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심용환의 역사로 생각하기] 사람들은 언제나 ‘혐오의 대상’을 찾고 있다
없음

아래 삽화는 ‘르 프티 주르날’이라는 프랑스 신문의 1898년 1월 16일자 내용이다. 왼쪽부터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일본이 중국을 피자 나누기하듯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제국주의의 만행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관련 기사는 잘 모를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기심으로 인해 인구가 쪼그라든 우리의 국토를 어느 날 거대한 메뚜기떼처럼 습격할 것이다. 중국의 인구는 두려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언젠가 그들은 지나치게 많은 인구로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다. 지난날 벌어졌던 대규모의 침입은 모두 아시아에서 발원하지 않았던가. 아틸라를 생각해보라.”

관련 기사는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세력이 유럽을 집어삼킬 거라는 공포심을 조장하고 그 예로 동유럽에서 활동했던 흉노족의 수장 아틸라를 들고 있다. 기사가 발행된 시점이 1898년이니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영국에 무릎을 꿇은지 약 60년이 되어가는 시점. 반식민지라고 불릴 만큼 국력이 쇠하여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는 나라를 두고 ‘위협세력’ 운운하는 것이다. 이후 기사 내용은 ‘영국도 그것(중국)을 한 입 먹고 싶어했다’, ‘중국이라는 파이를 나누는 문제’ 등등 열강들의 이권 다툼을 분석하고 있으니 굳이 어거지로 해석하면 ‘중국의 위험성을 생각해본다면 미리미리 나눠 갖는게 좋다’ 뭐 이런 식의 주장일 것이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프랑스 신문에서 이런 식의 비논리적인 기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명 황화론(黃禍論). 황인종이 위협이 된다는 주장인데 이토록 비합리적인 논리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백인종이 황인종을 공격하고 지배하는 상황에서 황인종이 위협이 된다니!

프랑스 신문 ‘르 프티 주르날’의 1898년 1월 16일자 삽화
프랑스 신문 ‘르 프티 주르날’의 1898년 1월 16일자 삽화ⓒ자료사진

비슷한 주장은 유태인 문제를 두고서도 나타난다. 오스트리아 언론인 헤르만 바르의 말에 따르면 반유대주의는 ‘보통사람들의 아편’이었다. 어차피 별 것 없는 인생, 누군가를 미워하고 이해되지 않는 사회현상은 누구 때문이라고 쉽사리 규정하는 맛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반유대주의는 유럽 역사 속에서 항상 넘실댔던 주장이다. 하지만 마녀사냥이나 흑사병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단지 일반적인 편견, 특정한 개인의 특수한 폭력 정도의 문제에 불과했다. 더구나 얼마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인가. 교육받은 중산층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선동주의는 먹혀들지 않는다.


황하론 유행 당시 러시아 비밀경찰의 유대인 음모론 책자
열광한 자동차왕 헨리 포드에 이어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로
광주, 여성, 중국까지 확장되는 혐오 대상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특수한 국면을 맞이한다. 황화론이 유행하던 1890년대 러시아 비밀경찰은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라는 책자를 만들어서 보급하기 시작한다. 유대인의 비밀정부가 세계를 좌지우지 한다는 주장인데 놀랍게도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이 주장에 열광한다. 그는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주간지 ‘디어본 인디펜던트’를 창간했고 매주 20~30만부의 무가 잡지를 전국에 발송하면서 유대인 음모론을 퍼뜨렸다. 당연히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포드는 농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보란 듯이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다녔다. 다행히 그는 반전론자기도 했고 유대인 이익단체의 소송에 휘말리면서 활동을 포기하고 만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인 헨리 포드의 주장에 크게 공명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히틀러였다는 점이다.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을 보면 얼만큼 헨리 포드를 존경했고 열광적으로 반유대주의를 받아들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근대적인 반유대주의가 시작된 곳은 독일인데 러시아를 통해 미국을 거쳐 다시 독일로 온 것이다. 그리고 홀로코스트. 문제는 1940년대 중반 이후 이 논리를 스탈린이 받아들여 반대파 숙청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혐오라는 담론이 얼마 전부터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다. 혐오를 반대한다면서 혐오적 논쟁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도 마구 바뀐다. 광주, 여성 그리고 중국까지. 따져보면 차곡차곡 발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준다. 일베의 전라도 모욕과 세월호 폭식 투쟁, 그리고 태극기 부대의 정치 모욕. 지난날 김무성 대표는 폭식 투쟁을 하는 학생들에게 피자를 돌렸던 인물을 불러들여 직무를 주었고, 전광훈 목사등과 만나는 오늘날 황교안 대표는 ‘1980년대 무슨무슨 사태’라고 하면서 특별법까지 제정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1980년대의 담론으로 회귀시켜 버렸다.

혐오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자 역사적으로 인간 일반의 현상이다. 문제는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세력에 의해 진짜 파국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독일 보수파는 히틀러 같은 극우파를 우습게 생각했다. 사회주의자들과 손을 잡을 수는 없고 경제위기도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세력 유지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혹은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극우파를 끌어들였다 완전히 먹혔다.

이 땅에 혐오 담론은 이미 시작되었고 보수파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리는 진영 안에 있고, 취향이 공정이 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같은 개혁진보진영 내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이전투구가 난무하고 있다. 마냥 놔둘 수 없는 현실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