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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맹국 정보까지 불법 감찰한 미 CIA

워싱턴포스트는 독일의 방송사 ZDF와 함께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크립토AG’의 실체를 보도했다. 크립토AG라는 회사는 2차 대전 이후 암호장비 제작 판매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던 회사다. 하지만 그 실체는 미 CIA가 당시 서독 정보기관 BND와 함께 소유하고 있던 회사였다.

세계 각국은 이 회사가 만든 암호장비를 이용해 자국의 외교관, 군은 물론이고 첩보요원들과 연락했다. 비싼 비용을 치르고 보유한 암호장비인 만큼 ‘보안’이 필요한 연락은 크립토AG의 장비를 모두 거쳤다고 봐야 한다. 미리 조작해둔 암호장비를 통해 오간 각국의 기밀을 미국은 손쉽게 얻을 수 있었고 미국을 위해서 활용했다.

1981년을 기준으로 크립토AG의 주요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그리고 그 다음이 한국 순이다. 동맹국을 상대로 암호장비 장사를 하고 더 나아가 불법으로 기밀을 빼돌린 것이다.

크립토AG에 대한 의혹이 그동안 없었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독일이 1990년대 초 발을 뺀 이유도 발각 위험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과 적대적이었던 옛 소련과 중국은 애초에 크립토AG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크립토AG가 미국 쪽과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은 틈만 나면 각국과 동맹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 하나만 봐도 미국에 대해서 무경각한 동맹은 그들의 호구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비싼 돈 내고 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 장비를 통해서 기밀 정보를 공짜로 갖다 바치는 손쉬운 상대였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해 온 것도 이번 일을 보고 나니까 이해가 된다. 자신들이 수 십 년 동안 해 온 범죄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의심도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화웨이가 찜찜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이제 미국은 화웨이를 상대로 퍼부었던 모든 비난에 대해서 먼저 답해야 한다. 화웨이는 의혹이지만 미국의 범죄는 사실상 전모가 드러난 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답변 요청을 거부하면서도 이번에 폭로된 문건의 진위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고 있다.

순전히 수십 년 전의 낡은 방식이기 때문에 CIA는 2018년 지분을 넘기고 크립토AG에서 빠져나갔다. 그들은 2차 대전 이후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 반성한 적도 없고 대가를 치른 적도 없다. 지금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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