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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반문재인? 아리송한 안철수의 ‘공정’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년여 동안의 해외 생활을 마친 후 지난 1월 19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귀국 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2020.01.1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년여 동안의 해외 생활을 마친 후 지난 1월 19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귀국 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2020.01.19ⓒ정의철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 후 연일 '공정'을 강조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우리 사회에 "공정이 실종됐다"고 지적하며,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 바로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거듭 호소하는 중이다. '공정한 사회'는 안철수신당(가칭)이 제시한 비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안 전 대표 역시 문재인 정권의 약한 고리인 공정을 공격하며 현 정권에 실망한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외치는 '공정'이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에만 그치면서 정작 안 전 대표가 만들려는 공정한 사회는 어떤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계 복귀 후 줄곧 '공정사회' 강조하는 안철수
조국 비판한 김경율과 대담하고
조국사태 당시 촛불든 청년 만나 정부 비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귀국 사진. 자료사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귀국 사진.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안 전 대표는 귀국 전부터 공정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9일 이른바 '안철수계'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전한 영상 메시지에서 "외국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이해하기 어렵고 혼란스럽다. 정의와 공정의 기준이 무너져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는 편 가르고 국민 분열시켜서 자기들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낡은 정치가 있다.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고 국민보다 자기 편 먹여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낡은 정치가 있는 것"이라고 문재인 정권을 직격했다.

귀국 후 첫 일성도 역시 공정이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불공정으로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공정의 실종을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대학이 결정되고,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은 팬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불공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같은 여론 조작은 좋은 음악을 들을 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탈했고, 반칙하지 않는 많은 음악인들과 그 팬들은 분노해야 했다"고 불공정한 사회상을 거론했다.

안 전 대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뒤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모든 의지와 역량을 쏟아붓겠다", "불공정한 규칙을 찾아 없애고 청년 세대를 위한 초석을 다시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안 전 대표는 짧은 시간 귀국 소회를 밝히면서 공정 또는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10번이나 사용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0.01.21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식당에서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0.01.21ⓒ정의철 기자

안 전 대표의 정치 행보 역시 공정과 맞닿아 있다. 귀국 후 안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처음 만난 인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를 옹호하던 진보진영을 비판하며 참여연대를 떠났던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었다.

안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과의 대담 후 "같이 공감했던 내용이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그리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과 만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해외에 있을 때 조국 사태가 나면서 평소보다 거의 10배 정도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경율 회계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공정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능력과 민주주의, 그리고 공정이 없는 정부라고 지적하며 "이 모든 불공정들을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고 제도화해서 없애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인데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불공정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을 제대로 바로잡는 것이 이번 총선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조국 사태' 당시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을 찾아갔다. 그는 "이념과 진영논리에 찌든 '운동권 586세대'가 우리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물려줘야 하는 의무를 다하는데 실패했다"며 "기성세대와 기성정당이 미래세대를 위한 공정사회 구현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실태가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며 "무원칙, 불합리, 불공정, 가짜 민주주의와 같은 것들을 젊은 세대들과 깨나가야 우리나라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비판 수위는 높아졌지만, 안철수의 공정이란?
구체적인 청사진은 여전히 부족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하는 국회 개혁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04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하는 국회 개혁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2.04ⓒ정의철 기자

안 전 대표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불공정이며 정부를 비롯한 기성 정치권이 자신의 이익만 탐하면서 불공정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정부를 비판하는 수위는 높아졌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공정한 사회로 바꾸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정도인데, 이러한 구호는 기성 정당에서도 수없이 반복됐던 정치적 수사라는 점에서 새로운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안 전 대표가 공정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가 불공정 해소에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윤곽은 신당의 비전이나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이 때에도 정부 비난 외에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모호하다는 비판은 거듭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신당의 창당추진기획단장을 맡은 이태규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조국 일가 문제에서부터 사회의 공정이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미래로 갈 수 없는 인식"이라며 "본인이 외국생활을 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겠다는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굉장히 강하게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공정의 핵심은 기회의 균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도적 부조리와 기득권을 없애는 것"이라며 "(불공정한 부분을) 제도적으로 고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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