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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류근창 전 폴네티앙 회장 “경찰은 미친개 아니다, 시민이자 노동자”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다”

근대 경찰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로버트 필(Robert Peel)이 한 말이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취임식 때부터 반복해서 강조해 온 말이다. 경찰청에 출입하면서 민 청장의 행보에 집중했던 기자로선 지겹게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가끔, 지방에 취재차 내려갔다가 지방경찰청과 일선경찰서를 지날 때도 어김없이 이 문구가 보였다. 입구 현수막에, 홈페이지 배너에도,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 문구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실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보면, 지겹다고만 할 수 있을까.

이 말의 의미는 집회·시위가 활발한 대한민국에서 알게 모르게 시민과 경찰관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지만, 때론 깊은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경찰이 보호해주는 한편, 시민은 경찰을 모욕한 제1야당 대변인 지역구사무실 앞에서 피켓 든 경찰관을 보호해주는 보호막이 돼 준다.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다’라는 말은 인권 탄압의 도구가 됐던 경찰에 변화를 촉구하는 말인 동시에, 시민에게 변화하는 경찰을 응원해 달라고 호소하는 말인 셈이다. 또 이에 부응해 ‘권력의 개’라는 비난의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민주·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런 촉구와 응원, 약속의 기류가 이미 경찰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하면, 너무 이른 판단일까.

그 변화의 중심에서 한 경찰관을 만났다.

지난 12일 경남지방경찰청 직원들이 경남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지난 12일 경남지방경찰청 직원들이 경남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지난 12일 경남지방경찰청 직원들이 경남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지난 12일 경남지방경찰청 직원들이 경남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민중의소리

내부 향한 쓴소리

지난 12일 경남지방경찰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류근창 경감을 만났다. 그는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다음 날 열릴 사무실 개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경찰은 그동안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중 그 어떤 것도 보장받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노동조합은 물론 단체교섭권만 보장하고 있는 직장협의회(이하, 직협)조차 만들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19일 경찰도 직협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경찰도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을 윗선에 거름망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직협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오는 6월 11일 법 시행일에 맞춰 경남, 대전, 울산 등을 중심으로 직협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경찰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대외협력국장을 맡아 직협 설립에 앞장서고 있는 류 경감은 ‘폴네티앙’ 열렬 회원이다. 최근 폴네티앙 회장 임기를 마치고 회원으로 돌아갔다.

※ 폴네티앙(Polnetian) - 폴리스(Police)와 네티앙(Netian)의 합성어로 ‘경찰관 네티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처음엔 경찰 내부 권위주의와 구시대적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찰관들이 2000년경 인터넷상에서 모여 만든 카페였다. 그러다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하고, ‘느슨한 연대’를 기조로 점차 경찰개혁을 바라는 경찰관들의 의견그룹으로 변모해 왔다. 최근엔 현장 경찰관의 명예와 복직 등을 위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현재 수천 명의 전·현직 경찰관 회원을 두고 있다.

그를 만난 이유는, 그가 최근 2~3년 동안 경찰 내에서 ‘경찰개혁’을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현장 경찰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최근 3년간 폴네티앙 회장을 맡으면서 각종 경찰 관련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다. 2017년 6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경찰도 이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경찰 내에도 권력 견제를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2월 8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워크숍’에선 전국의 서장급 이상 경찰간부들에게 “권위를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당시 그의 직위는 ‘경위’였다.

“당시 내가 했던 말은 별거 아니었다. 권위를 1 내려놓는 순간 여러분의 존경심은 10이 올라간다고 했다. 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시민들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현장 경찰관들에 대해선 홀대하는 게 느껴지지 않나. 정말 시민을 위한다면, 그분들과 함께 숨을 쉬는 경찰관들을 위해달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 1인 시위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 1인 시위ⓒ기타

“우린 미친개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3월 24일부터 약 60일 동안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동료 전·현직 경찰관들과 함께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경찰을 ‘미친개’로 비유한 장제원 의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3월 22일 장 의원은 울산경찰이 토착비리 수사 중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정권의 ‘개’가 되어 자유한국당을 탄압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논란의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당시 김 시장 주변 인물들의 토착비리에 대한 의혹과 소문은 지역사회에 이미 파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경찰이 수사를 미루는 것이야말로 직무유기였다. 의무를 다하기 위해 위험한 업무에 나선 경찰을 두고, 모든 경찰관을 싸잡아 국회 정론관에서 ‘미친개’라고 했으니, 전국 모든 경찰관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폴네티앙’이었다.

