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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 목돈 주고, 상속 제한하고…진보정당의 공약이 현실 불가능하다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공산당이냐", "잘 나가다가 이렇게 헛발질하지 ㅉㅉ"

뜨거운 반응들이 이어져서 기사를 쓴 저도 놀랐습니다. 이 반응들은 모두 진보정당들이 내놓은 총선 대표공약들을 소개한 기사에 달린 실제 댓글들입니다. 물론 응원하는 글도 일부 있었지만,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한 공약이냐는 반감 섞인 의구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아시겠지만,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각 정당에서는 총선 채비가 한창입니다.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만큼 총선을 대비한 공약들도 하나둘 발표하고 있습니다.

공약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각 정당의 상징적인 약속이기도 한데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절감을 위해 공공와이파이를 확충하는 공약을 발표했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가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 개혁을 진짜 1호 공약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진보정당도 진보정당만의 색채를 담은 공약을 잇달아 내놓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정의당은 총선 대표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 ▲부동산 투기근절법 및 서민주거안정법 ▲최고임금제 등을 내세웠습니다. 민중당은 ▲상속 및 증여 상한제 ▲양도소득상한제 등을 약속했죠.

공약의 핵심 내용은 기사를 통해 한 번씩 소개해 드렸지만, 이번에는 공약의 탄생 배경과 효과 등을 포함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런 공약들이 내 삶에 적용되면 어떨까'를 상상해보시면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자산·부동산·임금 불평등 해결 위해
잇따라 공약 발표한 정의당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와 윤소하 원내대표. 자료사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와 윤소하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정의당 공약부터 살펴볼게요. 우선 청년기초자산제는 만 20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3천만원의 출발 자산을 주는 '청년기초자산제'입니다.

지금 20대의 삶은 어떤가요. 1년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야 하고 평균 월세 50만원인 원룸들 중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하려면,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이마저도 부족해 빚을 내야 하는 현실입니다. 참고로 대학을 졸업한 뒤 이 빚을 청산하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절망적인 현실입니다.

누군가는 '부모찬스'를 통해 메꿀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이 더 많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부모찬스가 아니라 사회찬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동등한 출발선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해주자는 겁니다. 정의당은 이 제도가 실현되려면 약 15조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현재 8조원 정도 걷히는 상속·증여세 등의 세금을 보다 엄격하게 거둬들인다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3천만원이라는 기준은 대학등록금과 주거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 금액입니다. 지난해 4년제 대학교 한해 평균 등록금은 670만원으로, 이를 4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2,680만원이 들어갑니다. 정의당은 20대 1인가구 기준 주거비로 약 3~5천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20세 청년에게 3천만원을 지급해주자는 공약이 과하다고 느껴지시나요.

다음은 부동산 투기근절법 및 서민주거안정법입니다. 보통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3년을 겨우 넘는다고 합니다.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이사한다면야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집주인이 전·월세 값을 크게 올려서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가 많죠.

정의당이 내놓은 공약은 세입자가 9년까지는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연동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고 전세 계약기간은 기본 3년으로 하되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보장해 최소 9년간 세입자의 거주권을 보장해주자는 거죠. 다주택자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제대로 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의 부동산대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위공직자들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최근에는 '최고임금제'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이 제도는 국회의원과 공공기관, 기업 CEO의 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해 최고임금을 못 박아두는 겁니다.

정의당이 집계한 자료(2018년 기준)에 따르면, 민간기업 CEO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수백 배 많은 임금을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엄청난 격차에 더 놀라실 겁니다. 일례로 CJ제일제당 손경식 대표이사의 임금은 88억으로 최저임금의 469배고,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은 70억 3천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372배 많은 임금을 받습니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342개 공공기관장의 평균 임금은 1억 6천여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8.9배가 많습니다. 지난해 국회의원에게 지급됐던 세비는 일반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모두 포함해 1억 5천여만으로, 최저임금보다 7.3배 많다고 합니다. 정의당의 공약은 민간기업의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30배로, 공공기관의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7배로, 국회의원의 보수는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정할 수 있도록 제한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심각한 임금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능하냐고요? 정의당 공약의 내용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미 부산을 시작으로, 경기와 울산, 경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기관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최고임금제 조례가 만들어졌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널리 확산되는 추세라는 현실을 참고로 전해드립니다.

