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젊음을 낚아챈 영롱한 일렉트로닉 음악 7곡
코스모스 슈퍼스타 정규 1집 ‘Eternity Without Promises’ 앨범 자켓
코스모스 슈퍼스타 정규 1집 ‘Eternity Without Promises’ 앨범 자켓ⓒ사진 = 코스모스 슈퍼스타

음악은 순간을 낚아챈다. 순간을 낚아채고, 순간으로 초대한다. 좋은 음악은 빨리, 강력하게, 오래 순간을 낚아채고 지속시키는 음악이다.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고, 오래 낚아채는지가 음악의 완성도를 가른다. 자신이 경험했든, 경험하지 않았든 상관없다. 음악은 경험의 재현일 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다. 좋은 음악은 경험했으나 잊었던 순간으로 복귀시켜주고, 경험한 사람과 다르지 않은 감정과 인식의 소용돌이를 선사한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첫 정규 음반 ‘Eternity Without Promises’가 낚아채는 순간은 젊음의 순간이다. ‘약속 없는 영원’을 노래하는 코스모스 슈퍼스타는 7곡의 노래로 사랑에 빠진 순간을 낚아채고, “부서지기 쉬운 세계”를 낚아챈다. “내 목을 조이는 불면”이 노래가 되고, “젊음이 지난 우리 모습”을 예쁘게 노래한다. 입센의 희곡이나 그리그의 곡과 관계 있을 ‘페르귄트’, 사랑의 열망을 에로틱하게 노래한 ‘어제’, 꿈에 대해 노래한 ‘Dream catcher’까지 일곱 곡에서 코스모스 슈퍼스타와 목소리와 노랫말, 사운드는 모두 젊음의 여러 순간을 낚아채는데 여념이 없다.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목소리에는 정체되거나 노회한 기성의 가식이 없다. 그의 목소리는 여리고 투명하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를 통해 아무 것도 숨겨지지 않는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았거나, 이미 성장했음에도 내면의 순수함을 버리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젊음을 표상한다. 후반부의 곡들은 침잠하는 편이지만 그 곡들에서도 피로와 무딘 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노랫말로 보여주는 사건과 감정 역시 젊음이 아니면 이만큼 영롱하게 반짝이기 어려운 순간들이다. 그러나 그 반짝임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보컬과 사운드는 내내 공간감을 갖고 아련하고 아득하게 울려 퍼지면서 이 순간의 세계가 얼마나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지 드러낸다. 실제로 모든 젊음은 눈부시지만 불안하고 흔들린다. 그 흔들림과 연약함이야말로 젊음을 젊음으로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젊음을 떠난 이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쉽게 들뜨지 않는다.

코스모스 슈퍼스타
코스모스 슈퍼스타ⓒ사진 = 코스모스 슈퍼스타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목소리와 노랫말, 사운드는 자신이 낚아채려는 순간을 향해 정확하게 나아간다. 뒤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는 노래의 태도는 이 노래가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자화상이거나 아니거나 관계없이 현재의 젊음을 기록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세상의 많은 음악은 현재의 노래이거나 과거의 노래 둘 중 하나이다.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노래는 전자의 노래이다. 당사자의 노래이다.

일렉트로닉, 포크, 팝, 힙합 등 어느 장르로도 표현할 수 있는 젊음을 노래하는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포크 싱어송라이터 같은 질감의 보컬을 엮어 기존의 노래들과 다른 자신의 어법을 획득한다.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노래가 현재의 젊음을 노래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겠지만,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방식은 같은 대상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통해 새로움과 당대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예술에서는 내용만큼 형식이 중요하고, 형식이 조응하지 못하면 내용이 온전해질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형식을 만날 때 현재의 작품이 될 수 있다.

‘Ruby’에서 들려주는 신비로운 신디사이저 연주와 달콤한 멜로디를 부풀리는 소리의 울림, 리듬의 변주는 다른 곡들로 이어진다. ‘Teenager’에서 활용한 신스팝의 감각은 행복과 불안이 교차하는 마음을 현재의 음악 질감으로 옮기는 주역이다. 뉴트로라는 유행을 통해 귀환한 감각은 어느 음악보다 2019년의 음악임을 확실하게 표출한다. 미니멀한 ‘Night Routine’의 구성은 불면의 고통마저 풋풋하게 물들인다.

이 음반에서 ‘Teenager’와 함께 가장 예쁜 곡인 ‘70년동안의 여름’도 젊음이기에 던질 수 있는 낭비와 허비와 소비와 오해의 약속으로 젊음의 특권을 반증한다. 이제는 젊음조차 특권이 되지 못하는 시대라 해도 노래는 싱싱하다. ‘페르귄트’에서 몽롱한 울림으로 빠져들고, ‘어제’가 농염한 환상을 이어갈 때 코스모스 슈퍼스타의 노래는 풍성한 여운을 준다. ‘Dream catcher’도 서정적이고 은은한 무드를 이어가며 음반을 마무리 한다. 젊음의 달콤함과 환상과 의지까지 생포한 꿈 같은 노래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