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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의 교육희망] 사립학교 개혁, 네가지 해법 찾아야 승리한다

미래지향이란 변화 요소와 속도를 예측하여 대비하는 일이다. 새롭게 교육 목표를 확인하고 현재를 지양하는 일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구조와 노동형태가 변한다. 아울러 사회·문화적 환경도 빠르게 달라진다. 학령인구가 급감한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 정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목표로 다양한 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초·중등 사립학교는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맞이할 역량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사립학교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그러므로 사립학교를 고려하지 않은 모든 교육개혁 시도는 실패로 귀결된다. 정치권과 교육부는 사립학교 개혁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는 김대중 정부 이후 끊임없이 사립학교 개혁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번번이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쳐 실패했다. 사립학교법은 2005년 개정에 대한 반동으로 2007년 재개정되었다. 그후 약 10여 년 동안 사립학교 정책은 계속 사학법인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다수의 학교법인과 사립학교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혁신하기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현상유지 또는 구태를 답습하는 것을 선택했다. 낡은 입시경쟁 강화에 힘썼다. 부패와 갑질, 부정과 불공정을 저질렀다. 잿밥 챙기는데 더 열심인 경우가 허다했다. 그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사립학교 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01.13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01.13ⓒ정의철 기자

지난 1월 13일,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용진 의원이 전국 비리유치원 명단을 폭로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한 2018년 10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사용해야 할 교비를 명품 구매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에듀파인 도입이 법적 의무가 됐다. 유치원을 설립·경영할 수 있는 자격도 법제화됐다.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치원도 학교급식 관리 대상으로 포함했다.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진일보한 쾌거다.

촛불항쟁 이후 사립학교 개혁을 위해 끊임없는 시도가 이어졌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이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각각의 변화는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학교법인의 책임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운영에 관한 법률’ 대상에 사립학교와 학교법인 포함(2017.04.18.)
-비리로 쫒겨난 종전이사의 정이사 추천권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시행령 개정(2018.06.18.)
-관할청 징계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립학교법 개정 (2018.11.29.)
-사학비리를 저지른 자가 법인을 해산하며 친족 등에게 잔여재산을 귀속시키는 것을 막는 이른바 ‘먹튀 방지’ 사립학교법 개정 (2018.12.27.)
-교육부, 사립 초·중등 교원 신규채용 표준매뉴얼 발표 (2019.03.12.)
-교육부, 사립학교 교원 징계규칙 제정 (2019.10.17.)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립학교교원징계업무표준매뉴얼, 학교법인 정관 길라잡이 발행(2019.11.15.)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방안 발표(2019.12.18.)

특히 지난해 말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신뢰 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에는 그동안 국민이 요구했던 사학의 공공성 강화 내용이 폭넓게 담겨 있다. 교육부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법인 책무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학교 운영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사립 교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 그리고 사학법인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효율적인 감독을 하기 위한 교육부 자체 혁신 방안 등 5개 분야 26가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러 교육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했던 내용을 대폭 수용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꾸준히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한 결과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로 사학개혁을 이루었다고는 볼 수 없다. 선언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또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안이라 하기에는 미흡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사학 법인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12.18.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사학 법인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12.18.ⓒ사진 = 뉴시스

우선, 26개 개혁과제 중 17개는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실현할 수 있다. 신경민, 여영국, 박용진, 박주민 의원 등이 이미 발의한 법안이 8개 정도다. 그러나 법률안 발의로 법이 바뀌진 않는다. 유치원 3법은 국민의 관심 속에서도 발의부터 통과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으로 떠났다. 이번 국회에서 사학개혁 법률안을 1개라도 통과시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의 운명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교육부 사학혁신 추진방안의 의미는 방향을 정하고 시동을 걸었다는 정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그렇더라도 교육부가 시행령 등을 개정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먼저 추진하면 사학개혁의 신호탄을 올리는 효과는 발휘할 수 있다

교육부는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20대 국회 막바지에 립서비스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기간에라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정치권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고, 21대 국회가 시작되었을 때 연속하여 개혁과제를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초·중등 무상교육 전면화 시대에 맞는 사립학교 체제에 대한 고민이 없다. 사학법인은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하며, '기본재산'은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구분한다. 교육용 기본재산은 학교 건물과 대지 및 운동장처럼 교육에 직접 사용하는 재산이다. 그 외 토지, 건물, 현금과 유가증권, 수익사업체 등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수익사업이 가능하다. 건실한 사학이라면 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학교운영경비를 어느 정도 부담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건실한 사학법인이 거의 없다.