불로소득 환수 주장한 민중당
상속·증여는 30억까지만
부동산 매매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제한

민중당이 지난 달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인 재산의 상속과 증여에 한도를 정하는 30억 상한제를 공약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1
민중당이 지난 달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인 재산의 상속과 증여에 한도를 정하는 30억 상한제를 공약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1ⓒ정의철 기자

민중당의 공약도 꽤 파격적입니다. 민중당은 최근 총선 대표 공약으로 부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상속·증여 30억 상한제'와 '양도소득상한제'를 내세웠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상속액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무려 8,449명이 20조원을 상속받았다고 합니다. 1인당 24억원이죠. 올해 최저임금이 2100만원이 조금 넘으니까 단순히 계산해보면 단 한 푼을 쓰지 않고 11.4년을 모아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금액이네요. '현타(현실자각타임)'를 느끼게 하는 수치입니다.

민중당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안 쓰고 안 먹으며 땀 흘려 일해봤자 부모 잘 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는 게 아니냐'고요. 이러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끊어내기 위해서는 재산권 개념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이죠.

그래서 민중당은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부모의 돈이라고 무한정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허용된다면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상속과 증여의 최대한도를 정해놓자는 겁니다.

아예 상속과 증여를 막자는 건 아닙니다. 현행 상속세 최고구간인 30억부터는 90%의 세율을 적용해 사실상 국가가 환수하도록 하는 겁니다. 현재 상속세율은 최고 50%입니다. 민중당에 따르면 여기에 해당하는 대상은 2018년 기준으로 557명(상속), 773건(증여)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금 황당하다고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이승만 정권 때부터 박정희 정권 일부 시기까지 상속세 최고 세율이 90%가 적용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상속세 강화가 아예 허무맹랑한 일은 아니라고 민중당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공약으로는 양도소득상한제를 내놓았습니다. 현재의 양도소득세 부과 체계를 바꿔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 부동산 투기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을 제한하자는 것이 주요한 내용입니다.

주택 매매 횟수와 상관없이 최초 주택 구매 이후 10년간 3억원의 양도차익만 허용하고, 그보다 많은 양도차익에는 90%의 세율을 적용해 국가가 거의 전액을 환수하도록 하자는 주장입니다.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집을 팔아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제한해야지만 가능해진다는 판단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모두가 불평등 해소 외치는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현실
이제는 극약처방 필요한 때가 아닐까

요즘의 화두는 단연 '불평등 해소'입니다. 당장 진보정책들이 내놓은 공약들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지실 겁니다.

물론 의구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기억을 되돌려보면, 그렇게 사회는 조금씩 나아져 왔습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부자에겐 세금을, 서민에겐 복지를'이라는 구호를 내걸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을 주장했죠. 그리고 2020년 현재, 이러한 복지정책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현실로 정착됐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복지에 대한 요구는 당시만 해도 '빨갱이 정책'이라는 딱지가 붙여졌습니다.

정의당과 민중당도 이번 총선 공약을 검토하면서 일부 비난 여론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렸던 공약을 만든 정의당과 민중당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늘 있던 일이죠"라고 대수롭지 않아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예 실현 불가능한 내용도 아닐뿐더러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러한 공약들을 내놨다고 합니다.

"이번 총선은 불평등과 싸우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지금의 불평등을 계속 용인하게 된다면 시장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 통합도 불가능해질 테니까요. 오히려 지금은 좋은 의미의 포퓰리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이 심각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겠어요?" -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복지 확대만을 강조해왔죠. 그런데 기존의 방식대로, 문제를 조금씩 보완하는 수준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산권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상속·증여상한제'를 공약한 겁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민중당 김정엽 정책실장(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실 정치권에서 '불평등 해소'를 제1과제로 꼽은 지는 꽤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어쩌면 지금,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진보 정당의 극약처방과도 같은 공약들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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