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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일부 라임 펀드 전액 손실 가능성...“사모펀드 제도 개선하겠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제공 = 뉴스1

금융당국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태’를 조사한 결과, 불법 순환투자 등 위법성이 있었음을 실제로 확인하고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라임운용에서 환매 연기된 4개의 모 펀드와 여기에 투자된 173개 자 펀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라임운용의 전체 수탁고는 약 4.5조로, 이 중 비상장주식, 비상장 주식 관련 채권(CB, BW 등),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자산은 3.9조원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4개의 모 펀드와 여기에 투자한 173개 자 펀드가 복잡한 ‘모-자형 펀드 구조’를 띄고 있다고 밝혔다. ‘모-자형 펀드 구조’는 다수의 자 펀드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모 펀드에 집중하고 모 펀드가 실제로 투자대상자산을 취득·운용하는 형태를 뜻한다. 라임운용의 4개 모 펀드는 주로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전체 수탁고는 약 1.72조원 수준이다.

라임운용의 모 펀드는 크게 국내자산에 투자한 펀드(플루토FID-1호, 테티스 2호)와 해외자산에 투자한 펀드(플루토TF-1호, Credit Insured 1호)로 나눌 수 있다.

국내자산에 투자한 플루토FID-1호와 테티스 2호에 대한 실사 결과, 회수율은 각각 50~68%, 58~79% 수준인 것으로 잠정 발표했다. 다만, 이 수치는 확정적인 수치는 아니다. TRS 계약을 이용해 모 펀드에 투자한 자 펀드 29개의 손실액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자산에 투자한 플루토TF-1호의 경우 ‘전액 손실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플루토TF-1호는 IIG펀드, BAF펀드, Barak펀드, ATF펀드 등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손실과 연동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중, IIG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미국의 국제 투자회사로,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 사기 혐의를 받았다. 심지어 기존 고객이 환매 요청을 하면 새로운 투자자의 자금으로 돌려막는 ‘폰지 사기’를 통해 장부 조작까지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불법성이 드러남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GG의 자산을 동결했다. IIG에 라임운용의 플루토TF-1호가 투자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금감원도 플루토TF-1호는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서 2억 달러(2천300여억원) 이상 투자 손실이 발생할 시,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라임운용이 이날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이미 1억달러(1천1여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해외 상황과 복잡하게 연결돼 실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현재까지 구체적인 손실 수준을 알기 어렵다.

라임운용의 또 다른 해외 자산 투자 펀드인 Credit Insured 1호는 플루토TF-1호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펀드 돌려막기’ 논란을 받고 있는 펀드다. 플루토TF-1호가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Credit Insured 1호도 덩달아 손실 위험이 커진 상태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제공 = 뉴스1

대규모 손실 낼 우려에 봉착한 라임운용...‘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금감원은 라임운용이 대규모 손실을 낸 배경으로 ‘비정상적 펀드 운용’이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이날 금감원은 라임운용의 비정상적 운용 사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당사의 펀드 손실을 다른 펀드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라임운용의 A 펀드의 경우 코스닥 법인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 이 때 라임운용은 손실을 감추기 위해 당사 내 B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법인 M사 사모채를 사들였다. M사는 이 자금으로 다시 A 펀드의 부실 CB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감췄다. 금감원은 A펀드의 행태에 대해 특정 펀드(B)의 이익을 해하면서 다른 펀드(A) 이익 도모 금지 등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자전거래도 실제 확인됐다. 불법 자전거래는 한 펀드에 손실이 날 경우,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순환 구조 형식을 취한다. 라임운용은 자본시장법상 허용된 펀드간 자전거래 요건에 해당하지 않자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라임운용의 D펀드는 다른 운용사의 OEM펀드에 투자하고, OEM펀드는 D펀드의 자금으로 라임운용의 E펀드에 다시 투자했다. 그 결과, 라임운용사의 수익률이 올라가는 결과를 맞이한다. 금감원은 이를 자전거래 금지 회피 목적의 연계거래 금지 등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라임운용의 임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라임운용 임직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특정 코스닥 법인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면 큰 이익이 발생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게 됐다. 임직원들은 자체 자금을 통해 자신들만 수익자로 설정된 C펀드를 만들고, 이를 다시 다른 운용사의 OEM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 이 자금으로 OEM펀드는 큰 이익이 날 것으로 보이는 코스닥 법인의 전환사채를 사들여 백억원대의 이득을 취했다. 이는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부당 이득 취득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라임운용은 만기불일치를 통해 비정상적인 펀드 운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기불일치는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 자산에 투자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기불일치의 경우 투자자들이 운용사의 신용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할 시, 단기 채권을 연장하지 않고 대거 자금을 회수해갈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큰 편에 속한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료사진)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신한투자증권까지 가담...라임운용과 부실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판매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에서의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정상 운용 중인 것으로 속여 지속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운용의 무역금융펀드는 2017년 5월부터 신한금투와 TRS 계약을 맺어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그 뒤 2018년 6월경 IIG펀드의 기준가 미산출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그해 11월까지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한다고 거짓으로 기준가를 산정했다. 라임운용과 신한금투의 공지와는 달리, IIG펀드는 부실처리 됐고, 청산절차를 개시하고 있었다.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는 IIG펀드 손실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숨기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구조화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는 2018년 11월 해외 무역금융펀드 등 5개 펀드를 합해 모-자 구조로 변경했다.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부실을 떠안기는 형식이었다.