당시, 류 경감은 폴네티앙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는 장 의원의 말에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전에도 경찰관 비하 발언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못 견디겠더라. 집회현장에서 저지하는 경찰에게 한 말도 아니고, 국회 정론관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였지 않나. 그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알리고 싶었다. 우리도 유권자임을. ‘우리가 경찰이지만, 당신들에게 그렇게 험한 욕을 먹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그래서 입장문을 내자고 했다.”

입장까지 냈건만, 반응이 없었다. 류 경감은 직접 장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피켓을 들겠다고 마음먹었다. “폴네티앙 회장을 하면서 가장 긴장했던 일을 꼽자면, 이 일이다. 경찰인 것 티를 내고 현직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거지 않나. 또 장 의원은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였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이기도 했다. 경찰관에겐 ‘갑 중의 갑’이었다. 그래서 피켓을 만들면서도 고민 많이 했다. 피켓만 5~6개를 만들었다. 폴네티앙 회원들에게도 내가 1인 시위를 한다고 하면, 여러 명이 나올까 봐 늦게 알렸다.”

출구전략도 없는 1인 시위였다. 지지를 받지 못하면 ‘공무원이 1인 시위를 한다’고 역으로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려는 곧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동료 경찰관들이 함께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중엔 언론보도를 보고 찾아온 전직 경찰관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나가던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고마웠다. 비가 올 때면 우산을 씌워주고, 음료수·커피도 갖다 주고. 지나가던 한 할머니는 ‘(경찰을 모)욕했으면 사과해야지!’ 한마디하고 가시고. 우리를 돌봐주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시민들이 1인 시위를 하는 경찰관들을 돌봐주고 있었다.”

시민들이 1인 시위에 나선 경찰을 보호해준 셈이다. 그는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경찰에겐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인터뷰 중인 류근창 경감
인터뷰 중인 류근창 경감ⓒ민중의소리

“경찰도 노동자다”

그때, 그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점은 “경찰이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노동자의 입장도 되어봐야 한다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었다.

“오랫동안 경찰은 ‘우리는 우리, 시민은 시민’이라고 시민과 경찰을 분리해 왔다. 심지어 내가 경찰에 입직했을 땐 ‘민간인, 민간인’ 그랬다. 그게 시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시민의 눈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거다. 또 경찰엔 아주 뿌리 깊은 군대문화가 남아 있다. 군대는 적을 상대한다. 경찰은 시민을 상대한다. 그런데 군대문화가 남아있으면 어떻겠나. ‘시민들이, 노동자들이 왜 데모를 하지?’ 그게 아니라 내가 시민이 되어서, 노동자가 되어서 (같은 입장에서) 고민할 수 있어야 했다. (나도 같은 시민·노동자임을 인지하고 생각하는 것과) 그냥 경찰관으로서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도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경찰도 시민이고, 노동자다. 경찰이 노동자가 아니면 경찰 일을 할 이유가 없다. 노동자가 아니면, 자원봉사자란 말인가? 경찰이 시민을 위해 죽거나 다치는 이유도 경찰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투표권이 있는 시민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랑스러운 자식이고 부모이기 때문이다. 이걸 우리가 잊으면, 시민도 잊는다. 그걸 잊어버리면 저 사람은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정치인들에겐 시키면 하는 로봇이 되어버리는 거다. 그렇게 비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노조 필요한 이유 “부당한 명령 거부할 수 있어야”

이런 점에서, 류 경감은 “경찰에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생각이라고 했다. 실제로 “경찰에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폴네티앙을 주축으로 예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경찰 등 수사기관은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직협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2012년에도 직협 설립이 추진된 바 있으나,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가 “경찰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첫 번째가 ‘권력 견제’였다. 그동안 경찰의 많은 업무는 일방적인 소통을 통해서 이뤄졌다. 그 배경엔 ‘하라면 해야 하는 군대식 문화’가 있었다. 또 현장 경찰관들은 경찰청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치안정책이 달라지는 널뛰기 행정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정권이 교체되면서 개혁해야 할 적폐문화로 인식됐다. 특히, 부당한 명령·정책엔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때처럼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강제진압하라고 하면,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가 모진 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던 경찰관 故 안병하·이준규처럼 말이다.

노조가 ‘권력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류 경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경찰 내에서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경찰관이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개혁위원회가 폴네티앙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도 경정 계급의 한 경찰대학 출신 경찰관이 ‘경찰에도 노조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걸 봤다. 경정은 노조가 생겨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 계급이다. 그런데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경정은 말했다.”

노조가 없다 보니, 경찰 조직 내에서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쉽게 감찰이나 징계의 대상이 됐다. 황운하 총경 징계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7년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 폭행 사건을 경찰지휘부가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총경이었던 황운하 치안감(현 경찰인재개발원장)은 이택순 당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황 총경은 징계를 받았다.

