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 맡은 日변호사 “日법원서 이상한 일 벌어졌다”
'조선학교 지키기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토우 아사히타오루 변호사
'조선학교 지키기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토우 아사히타오루 변호사ⓒ민중의소리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을 진행했던 일본 법원에서 판결 직전 갑작스럽게 재판장이 교체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바뀐 재판장은 극우언론 '산케이 신문'의 근거 없는 비판 기사를 인용해 조선학교 측의 패소를 결정했다.

일본에서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을 맡았던 이토우 아사히타로우 변호사는 17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주최로 열린 '조선학교 지키기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그동안 진행된 재판과정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0년 고교무상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무상화 대상에 적합한지 심사를 끌어오다 2012년 아베 정부가 들어서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오사카 조선학교를 비롯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각 지역의 조선학교와 재학생·졸업생들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재판을 제기했다. 도쿄에서는 지난 2014년 2월 재판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사카지방법원의 1심 승소를 제외하고 일본 법원은 모두 조선학교 측의 패소를 결정했다. 도쿄 조선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8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승소했던 오사카 조선학교도 결국 대법원에서는 패소했다. 나고야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으며, 히로시마와 후쿠오카는 고등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이토우 변호사는 일본 법원의 패소판결의 대해 "굉장히 억지스러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제외의 위법성은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배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조선학교가 일본법에서 가지는 법적 지위는 '공립고등학교'가 아닌 '각종학교'에 해당된다.

일본 정부는 고교무상화를 실시하면서 관련법을 통해 '공립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전수학교'(전문학교)와 '각종학교'도 대상으로 포함했다.

'고교무상화법 시행규칙'은 대상이 되는 각종학교의 기준을 세가지로 분류했는데 ▲외국의 교육과정을 가진 학교 ▲문부과학대신이 지정한 단체의 인정을 받은 학교 ▲이외에 문부과학대신이 정한 바에 따라 고등학교 과정에 준하는 과정을 두는 학교 등이다. 조선학교는 이중 세번째에 해당돼 일본 문부성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기준은 '법령에 따른 적정한 학교 운영'이었다.

문제는 아베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선학교가 해당되는 세번째 기준을 삭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발생했다.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대상 심사를 2년이나 끌어오던 일본 정부는 2012년 12월 아베신조 총리가 새롭게 들어서자마자 아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조선학교에 무상화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애버렸다.

아베 정부에서 새롭게 교체된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대신은 2012년 12월 28일 당시 '일본인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는 점', '조선총련과 밀접한 관계'를 이유로 들면서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시행규칙 개정과 조선학교 불지정 방침을 밝혔다.

결국 다음해인 2013년 2월 도쿄조선학교에는 '시행규칙 개정'과 '심사에 있어 적합하다고 인정하기에 이르지 못한 것'을 이유로 불지정이 통보됐다.

이에 대해 이토우 변호사는 "심사 도중에 관련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한 것은 상식적으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이런 것을 두고 일본에서는 늦게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말한다. 게임 도중에 규칙 자체를 바꾼 것"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고교무상화는 모든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조선학교도 해당되는 기준을 만든 것"이라며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일본 헌법이 규정한 인권을 침해한 차별이기도 하지만 고교무상화법 취지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또 "시모무라 대신이 밝힌 이유도 교육과 관계없는 내용"이라며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배제는 교육과 관계 없이 정치·외교상의 문제로 이뤄진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도쿄의 조선중고급학교의 졸업생이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은 위법이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판결 후 조선학교 측 변호인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부당판결이라는 글귀를 내보이고 있다.<br
일본 도쿄의 조선중고급학교의 졸업생이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것은 위법이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판결 후 조선학교 측 변호인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부당판결이라는 글귀를 내보이고 있다.ⓒ이스크라21 김지운 감독 제공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는 교육과 관계없는 정치적 차별"

그러나 일본 법원은 이 같은 조선학교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9월 도쿄지방법원은 1심에서 조선학교 측의 패소를 결정했다.

이토우 변호사는 "재판 중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재판장이 두번이나 교체된 것"이라며 "첫번째 재판장은 긴 시간 재판을 진행해 인사이동이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두번째 재판장은 1년여도 안 됐는데 교체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4월쯤에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는데 3월쯤 재판장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결국 바뀐 재판장이 패소를 판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토우 변호사는 또 "판결 내용을 보면 조선학교에 대해 많은 의혹을 보도하는 '산케이 신문' 기사를 인용했다"면서 "일본에서는 우익적인 신문으로 악명높은 신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케이 신문'이 제기한 비난성 기사를 근거로 들어 조선학교를 무상화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도쿄지방법원과 달리 오사카지방법원은 '조선학교가 조선총련에 상납금을 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조선학교의 승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토우 변호사는 "재판부는 조선총련이 조선학교를 지배하에 두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학교운영이 법률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조선학교를 관할하는 도교도지사는 조선학교에서 중대한 법률위반을 찾을 수 없다고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공개된 문부성의 심사회의에서도 조선학교와 관련한 중대한 법령 위반이나 신청 서류 중에 중대한 허위는 나오지 않았다.

일본 법원이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가 정치·외교적 이유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이토우 변호사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토우 변호사는 "도쿄지방법원은 시나무라 문부대신의 기자회견 발언이 무상화 배제 이유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어떻게 문부대신의 발언이 이유가 되지 않을 수 있나. 굉장히 억지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고등법원은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 아예 판단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며 패소를 결정했고, 대법원은 다른 판단 없이 고등법원의 판단이 맞다고 인정해버렸다.

이토우 변호사는 대법원에서도 패소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도 대법원의 판결이 대단히 권위가 있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그만한 권위가 없다. 아예 '노코멘트'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히로시마 등 남은 재판에서 승소한다면 대법원이 아무런 언급없이 판결을 뒤집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우 변호사는 "조선학교 무상화 배제가 차별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오랜시간이 지난 후 일본의 교과서에선 일본이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했다고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록 패소했지만 앞으로도 일본의 한 시민으로서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도록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조선학교의 역사를 연구한 사노 미치오 교수가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을 지적했다.

또 조선학교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리윤령 학생이 참석해 조선학교 학생들이 받는 혐오와 일본사회에서 재일동포들이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전했다.

그는 "우리학교가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제외되고, 작년 10월부터는 우리 유치원도 무상화에서 제외돼 일본사회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깊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목소리를 더 높여야 된다"면서 각계의 동참을 호소했다.

'조선학교 지키기 한일 공동 심포지엄'
'조선학교 지키기 한일 공동 심포지엄'ⓒ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