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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영화인’ 기피하더니...4관왕 봉준호에 태도 급변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2.11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2.11ⓒ정의철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 쾌거를 이뤄내자 봉 감독을 대하는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봉 감독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그를 ‘영화로 좌경화를 추진하는 자’로 일컬으며 불편하게 여겼던 이들이 뒤늦게 봉 감독을 높게 평가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한민국의 문화 국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도 수상한 기생충은 한국적인 주제로 한국어로 만든 영화가 세계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 입증해 보였다”며 “우리 영화계는 앞으로도 더욱더 놀라운 상상력을 계속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한 줄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가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과 연계해 프랑스 배우 알랭 드롱의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을 떠올리고, 알랭 드롱이 데뷔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부잣집 아들을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는 ‘리플리’ 역을 연기한 것을 거론하다 “문재인 정부를 보니 리플리 증후군이 떠오른다”고 비꼰 것이 전부다.

심 원내대표는 뒤늦게 “앞으로 제2, 제3의 봉준호가 탄생해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우리 자유한국당이 영화를 비롯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나오도록 입법 등을 통해 지원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전히 봉 감독의 수상을 정쟁의 소재로 이용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김성태 의원은 “전날 포털 뉴스 기사에는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됐다”며 “조직적인 댓글도 눈에 많이 띄고 있다. 그냥 축하하면 될 일이지 왜 정치색을 강요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생충’ 책임 프로듀서이기도 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영화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 직·간접적 지원을 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이 부회장을 못마땅하게 여겨 사퇴를 요구하는 등 ‘CJ 흔들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정·재계에 파다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2014년 타의에 의해 미국으로 갔고, 어쩔 수 없이 그룹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전날 ‘기생충’ 수상 소감에서 봉 감독과 한국 관객, 남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함께 드러냈다. 이 부회장의 이례적인 공개석상 발언 뒤 각종 외신은 그의 남다른 이력과 행보를 조명했고,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함께 비춰졌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출하며 “아무리 총선 판이지만 댓글 조작, 여론조작 좀 그만했으면 한다”며 “때마침 지난밤 한 유튜브가 네이버 실검(실시간 검색어)이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 실험했다. 봉준호 감독을 누르고 실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것이 ‘실검 조작 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하는 이유”라며 “총선이 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효상 의원은 “봉 감독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좀 다른 시각에서 한두 말씀 드리겠다”며 “CJ그룹이 한국 영화에 끼친 긍정적인 의미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강 의원은 “CJ그룹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같은 쾌거가 있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며 “여러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CJ그룹에 우리가 축하하고 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 의원은 “봉 감독은 대구 출신”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1969년에 대구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닌 봉 감독인데 저도 동시대에 그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며 “우리 같은 250만 대구 시민들과 함께 봉 감독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이하준 미술감독, 곽신애 대표, 양진모 편집 감독, 한진원 작가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10
배우 송강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이하준 미술감독, 곽신애 대표, 양진모 편집 감독, 한진원 작가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10ⓒ뉴스1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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