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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딸 KT채용, ‘특혜’는 맞지만 ‘뇌물’은 아니라는 법원
KT에 딸 채용을 청탁(뇌물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1.17.
KT에 딸 채용을 청탁(뇌물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1.17.ⓒ뉴시스

법원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뇌물'로는 볼 수 없다며 김 의원 대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KT 측이 '알아서' 대가도 없이 김 의원의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판결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75)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8년 12월 최초로 의혹이 제기된 후 지난해 7월 검찰이 기소한 지 6개월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앞서 김 의원은 2012년 자신의 딸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대가로 같은 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무마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 등에게 김 의원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혐의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의원에게 징역 4년,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딸이 KT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여러 특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를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사이에 오간 '뇌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이 정규직 채용과정에서 치른 인성검사에서 불합격에 해당하는 'D유형'을 결과로 받았으나, KT 측은 김 의원 딸에게 다음 단계 전형을 보게 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뇌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또한 없다고 봤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의 공모 관계를 밝힌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은 김 의원의 딸이 KT 파견직원으로 일하던 시기가 2011년이므로 그 해에 계약직 채용 청탁이 이뤄진 것이 맞다고 봤다.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도 2011년에 김 의원으로부터 김 의원 딸의 계약직 이력서를 전달받았으며, 이후 이 전 회장으로부터 김 의원 딸의 부정 채용을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 "서 전 사장은 2011년 이석채·김성태 피고인과 여의도의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했고, 그 자리를 전후해 이석채가 파견계약직 근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면서 "그러나 피고인의 일정표에 2009년 5월에 만나는 것으로 적힌 사실, 서유열의 법인카드 결제내역 등을 볼 때 단 한 차례 뿐이었다는 만찬은 2009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식당 영수증 1장이 판결을 가른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이다.

지난 10월 이 전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도 김 의원 딸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부정 채용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 김 의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뇌물죄 처벌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검찰의 부실수사도 지적된다. 김 의원과 이 전 사장 사이에 뇌물이 오간 정황을 증명할 직접적인 증거는 서 전 사장의 증언이 유일했다. 이 또한 증거로 제출된 영수증 1장으로 무너져버렸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전 회장이 서 전 사장에게 정규직 채용을 지시하는 방법으로 김 의원에게 딸의 정규직 채용 기회를 공여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KT에 딸 채용을 청탁(뇌물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김성태 의원이 채용 대가로 KT회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줬다고 보고 김 의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KT에 딸 채용을 청탁(뇌물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김성태 의원이 채용 대가로 KT회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줬다고 보고 김 의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뉴시스

법의 빈틈도 지적된다. 당초 김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딸의 정규직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두고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뇌물수수 혐의로만 기소됐다. 검찰 측은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공소유지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의원 사례와 비슷하게 '채용비리 의혹'으로 기소됐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채용의 권한'이 없는 권 의원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 이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 김준우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현행에서 직권남용죄는 권한이 없는 부분에서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면서 "약간 입법 공백 같은 건데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입장에서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지 못하고,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대가성만 입증되면 될 수 있다고 본 것 같은데 수사 단계에서 (증거를) 다 잡아내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은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서 전 사장은 지시 받아 채용을 했다는 건데, 어디선가 빈 곳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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