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홍천엄마 그림일기] 미국연수 다녀온 홍천엄마①

지난달 대학원 연수로 미국 시애틀, 포틀랜드를 가게 되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생태와 도시재생 관련 수업을 통해 ‘포틀랜드, 내 삶을 바꾸는 도시혁명:야마자키 미츠히로’, ‘힙한 생활혁명:사쿠마 유미코’ 등 책을 읽으며 세상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라며 극찬받는 포틀랜드란 어떤 곳일까 궁금함이 생겼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부정적 감정이 먼저 생기며 한 번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곳인데 막상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니 궁금하긴 했다. 포틀랜드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시애틀로 가서 이틀을 묵고 버스를 타고 3~4시간 거리인 포틀랜드로 갔다가 다시 시애틀로 돌아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평생 가볼 일 없을 것 같았던 미국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작년 겨울 연수로 스페인을 15시간씩 경유해서 간 경험이 있어서일까. 직항으로 10시간이란 영화를 세 편쯤 보고 자다 일어나면 도착하는 거리다. 여행 삼총사 ‘에어비앤비, 우버, 구글’이 있으면 세계 어디든 걷기와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도 ‘미국인은 바보’로 생각했던것 같다.

“맥도널드를 먹고 살이 뒤룩뒤룩 쪄서 ‘아프리카라는 나라는’이라고 말하는 지적 수준이 의심될 정도의 발언을 하는 대통령을 뽑으며, 자신의 재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집을 사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초래하고...”

‘힙한 생활혁명’의 사쿠마 유키코도 이런 생각을 하며 2008년 미국을 더 알아보기 위해 미국일주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평생 갈 일 없을 것 같던 미국
나도 다른 이들처럼 미국인은 바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시애틀 공항에 내려 커다란 가방을 끌고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대중교통으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먼저 도착한 네 명이 머리를 모으고 지도를 보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다가와서 도움을 준다. 전철을 타고 시내까지 나와서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버스 기사님께 길을 물어보면 버스를 길가에 세워놓고 뒤적뒤적 돋보기를 챙겨 쓰고 아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긴 무엇이든 다 크구나. 미국은 갈매기도 엄청 크고(공원에 앉아 있는 갈매기가 너무 커서 조각상인 줄) 마을버스도 우리나라 버스 세 배만 하고, 밥을 시키면 양이 두 배쯤 나오고, 집도 한 가정이 4층짜리 단독주택이라니. 냉장고도 크고, 그릇도 크고,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물병은 ‘바께스’(!)만 해”하며 깔깔 웃었다. 서울만 가도 어지러운 홍천 엄마는 뭐든지 큰 미국에서 살짝 정신이 혼미해졌다.

시애틀 선데이 마켓의 할머니
시애틀 선데이 마켓의 할머니ⓒ박지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자유로운 도시들, 작은 공동체에서 시작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 더 많이, 더 큰 것을 소비했던 기존의 문화를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문화를 시작하는 기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놀랍도록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독립카페가 곳곳에 생겨나고, 파머스 마켓에서 신선한 농장 직배송의 물건을 구매하고,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크래프트) 문화가 피어났다. 대량생산이 만들어낸 조악한 상품을 소비하는 대신 우리 지역에서 만든 제품,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만든 제품을 소비하면서 서로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다음날 방문한 시애틀의 선데이마켓(파머스마켓)에는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이 커다란 개와 함께 산책을 나와 장을 보고 있었다. 한 목장에서는 양젖으로 만든 치즈, 우유, 양털로 만든 털실 등을 팔았다. 사과 농장에서는 7~8종류의 다양한 사과와 따뜻한 사과주스를 갖고 나왔다. 글루텐 프리에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맛있고 건강한 빵, 주인이 직접 고아서 만든 생강 캐러멜, 동화에 나올 것처럼 보이는 할머니가 털실로 직접 짠 수공예품, 인디언의 후예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파는 다양한 가공 연어, 여기에 로컬 맥주, 감자, 파, 야생벌꿀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건강해지는 시장이었다.

시애틀의 생활협동조합 매장 PCC에서는 언젠가 신문 뉴스에서 본 포장 없이 원하는 만큼 덜어가는 코너를 직접 보게 되었다. 곡식부터 과자, 너트류, 초콜릿 등 많은 종류의 식품을 원하는 만큼 가지고 온 용기에 덜어간다. 심지어 갖가지 종류의 오일도 원하는 만큼 덜어갈 수 있다. 불편한 것은 둘째치고 이런 구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소비도 빠르게 이루어 지고 그 용기 안에 있는 식품이 신선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겠다 싶었다. 시애틀의 곳곳에서 만나는 마켓들은 다들 규모가 큰 곳인데 신기하게도 다 성업 중이었다. 땅이 넓어 한적한 곳처럼 보이지만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아주 많이 살고 있는가 보다. 농산물은 거의 포장이 없이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자랑하며 맨몸으로 진열되어 있다. 일반 마켓에서도 오가닉, 글루텐 프리, 풀을 먹고 자란 소라는 표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 미국에서는 가장 힙한 소비생활이 포장을 벗겨내고 보다 자연에 가깝게, 지역의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필요한 만큼 덜어가는 마켓 PCC
필요한 만큼 덜어가는 마켓 PCCⓒ박지선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 한 끼 먹으면 쓰레기 한가득
편한 생활 대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로컬매장과 하나로 마트를 이용한다. 농산물이 하나하나 비닐과 플라스틱 투명 포장으로 어찌나 잘 싸여 있는지. 한 끼 먹고 나면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편한 거 말고 안전한 삶을 위해 작은 변화와 운동으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미세먼지로 가득 찬, 이대로 우리 삶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하는 나락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 말이다.

박지선 마을활동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