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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하이, 젝시’…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당신을 위한 코미디
영화 ‘하이, 젝시’
영화 ‘하이, 젝시’ⓒ스틸컷

아침에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깨어나고,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한다. 스마트폰으로 가장 빠른 길을 검색하고, 그렇게 도착한 직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누구나 이렇게 사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이와 비슷하게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영화 ‘하이, 젝시(Him Jexi)’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영화다. 이젠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겐 어쩌면 지금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이야기를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필(아담 드바인)도 스마트폰 없인 못 사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그는 온종일 ‘시리’와 대화한다. 기상 알람을 시작으로 샤워하면서 BGM, 출근하면서 내비게이션, 퇴근 후 배달앱과 유튜브, 잠들기 전 SNS까지 한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그런 필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박살 나면서 새로운 폰을 얻게 되고,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인공지능 트레이너 젝시(로즈 번)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던 젝시는 어느덧 필의 인생에 개입하려 하고, 급기야 그의 애인 행세까지 하려고 든다.

이런 이 영화의 대강의 스토리를 듣고 떠올리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바로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다. 영화 그녀도 이 영화와 비슷하게 인공지능을 가진 스마트폰 운영체제 ‘사만다’와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비슷하게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지만, 풍자적인 코미디로 다룬다. B급 코미디의 화장실 유머가 쏟아지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다. 스마트폰과의 사랑이 아닌, 스마트폰의 스토킹을 체험하며 인간의 소중함을 역으로 깨닫게 되는 영화다.

영화 ‘하이, 젝시’
영화 ‘하이, 젝시’ⓒ스틸컷

어쩌면 뻔한 결말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스마트폰을 접고, 진짜 사랑을 만나고, 진짜 사람을 만나라고 충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빠져 살아온 시간 때문에 실제적인 인간관계와 운명처럼 찾아온 연인인 케이트(알렉산드라 쉽)와 연애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는 필의 모습에서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를 또는 나를 떠올리게 된다.

스마트폰을 잘 때까지 붙들고 있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수많은 웃음 포인트를 준다. 스마트폰 중독을 약물 중독과 비교하면서, 약물에 중독되면 약을 사러 밖에 나가기도 하고, 약을 하는 이들을 함께 만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세상과 고립되는 더 무서운 질병이라고 지적한다. 다는 아니지만, 몇 가지 대목은 내 삶의 모습이 떠오르며 웃다가 다시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영화 ‘하이, 젝시’
영화 ‘하이, 젝시’ⓒ스틸컷

이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장면을 우리는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담기 위해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우리의 시야에 한껏 담을 수 있을 멋진 장면을 몇 인치 크기의 화면에 가두면서 추억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마주한 그 순간의 감동은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가 생각해봤다. 누군가를 직접 보고, 직접 만나고, 직접 이야기하는 재미를 우리는 점점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영화를 보며 많이 웃은 뒤에 떠오르는 생각도 많아졌다.

끝으로 ‘사족’ 같은 이야기지만, 왜 인공지능과의 이야기는 대부분 남자 주인공과 여성 목소리 사이의 사랑으로 그려질까? 고정관념일까? 남성들이 그런 경향이 강해서일까? 아직 개발자들이 남성이 많아서일까?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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