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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 정우성 등 배우들의 명연기를 엮은 ‘돈가방 소동극’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스틸컷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등 배우들의 이름에 눈길이 먼저 갔다. 하지만, 연기력 좋은 배우들을 신인인 김용훈 감독이 잘 조율하며 작품으로 엮어낼 수 있을지 걱정됐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배우들의 명연기를 깔끔한 버무려낸 연출력이 돋보이는 ‘소동극’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한동안 카메라는 ‘돈가방’을 따라간다. 가방 속 돈은 어떻게 생겨난 것이고, 누구의 손을 어떻게 거치는지 쫓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 영화의 연결고리는 ‘돈가방’이다. 굳이 주인공을 따지자면 ‘돈’이 주인공일 수도 있겠다. 빚, 호구, 먹이사슬, 상어, 럭키 스트라이크, 돈가방 여섯 챕터로 구성된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배열돼 있지 않다. 돈가방을 중심으로 한 시간은 현재의 시간이고, 돈 가방 속 돈의 출처와 관련한 시간은 과거의 시간이다. 현재와 과거 두 시간대는 영화 마지막에 같은 시간대로 합쳐지면서 끝을 맺는다.

순서를 뒤섞고 인물들을 복잡하게 연결하고, 돈을 둘러싼 물고 물리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뤄진 영화는 가이 리치 감독의 1998년 데뷔작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는 가이 리치 감독의 데뷔작에 비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퍼즐이 맞춰지고, 돈가방에 대한 의문과 행방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완성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기존의 한국 영화와는 다른 서사 방식으로 전개되는 신선함이 있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평가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스틸컷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스틸컷

이 영화는 일본의 추리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장편 미스터리 느와르 픽션인 동명의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다. 항구도시인 평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주요한 동력은 ‘돈’이다. 갑자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출입국 관리사무소 공무원인 태영, 파산한 뒤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미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그런 그들에게 ‘돈’이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신기루로 다가오지만, 돈을 마음에 품으면 품을수록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돈은 평범한 사람들을 때론 야수로 돌변하게 만든다. 법을 어기지 않고, 살아가던 이들도 막다른 상황에 몰리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박함이 때론 나쁜 선택으로 이어진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들은 범죄에 빠져든다. 자본주의란 이렇게 평범한 이들조차 범죄의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나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이 영화를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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