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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혐오의 폭력성과 공포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내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을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분명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나오고, 특정 종교 예배에 참가한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사례가 대거 확인되고 있는 현 상황은 충분히 누군가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감염병 공포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시간이 지나 확산세가 반전되면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문제다. 다만 걱정되는 건 이러한 공포를 동반한, 혹은 이와 무관한 막연한 혐오가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인근 도시에서 정부의 3차 전세기를 통해 우한 교민과 중국국적가족이 김포공항에서 임시격리시설로 향하는 모습.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인근 도시에서 정부의 3차 전세기를 통해 우한 교민과 중국국적가족이 김포공항에서 임시격리시설로 향하는 모습.ⓒ김철수 기자

초기엔 이 감염병이 ‘중국발’이라는 이유로 중국인 혐오와 배제가 이뤄졌고, 이는 아직도 유효하다. 국적이 중국이라는 이유로 최근 중국 방문 이력과 무관하게 중국인 대학생의 기숙사 입소를 일제히 금지 조치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어떤 가게는 문 앞에 ‘중국인 출입금지’를 버젓이 붙여놓고 영업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 대사를 초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아무렇지 않게 형성되기도 했다.

보통 이런 종류의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와 배제는 기본적으로 어떠한 합리적 논거를 토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비판 논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지속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혐오가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태도 변화에 이르는 사람도 있지만, 나머지는 또 다른 혐오의 대상 또는 공격 대상을 찾게 된다.

가장 쉬운 게 ‘정부 욕’이다. 중국 우한 교민이나 일본 크루즈선에 격리된 국민을 데려온다고 욕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어선 안 된다”는 대통령의 말이 때마침 찾아온 지역사회 감염 확산과 맞물려 욕받이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 역시도 어떤 합리적 논거를 토대로 제기되진 않는다.

정부 욕이야 늘 있는 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우려스러운 건 중국인 혐오와 더불어 지역 혐오, 종교 혐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구에 거주하는 신천지예수교 신도인 31번 환자의 확진을 기점으로 촉발됨과 동시에 매우 위험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 ‘신천지를 없애야 한다’는 류의 게시글과 댓글이 버젓이 올라오는가 하면, 언론지상에는 특정 종교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상황 전개는 오히려 지역민들과 특정 교인들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좌절감만 극대화시킬 뿐,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31번 환자 역시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확진 환자와의 접촉력이 확인되지 않는 만큼, 현재로선 지역사회 감염의 피해자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환자가 대구에 거주한다는 것으로 지역 혐오를 부추길 이유는 전혀 없다. 이 환자뿐 아니라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또 다른 확진자인 29~30번, 40번 환자 역시 지역사회 감염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들로 인한 확진자가 추가 발생한다면 ‘서울도 폐쇄하자’고 할 것인가?

이 환자가 신천지예수교 신자라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해당 종교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도 부적절하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이 다른 종교집회나 정치집회에 갔더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이런 다중밀집장소에서의 감염병 확산을 막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사회적 과제로 삼고 고심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는 누구도 ‘내가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기침만 하더라도 쏟아지는 의심의 눈초리가 단적인 예다. 이런 시선은 의심환자들을 고립시키고,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병 확산을 낳을 뿐이다.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과 공포가 감염병의 공포를 뛰어넘어선 안 된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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