말의 권리(동물권)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마사회가 내건 “말 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여가선용에 기여한다”는 기업 목표에 부합하려면, 조교사, 마필관리사, 기수들을 직접고용하고 사행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답게, 경마가 국민스포츠로 거듭나게 하려면 기수들과 마필관리사에게 행하는 무한 경쟁구조와 인권침해적 행위도 시정해야 한다.

사실 사행성과 무한경쟁구조,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7명이라는 점만 보아도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고도 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세상을 등진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소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나서서 마사회장을 경질하고 근본적 개선 정책을 마련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그러나 여당 국회의원 출신인 김낙순 마사회장은 유족과의 만남을 초기부터 거부했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1월 16일은 고인의 49재 날이다.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49재를 맞이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찢어질 것이다. 정부와 마사회가 故 문중원 기수 부인의 소박하고 절박한 기원을 제대로 듣기를 바라며, 유족의 말을 옮긴다.

“어제 (문 기수의) 부산경남경마공원 동료 기수들이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동료 기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서로 뭉쳐진 힘들이 무너지지 않고 더 단단해져 큰 힘으로 모아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앞으로 부산경마장이 더 나은 환경으로 바뀌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앞이 보이질 않고 깜깜하기만 했던 남편의 미래보다 밝게 빛나는 미래로 개척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깁니다. 선물과 같은 여러분과 함께 하니 외롭지 않은 싸움입니다. 온 마음으로, 온 힘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비록 남편이 아직 제 옆에 누워있지만... 곧 데려가 무한한 경쟁 없고 고통 없는 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곧 하늘의 별이 되어 이 세상을 밝은 빛으로 물들일 제 남편 문중원 기수를 영원히 기억해주세요.” -2020년 1월 9일 촛불문화제,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님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문중원 기수 죽음으로 몰고 간 마사대부심사 부정, 한국마사회 업무방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아내 오은주 씨와 부친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15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문중원 기수 죽음으로 몰고 간 마사대부심사 부정, 한국마사회 업무방해 고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아내 오은주 씨와 부친 문군옥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15ⓒ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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