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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기생충’ 인터뷰만 600번… 열정으로 얻은 결실” [종합]

‘오스카 캠페인’, 인터뷰만 600회… 열정으로 극복
스포트라이트 받지 않는 스태프들 노고 기억해야
“‘기생충’ 흥행 이유, 동시대적 문제 다뤘기 때문”
“‘포스트 봉준호’ 위해 영화계는 모험 두려워 말아야”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  배우 이선균(첫 번째 줄 왼쪽부터), 장혜진, 박소담,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조여정, 이정은, 박명훈, 이하준 미술감독, 한진원 작가, 봉준호 감독, 송강호, 양진모 편집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br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 배우 이선균(첫 번째 줄 왼쪽부터), 장혜진, 박소담,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조여정, 이정은, 박명훈, 이하준 미술감독, 한진원 작가, 봉준호 감독, 송강호, 양진모 편집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작년 5월 칸 영화제부터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사가 있었습니다.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 밖에 없겠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되길 바랍니다. 배우의 연기, 스태프가 만들어낸 장면, 그리고 제 고민 하나하나가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봉준호 감독)

‘기생충’ 팀이 해외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했다.

19일 오전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팀이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이 참석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을 받아 한국 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드러냈다.

이날 현장은 ‘기생충’ 팀이 아카데미 수상 이후 가지는 첫 국내 기자회견인 데다, 괄목할 성적을 안고 국내로 돌아온 자리인 만큼 약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모여 뜨거운 취재 열기를 전했다. 특히 기자회견이 진행된 장소는 지난해 5월 ‘기생충’ 제작보고회를 가졌던 곳이기에 의미를 더했다.

봉 감독은 “이곳에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가 1년이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 마침내 돌아오게 됐다. 기분이 묘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모든 게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다. 봉 감독님과 8월부터 지금까지 영광된 시간을 보냈다. ‘기생충’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 기쁘다”라고 밝혔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고 모두가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때의 전율도 회상했다. 이선균은 “편견 없이 영화를 응원하고 좋아해 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조여정 역시 “영화가 한 가지 언어라는 걸 새삼 체감했다. 봉 감독님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잘 접근했으면 이 언어가 통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자랑스럽게 무대에 서 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  봉준호 감독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br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 봉준호 감독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국 영화 최초로 ‘오스카 캠페인’을 시행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오스카 캠페인’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6개월에서 1년간 광고 및 인터뷰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과정을 일컫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은 중소・신생 배급사여서 넷플릭스 및 거대 스튜디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진행했다. 그 말인즉슨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리며 뛰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어보진 않았지만 인터뷰만 600개 이상, 관객과의 대화(GV)만 100회 이상을 했다. 다른 경쟁작이 시내 전광판이나 전면 광고 등 물량 공세로 대응했다면, 저희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의 아이디어를 공략했다. 또 네온, CJ, 바른손, 배우들의 똘똘 뭉친 팀워크로 열세를 커버했다”라고 설명했다.

송강호, 봉 감독과 더불어 오스카 캠페인 일정에 가장 많이 함께한 이정은은 송강호와 봉 감독이 현지에서 받는 인기가 대단하다고 증언했다.

이정은은 “두 분의 인기가 엄청나서 입을 쩍 벌리고 쫓아다닐 뿐이었다”라며 “오스카 캠페인이라는 게 사실 경쟁적인 구도 같아 보이지만, 감독님들은 8월 때부터 동지같은 모습을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가운데 배우 이정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br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가운데 배우 이정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봉준호 감독은 이전 영화인 ‘괴물’, ‘설국열차’ 역시 사회의 부조리를 그만의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냈다. ‘기생충’도 이러한 문법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중 ‘기생충’이 유난히 해외에서 큰 인기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는 ‘동시대성’을 이유로 꼽았다.

봉 감독은 “‘괴물’에는 괴물이 나오고, ‘설국열차’에는 미래의 기차가 나오는 등 SF적인 요소가 많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우리 이웃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또 배우들이 훌륭한 앙상블로 표현했기 때문에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닐까 짐작한다”라고 말했다.

이정은 역시 “‘기생충’에서 다루는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겪고 있는 문제”라며 “동시대적인 문제를 굉장히 재밌게, 그러나 심도 있게 표현한 작품이 많이 없다. 선과 악도 없지만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는 이런 영화의 캐릭터가 우리의 인간 군상과 너무 흡사하게 때문에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을 염두에 둔 획일화된 영화 제작 공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영화법 개정안, 가칭 ‘포스트 봉준호’ 법과 관련한 이야기도 꺼냈다. 봉 감독은 “저 역시 ‘플란다스의 개’를 많이 떠올린다. 요즘 젊은 신인들이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가 1990년에 데뷔하고 20여 년 간 한국 영화계엔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그래서 재능 있는 친구들이 산업에 흡수되기보다는 독립영화를 만든다.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가 평행선을 이루는 게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봉 감독은 “영화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관의 긍정적인 상호 침투가 필요하다”라며 “제작・배급사도 영화가 가진 리스크를 두려워 말고 더 도전적인 영화가 나올 수 있게 껴안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 훌륭한 독립영화들이 여기저기서 꽃 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충돌이 일어나리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  배우 송강호가 취재진의 질문 답을 하고 있다.<br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 배우 송강호가 취재진의 질문 답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와 제작진은 마지막 인사로 입을 모아 “본업으로 돌아가 주어진 일에 충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특히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 촬영 스태프 전원이 모인 사진을 공개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작년 5월 칸 영화제부터 지금까지 영화사적 사건이 많이 일어났고, 또 그렇게 기억될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은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좋겠다”라며 “배우들의 멋진 연기, 모든 스태프가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그 장면에 들어간 제 고민이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맺었다.

허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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