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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허 결정, 미래한국당 존립근거 허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후보 전략공천’을 불허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번 유권해석은 더불어민주당이 문의한 것이나, 그 파장은 미래한국당의 존립근거를 허물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13일 ‘선거전략을 고려해 비례대표 후보의 20%를 전략공천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당헌은 개정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의 선관위의 유권해석 답변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선관위가 문제삼은 부분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추천을 규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90조의 3항이다. 당헌 90조 3항의 내용은 이렇다.

“당대표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중 당선안정권의 100분의 20 이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순위를 포함한다)를 선정하고, 그 외는 중앙위원회의 순위투표로 확정한다.”

기본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중앙위원회 순위투표로 결정한다. 다만, 당선안정권의 20% 이내에서 ‘전략공천’ 할 수 있게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데, 선관위가 이 예외규정을 문제삼은 것이다. 선관위는 ‘전략공천’ 부분이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최운열 위원장 및 참석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0.2.11
최운열 위원장 및 참석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0.2.11ⓒ정의철 기자

이같은 결정은 올해 1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개정된 조항인 47조 2항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47조 2항은 특히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에 대한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려면 당 내에 대의원,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부터 구성해야 하며 반드시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후보를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선관위의 이번 판단은 지난 6일 열린 선관위 전체회의의 결론에 따른 것이다. 이 회의에서 선관위는 개정된 선거법을 이번 총선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했고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이 방침이 정해진 이후 선관위에 민주당의 당헌·당규가 개정 선거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선관위는 ‘전략공천 불가’ 방침에 따라 민주당의 당헌·당규가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헌 개정 등의 대책 방안을 세울 예정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의 이번 유권해석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다른 정당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미래한국당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이라고 하는 것은 당에서 전략적인 선정을 해야 될 부분들이 있다”며 곧바로 반발했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전략공천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2.07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전략공천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2.07ⓒ정의철 기자

미래한국당은 알려진 대로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정당’이며 이를 숨기지도 않고 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는 사실상 자유한국당, 정확하게는 17일 합당을 선언한 미래통합당이 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령 실질적으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후보자들이 미래한국당에 입당해 입후보한다면 형식적으로는 문제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형식’에 있다.

선관위는 민주당에 “선거인단 구성 대상·방식·규모 등을 당헌·당규 등에 규정해야 하고, 대의원과 당원 등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지도부가 정하는 방식의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아예 불허하며 선거인단과 투표절차를 당헌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청을 미래한국당 당헌에 적용해보자. 2월 16일 현재 공개된 미래한국당 당헌에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규정은 62조에 있다. 딱 한 줄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후보자 추천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수행한다.”

이 규정대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후보자를 정할 경우 전원 후보등록이 거부될 수 있다. 선거인단 구성 규정도 없고 투표 절차에 대한 규정도 없어 후보자 선출 과정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앞으로 당헌을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한국당이 당헌을 선관위의 요청에 맞게 개정한다는 말은 ‘선거인단을 구성해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른다는 말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02.05.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02.05.ⓒ뉴시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정된 선거법 47조 2항의 3호에는 민주적 투표 절차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게 돼 있다.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이 자료를 통해 민주적 투표 절차가 확인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은 거부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다른 정당은 후보자 추천을 ‘순위투표’를 통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면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단순해진다. 투표과정 전체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당의 정상적인 기능이 있다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래한국당에서도 ‘투표절차’를 거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미래통합당이 정한 비례대표 후보자와 순위가 미래한국당에 있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우선 미래한국당의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문제부터 쉽지 않다. 선거인단을 구성한다고 해도 민주적 투표를 통해 후보자의 순위까지 정확하게 정할 수 있을까. 만약 일종의 ‘투표지침’이라도 있게 된다면 ‘민주적 절차’에 어긋나는 행위로 선관위가 후보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은 애초부터 개정된 선거법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급조된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이다. 정상적인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역으로, 선관위가 ‘정상적인 정당의 기능’을 요구한다면 미래한국당의 존립기반이 근본부터 허물어 질 수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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