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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 도전한 ‘90년생 페미니스트’ 조혜민 “무지개 깃발 두르고 국회로”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장의 SNS에는 유독 거리 현장에서 찍은 모습들이 많다. 안희정 유죄 환영 집회부터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페미 바자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성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을 호소하는 집회까지. 이 사진들은 곧 그가 여성, 성소수자들과 함께 해 온 삶을 살아왔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런 그가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계 내에서도 뜨거운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여성운동 현장의 목소리를 알고 당 안에서 차곡차곡 성장해온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는 후보가 나왔다"고 평가했고,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부대표도 "조 본부장 취임 후 정의당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본부장에게 힘을 실었다.

'현장에서 참 열심히 활동하신 것 같다'는 질문에 조 본부장은 "활동하시는 분들은 많이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겸연쩍어했다. 그러면서도 "저에게 지지를 보내는 분들이 계시니까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굳은 다짐을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 본부장의 선거용 명함에서도 그의 정체성은 명확히 드러난다.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큼지막하게 적힌 '90년생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라는 슬로건은 선거용 구호를 넘어 언젠가 반드시 이루겠다는 그의 정치적 목표이기도 하다.

조혜민이라는 '90년생 페미니스트'가 국회에 입성한다면 우리의 정치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뛰어든 조 본부장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만나 그 답을 들어봤다.

선거용 명함에 당당히 '90년생 페미니스트' 박은 조혜민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장이 함께 했던 다양한 현장들.
조혜민 정의당 여성본부장이 함께 했던 다양한 현장들.ⓒ조혜민 본부장 페이스북

조 본부장이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을 선언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녀의 정체성이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고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헌법개정여성연대,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여러 시민사회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많은 득표를 얻는 데 유리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 조 본부장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숨기고 싶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조 본부장은 "많은 언론에서 이번 총선을 '촛불혁명 이후 첫 총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저는 '미투 이후의 첫 총선'으로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종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앞으로 정치권은) 미투라는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미투 이후 첫 총선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까지 여성운동을 해 왔고, 여성학을 공부했고, 여성을 위한 변화들을 위한 정치를 고민해 왔는데, 득표를 위해 나를 속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함께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 본부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슬로건이 녹색당이란 정당에서 내세웠다면, 이제는 원내 정당인 정의당이 책임 있게 내걸어야 할 때"라며 "정치인이라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정치를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한데,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라는 선언은) 그 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의 8년=정의당원 조혜민의 8년
여성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만들며 당 변화 힘쓰기도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5기 출범식. 자료사진.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5기 출범식. 자료사진.ⓒ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 본부장은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건 시민사회의 몫이라고 여겼다. 거리에서 목 놓아 외치고 또 외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리에서만 싸워왔던 건 아니었다. 조 본부장은 정의당 내에서도 더 나은 변화를 외치고, 현실로 만들어냈다.

조 본부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정의당의 8년은 정의당원 조혜민의 8년'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의당은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했는데, 조 본부장은 바로 그다음 날인 2012년 10월 22일에 입당해 지금까지 당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당 후에는 당내 여성위원회와 성소수자위원회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여성당원으로서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란페미라는 여성 청년 당원들의 모임도 만들었다.

물론 그 과정들이 모두 순탄치만은 않았다.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인해 때로는 정당 활동을 잠시 쉬어야 하나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당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었던 조 본부장은 어느덧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조 본부장은 "많이 싸운 결과"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 과정들을 통해 정치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조 본부장은 "정당에서 활동하고, 당원들이랑 싸우면서 내가 이끌고 싶은 변화를 이 사람들이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정치라는 게 무조건 옳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등하는 상황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를 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퀴어문화축제서 맞닥뜨린 혐오 세력의 폭력
"언제까지 기자회견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출마 결심

총선 기획단 발족식 및 1차회의 모습. 자료사진
총선 기획단 발족식 및 1차회의 모습. 자료사진ⓒ뉴스1

이렇게 당원으로서 열심히 당 활동을 이어오다가 국회의원 출마 결심까지 하게 된 건 2018년 인천 첫 퀴어문화축제에서 경험한 '공포' 때문이었다. 당시 조 본부장은 인천 지역에서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를 조직하고, 이때 만들어진 성소수자위원회 회원들은 인천에서의 첫 퀴어문화축제 기획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어렵게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혐오 세력'들의 위협으로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었다.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그래 우리 같이'라는 목소리는 혐오 세력의 폭력에 묻혔고, 토끼몰이식으로 곳곳에서 실질적인 위협이 가해졌다. 눈앞에서 벌어진 절망적인 상황에 무력감을 느낀 조 본부장은 '언제까지 기자회견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여성본부장에 취임한 이후 출마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정당 사상 최초로 20대 여성본부장에 올랐던 조 본부장은 기성 정치권에서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의 진짜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알리는 역할을 도맡았다. 여성계에서도 '조 본부장 취임 후 정의당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성 정치인들의 낡은 인식을 사이다 논평을 통해 제대로 짚어냈고,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호소를 정의당의 이름으로 전달했다. 이는 곧 정의당이 당신들 곁에 함께 있어 주겠다는 약속과도 같았다.

조 본부장은 "그동안 여성 현안에 대한 정의당의 활동에 대해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정치는 옳고 그름만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서 내는 입장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정의당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사람들 곁에 얼마큼 서 있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본부장이라는 일은 여성 부문만의 일을 집행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전반적인 사업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을 어떻게 집행해 나갈지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많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미투 이후 20대 국회는 무엇을 했나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용기 낼 수는 없어"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조 본부장은 4.15 총선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이번 선거를 '미투 이후 첫 총선'이라고 규정한 만큼, 힘겹게 자신의 피해를 고발한 피해 여성들에게 이후의 삶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게 조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미투 이후 20대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화가 난다는 감정보다는 너무 슬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냈는데도 반영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그래서 더더욱 정치권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언제까지 피해자가 용기를 낼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얘기하는 것도 너무 힘들지만, 그 이후를 살아가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지금처럼 정치가 반응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은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 사람들에게 당신이 한 일이 옳은 일이고, 너무 큰 용기였다는 걸 얘기해주는 건 정치의 과제"라며 "그런 측면에서 20대 국회는 너무 별로였고,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 본부장은 20대 국회가 여성들의 호소에 응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투가 특정 사람들만의 피해 경험이라고 생각할 뿐 정치로서 해결해야 한다는 책무감을 전혀 느끼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기에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그 사람들 곁에 마이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서 무지개 깃발 두른 채
등원하는 국회의원 볼 수 있을까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국회의원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간단한 질문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적어왔다는 조 본부장은 "여성주의 관점으로 정책을 바라보고 국정 운영을 바라봤을 때 달라진다는 변화를 느끼게끔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제가 내세웠던 5대 공약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예비후보로 나서면서 ▲스토킹 처벌법 ▲차별금지법 ▲강간죄 개정 ▲생활동반자법 ▲채용성차별 근절법 등을 5대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회의원이 된 후 등원하는 첫날 하고 싶은 일도 조 본부장다웠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등원하는 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를 두르고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군대 내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발언에 항의하려다 끌려나간 적이 있는데, 그 장면을 바꾸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조 본부장은 "별 건 아니지만 무지개 깃발을 두르고 (국회를) 간다면, 성소수자들에게 그래도 이번 국회는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당원은 물론 비당원 시민들도 모두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한다.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시민선거인단은 오는 17일까지 모집할 예정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혜민 당 여성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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