연이어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는 IIG펀드가 약 1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또 라임운용의 해외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BAF펀드가 폐쇄형 펀드(6년 만기)로 전환했음을 통보받았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라임운용과 신한금투는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SPC에 장부가로 처분하고 그 대신 P-note(약속어음)를 수취하는 구조의 계약을 체결했다. P-note의 경우 고정이자 5%에 원금(5억 달러)를 만기(3~5년)에 걸쳐 수취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결국 부실이 예상되는 펀드를 구조화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투자자 기망, 특경법상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제공 : 뉴시스

칼 빼든 금융당국, 전체 사모펀드 시장 규제한다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기고, 금융 사기까지 발생하는 등 라임 사태가 점차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 개선’ 브리핑을 통해 ‘라임 사태’에 대한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 만기불일치, 순환 투자 구조 등이 주요하게 적발된 만큼,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만기불일치(단기 자금 조달로 장기 자산에 투자)에 관련해 금융위는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개방형 펀드(언제든 환매 요청 가능한 펀드)로 설정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폐쇄형 펀드(일정 기간의 만기를 설정한 펀드)라고 해도, 펀드 만기가 현저히 짧을 경우 제한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는 자사간 상호 순환투자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라임운용과 같이 복잡한 방식의 복층·순환구조를 가질 때는 투자자들이 펀드 운용 상황을 명확하게 알기 어렵고, 특정 펀드의 손실이 다른 펀드로 확산·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복층·순환구조는 수익률 부풀리기, 손실 감추기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할 개연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자산운용사들이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를 강화하고, 부실 전문사모운용사는 퇴출시키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7억원의 자본유지요건을 미달시 금감원의 검사·제재심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금융위로 상정해 퇴출시키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사고 발생에 대비해 사모운용사의 손해배상책임 능력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자본운용사는 최소유지자본금 7억원만 적립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손해배상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탁고에 비례한 자본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EU의 경우 0.02~0.03%까지 손해배상 재원을 마련하도록 해두고 있다.

투자자보호도 강화한다. 금융위는 판매사에게 투자 관련 핵심적인 정보를 표준화해 설명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자산운용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분기별로 자산운용 보고서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완전판매 이슈가 잇달아 제기됨에 따라 판매사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문제가 된 라임운용의 173개 자 펀드를 판매한 은행은 19곳으로, 총 1조6천679억원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우리은행(3천577억)원, 심한금투(3천248억원), 신한은행(2천769억원) 순으로 전체 판매액의 64%를 차지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를 판매한 이후 운용사의 불건전 운용 등에 대해서 점검할 법적 의무가 불투명하다는 판매사의 불만을 수용해 점검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앞으로 판매사는 운용사에 문제가 발견될 시, 운용사에게 시정 요구를 하고, 투자자에게 통지할 의무가 부여된다.

다만, 금융위는 이번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발표는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이번 발표와 관련해 TF 구성, 전문가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쳐 3월 중으로 제도 개선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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