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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만나는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를 빛낸 영화들
배우 송강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이하준 미술감독, 곽신애 대표, 양진모 편집 감독, 한진원 작가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10
배우 송강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이하준 미술감독, 곽신애 대표, 양진모 편집 감독, 한진원 작가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10ⓒ뉴스1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을 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 봉준호 감독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탄압했던 미래통합당 소속 대구 지역 정치인들이, 봉 감독의 고향이 대구라는 이유로 생가 복원을 주장하는 기이한 풍경까지 펼쳐질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영화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많은 명작과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겨뤘다. 영화 ‘기생충’과 함께 작품상 등을 두고 경쟁한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 ‘기생충’이 거둔 성과가 의미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극장에선 영화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에서 겨뤘던 여러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극장을 찾아 아카데미가 주목했던 명작의 향기에 빠져보자.

아울러 넷플릭스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아이리시맨’과 ‘결혼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좋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은 20세기 미국 정치 이면에 존재했던 악명높은 인물들과 연루된 한 남자의 시선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대명사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담아낸 작품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결혼이야기’는 파경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영화 ‘1917’
영화 ‘1917’ⓒ스틸컷

영화 ‘1917’
최고의 영상미, 차원이 다른 전쟁영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에게 하나의 미션이 주어졌다.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의 수장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에린 무어’ 장군(콜린 퍼스)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는 것! 둘은 1600명의 아군과 ‘블레이크’의 형(리차드 매든)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사투를 이어 간다.

‘두 병사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달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인 ‘1917’은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인 알프레드 H. 멘데스 경험담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되었다. 알프레드 H. 멘데스는 19살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는데, 전쟁 중 메신저로 선발되어 서부전선으로 가게 되었다. 매번 초소와 초소 사이를 오가며 메시지를 전했던 그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무인지대나 양쪽 모두의 공격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지나며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런 긴박했던 이야기가 손자인 샘 멘데스 감독을 통해 영화로 탄생한 것이다.

영화 ‘1917’은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을 두고 영화 ‘기생충’과 경쟁했던 가장 위력적인 작품 이었다. 영화 ‘1917’은 촬영상, 음악효과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영화 ‘작은 아씨들’
영화 ‘작은 아씨들’ⓒ소니픽쳐스

영화 ‘작은 아씨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여성주의 명작

영화 ‘작은 아씨들’이 여성 관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은 개봉 9일만인 지난 20일 6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했고, 영화 ‘기생충’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젊은 여성 감독인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은 아씨들’을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색채를 강화한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는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이들과 우연히 알게 된 이웃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 사이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원작의 대사를 충실하게 옮겨 원작이 가진 감동을 그대로 전하면서도, 원작과는 다른 몇 가지 장치를 통해 현재적 해석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영화 ‘작은 아씨들’ 리뷰 보기(https://www.vop.co.kr/A00001465609.html)

영화 ‘조조 래빗’
영화 ‘조조 래빗’ⓒ스틸컷

영화 ‘조조 래빗’
혐오와 파시즘에 맞서는 코미디의 놀라운 힘

영화 ‘조조 래빗’은 파시즘과 나치 이데올로기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블랙 코미디다. 나치와 유대인 학살은 다루기 어려운 주제다. 자칫 잘못 다루면 나치의 범죄와 유대인의 비극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나치 시스템에 대한 풍자와 나치에 열광하던 소년의 성장드라마를 유머러스하게 엮어내면서 풍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영화 ‘조조 래빗’은 유대인 학살을 다뤘던 로베르토 베니니의 1998년 작 ‘인생은 아름다워’와 히틀러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1940년 작인 ‘위대한 독재자’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 영화처럼 ‘조조 래빗’은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도 우리에게 던져 준 작품이다.

‘토르:라그나로크’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어릴 적 인상 깊게 읽었던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갇힌 하늘’을 각색해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다. 직접 조조의 상상속 친구인 히틀러 역할을 맡아 출연하면서 완벽한 풍자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런 그의 각색 솜씨는 아카데미의 인정을 받아 각색상을 수상했고, 영화 ‘기생충’과 국제장편영화상을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영화 ‘조조 래빗’ 리뷰 보기(http://www.vop.co.kr/A00001463699.html)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스틸컷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인간의 내면 심리를 꿰뚫어낸 대담한 스토리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은 영화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체축일’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돼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작년 10월 폴란드 개봉 당시 140만 명의 관객 동원한 작품이다. 해외 매체들은 ‘강렬하고 역동적인 작품’(Variety), ‘격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결말’(Times),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작품’(Hollywood Reporter) 등의 찬사를 보냈다.

신부를 꿈꾸지만 신부가 될 수 없는 20살 청년 ‘다니엘’. 소년원을 출소하게 된 그는 존경하는 신부 ‘토마시’의 도움으로 어느 마을의 목공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년원에서 훔친 사제복으로 인해 그는 마을 성당의 주임 신부 자리를 대행하게 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파격적인 행동은 큰 사고를 겪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게 된다. 그러나 ‘다니엘’은 믿음 뒤에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두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페인 앤 글로리’
영화 ‘페인 앤 글로리’ⓒ스틸컷

영화 ‘페인 앤 글로리’
중독, 집착, 사랑…
삶은 어떻게 영화가 되고,
영화는 어떻게 삶이 되었나

영화 ‘페인 앤 글로리’도 영화 ‘기생충’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스페인의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자전적 이야기다. 감독은 영화의 시작과 비슷하게 수영장 물속에서 이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물속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이러한 감정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알모도바르는 자신의 회상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 어디까지가 그의 ‘경험’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점차 영화에 빠지다보면, 영화는 다른 누군가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거울에 비춰보듯 삶을 조망하게 한다.

수많은 걸작을 만든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는 아픈 몸과 마음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 채 쉬고 있다. 그런 그에게 32년 전에 만든 자신의 영화를 영상자료원에서 다시 상영할테니, 그 자리에 주연배우 ‘알베르토’와 함께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온다. 알베르토는 32년 전 그 영화를 찍은 뒤 미워하며 연락을 끊은 알베르토를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고, 첫사랑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다시 만나게 된다.

영화 ‘페인 앤 글로리’ 리뷰 보기(http://www.vop.co.kr/A00001464673.html)

영화 ‘주디’
영화 ‘주디’ⓒ스틸컷

영화 ‘주디’
르네 젤위거에 의해 부활한
무지개 저편의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란드’

영화 ‘주디’는 이번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분장상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르네 젤위거)을 수상했다. 영화는 이제는 시들해진 인기 때문에 고민하는 주디 갈란드의 말년의 모습과 막 데뷔해 평범한 삶을 포기할 것을 강요당하는 주디 갈란드의 어린 시절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이렇게 두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과연 무엇이 그를 힘들게 만들고, 그의 삶을 파괴한 것인지 여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르네 젤위거는 인생의 마지막에서, 아직 떠나기엔 너무 젊지만, 무대를 너무나 사랑했던 주디 갈란드를 영화 속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부활시켰다. 열정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By Myself’, ’Get Happy’, ’Over The Rainbow’는 뛰어난 목소리와 무대 매너로 마치 공연장이 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렇게 생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무지개 저편으로 날아간 그의 삶을 르네 젤위거의 뛰어난 연기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그를 보는 순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주디’ 리뷰 보기(https://www.vop.co.kr/A00001466197.html)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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