사립학교 회계 중 학교법인 ‘이전수입’ 이란 사학연금, 건강보험 등 법인에게 부과하는 ‘법정부담금’ 과 법인이 학교로 교부하는 ‘학교운영비 및 목적사업비’ 등을 말한다. 2018학년도 사립학교 총 세입 10조 9956억 중 학교법인 이전수입액은 1,477억으로 결산 대비 1.3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98.66%는 국가와 학부모가 부담했다. 이 또한 지속적 감소 추세에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한지 오래다. 내년에는 고등학교 전 학년이 무상교육 대상이다.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 대부분의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한다.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유치원 누리과정과 초중고 무상교육이라는 국가 지원체계를 통해 실현하는 시대로 접어든다.

이런 상황의 초중고 교육에서 공·사립의 구분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학교의 공적 책무성은 공·사립을 불문한다. 그런데 현행 법률은 여전히 인사와 재정 등 학교운영에 관해서는 사학법인에게 모든 권한을 준다. ‘초중등 사학기관 재정진단 및 평가’ 등으로는 사학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성을 달성할 수 없다.

사립학교 사무직원에 대해 생각해보자. 공립학교 사무직원은 치열한 공무원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그런데 최근까지 사립학교 일반직 행정직원은 연줄이 닿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행정실장에 친인척 중 누구를 앉혀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채용한 직원에게 국가는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신분을 보장한다. 이들이 법인에 충성하면 오히려 공무원보다 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 징계권을 법인이 독점하도록 보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도교육청에서 사립학교 직원 공개채용 절차를 마련한 곳도 있다. 그러나 통일된 법률이 없을 뿐더러, 사학법인에서 공개채용을 한다 하더라도 공립만큼 공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공·사립 구분이 의미없는 무상교육 시대에 사립학교 교원은 물론 사무직원까지도 시도교육청이 채용하고 파견해야 한다. 최소한 1차 전형에 대해서는 교육청 위탁을 의무화해야 한다.

사립학교 교원 징계 업무, 학교법인 정관 길라잡이
사립학교 교원 징계 업무, 학교법인 정관 길라잡이ⓒ사진 = 권종현 교사

세번째로, 인구 절벽과 고교체제 개편, 그리고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악한 사학이 스스로 해산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폐쇄적이고 단위가 작아 교직원 수급과 인사이동에 경직성이 크다. 그러므로 사학법인 내에서 교원 수급을 조절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다가오는 인구절벽 시대 고교체제와 고교학점제 등에도 맞지 않는다.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등이 사립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폐쇄성과 그에 따른 비민주성 때문이다. 공·사립 학교 간 또는 사학법인 간에 교직원 전보 또는 파견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마땅히 지금처럼 법인이 인사권을 독점해서는 불가능하다. 시도교육청과 사학법인이 인사권을 재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 사립학교법 자체를 분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립 초·중등학교와 사립대학은 작동 방식이 매우 다르다. 이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는 모두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 시대다. 사립학교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 없다. 학교운영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적용하고, 교직원은 교육공무원법을 준용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은 사립대학 법인과 학교 그리고 교직원을 적용 대상으로 한정하면 된다. 연동하여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장기적 방향을 세우고 지금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사립학교는 70년 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이던 시절 설계된 제도다. 교육이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복무했던 시절, 자리를 잡은 제도다. 기술발전과 사회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사립학교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못하면 2020년대가 요구하는 초중등 교육은 불가능하다. 초중등 교육은 국가가 완전히 책임질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권종현(전교조 부대변인, 우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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