故 피진아 경사

“모자이크 이론을 아나? 점 하나는 죄가 안 되는데, 그 점들을 다 이어 붙여 죄가 되는 작품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검찰과 비슷하다. 공소시효 내에 있는 걸 모두 들춰내서 어떻게든 죄를 찾아내는 식이다. 과거 감찰은 그런 식으로 많이 진행됐다.”

그가 故 피진아 경사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도 이런 강압감찰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7년 10월 26일 충주경찰서 소속 피 경사는 익명의 투서로 충북경찰청의 감찰을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처음엔 큰 이슈가 아니었다. 근데 다행인지 아닌지, 충주경찰서에 폴네티앙 회원 몇 분이 그분 동료로 있었다. 알고 보니, 강압적인 감찰이 있었다. 그해 경찰개혁위에서 강압적 감찰 문제를 지적하고 권고가 있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충주서 분들과 논의하고, 폴네티앙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당시 그는 1200여 명의 현직 경찰관과 시민 등 모두 1577명의 공동고발인을 모집해 충북청 감찰 담당자 등 6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익명의 투서 작성자인 충주서 소속 경찰관과 감찰을 담당했던 경찰관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익명의 투서 작성 경찰관을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경찰관은 1·2심에서 모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류 경감은 故 피진아 경사의 죽음이 순직처리 될 수 있도록 2주간 소송비용 모금 운동에도 나섰다. 이렇게 모인 돈은 총 7천만 원에 이르렀다. 이 모금운동엔 2593명의 경찰관이 참여했다.

부당한 감찰을 당한 억울한 경찰관의 명예를 회복해주는 일, 노조가 있었다면 노조가 나섰어야 할 사건이었다. 의견그룹 폴네티앙은 일부 노조의 역할도 대신해 온 셈이다.

류근창 경감
류근창 경감ⓒ기타

“경찰 인권도 보장되어야”

류 경감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현장 경찰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었다.

무엇보다 경찰만큼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은 직업도 드물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경찰관 폭행’, ‘경찰관 피습’ 등의 키워드만 검색해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경찰관이 상처를 입거나 숨지는 사건, 술에 취한 사람 또는 조현병 환자에게 경찰관이 피습을 당한 사건, 한강으로 뛰어든 시민을 구하기 위해 수색 작업 중이던 경찰관이 숨진 사건 등 하루가 무섭게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또 보고 싶지 않은 사건·사고에 가장 노출이 많은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찰관으로 있으면서 교통사고, 자살, 살인 등으로 숨진 사람을 안 본 경찰은 드물다. 그런데도, 욕을 가장 많이 먹는 직업이기도 하다. “경찰에 대해 99가지 좋은 감정이 있다가도 과속·음주 운전 등으로 딱지라도 끊으면 욕이 튀어나온다. 우린 그런 숙명을 타고났다.”

이런 탓에 트라우마와 자살률도 높은 직업이기도 하다. 매년 20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순경으로 들어와서 근무하다 보면 사망사고 안 겪을 수가 없다. 물론 그런 업무를 위해서 경찰이 됐죠. 그렇다고 치료를 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하지만 경찰관들은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 받으면 정신병이 되기 때문이다. 치료기록도 남는다. 또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나약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물론 경찰관 트라우마 치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2014년부터 9개의 경찰관 직무스트레스 상담 기관인 ‘마음동행센터’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으며, 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곳곳에 센터를 추가 설립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료기록에 대한 비밀이 보장되고 인사상 불이익 또한 없도록 운영한다고 방침을 세워도, 센터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직무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이다.

“사실 (경찰의) 인권은 우리에게 사치였다. 개개인으로 보면 아니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도 많지 않나. 하지만 누가 그러더라, 우리의 인권이 존중되어야만 타인의 인권도 존중할 수 있다고. (우리가 우리의 인권을 지키면서, 시민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면서 일을 하기 위해선)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다.”

슬프지만 자랑스러운

만 27살에 경찰에 입직해 35살에 폴네티앙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폴네티앙에서 선배 경찰관들과 소통 속에서 이런 생각을 키웠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찰’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다. 사실 노동조합을 설립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추후 탄압이 우려되는 보수적인 집단에선 더욱더 그렇다. 그 일을 정말로 사랑하지 않으면, 쉽게 나설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류 경감을 포함해 많은 경찰관이 직협을 설립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충주서 故 피진아 경사가 돌아가시고 대전 현충원에 가서 경찰 묘역을 봤다. 군인 묘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곳이 경찰묘역이더라. 그걸 보면서 굉장히 슬픈 일이지만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6.25 때부터 지금까지 나라를 위해, 시민을 위해 그렇게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는 것 아닌가. 반대로 검찰 묘역은 없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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