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홍천엄마의 그림일기] 미국연수 다녀온 홍천엄마②

에런은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그의 형제 매튜를 만나러 여행을 떠났다. 나는 그들이 커피 마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커피는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마셨던 때 기억나?”라고 수시로 언급될 것이었다.
‘나는 빚을 다 갚았다 | 애나 뉴얼 존스’

주인공이 빚을 갚느라 소비단식을 1년쯤 하며 여행도, 쇼핑도 안 하며 지내고 있을때 주인공의 남편이 혼자 포틀랜드로 여행가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포틀랜드는 커피가 맛있는 곳, 날씨가 좋은 날 하이킹을 떠나면 무지개 빛깔이 방울 방울 손에 잡히는 그런 곳으로 그려지는가 보다.

시애틀에서 포틀랜드까지는 볼트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는 캐나다에서 출발하는데 마침 눈이 와서 세 시간이 연착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환경보호 때문에 염화칼슘을 마구 뿌릴 수가 없어서 눈이 오면 이 일대의 차는 늘 거북이 걸음, 세 시간쯤 연착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짐을 받아 넣어주던 작은 백인 여성이 알고보니 버스 운전기사였다. 그녀가 운전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상상력의 한계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커다란 고속버스라고 운전을 꼭 덩치가 큰 남자가 할 필요는 없지. 운전하려면 힘이 세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남자 일, 여자 일이 따로 있다는 마음속에 정해놓은 역할의 칸막이가 많이 남아 있다. 미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충격은 남여가 같이 쓰는 화장실 그리고 남자, 여자를 넘어 모든 젠더가 쓰는 화장실이었다. 올젠더 화장실이라니. 이상하게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내가 누구라도, 네가 누구라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누구라도 괜찮아” 올젠더 화장실
“누구라도 괜찮아” 올젠더 화장실ⓒ박지선

1960년대 미국이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으로 고속도로와 자동차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할 때 포틀랜드는 시민들의 힘으로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중지시키고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건설예산을 라이트레일, 버스, 주요 도로개선에 쓰면서 당시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잘 정비된 교통, 걷기 좋은 길, 환경친화적 건물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가능한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산업과 문화를 발전시킨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는 20분 이내에 다운타운 어디든 걸어서 도착할 수 있게 압축적으로 설계했는데 걷다보면 블록과 블록 사이가 보폭이 맞아떨어져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계속 걸을 수 있다. (아마도 키가 큰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된 듯 하다. 맞춰 걸으려면 헉헉...) 독특한 분위기의 공공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있어 발걸음에 생동감을 준다. 어디선가 솔솔 마리화나 냄새도.(포틀랜드는 마리화나가 합법이다)

포틀랜드는 관광으로 보면 딱히 아주 유명하다고 할것은 없지만 도시가 한곳으로 쏠리지 않고, 골고루 자신의 색을 가진 곳이라는 느낌이다. 미국에서도 관광이 아닌 쉬러 오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방문기관(포틀랜드 주립대학, Trec, N.A, DMA) 이외에도 중고서점으로 유명한 파웰서점(책을 사고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곳), 브루어리, 스텀프 타운의 향긋한 로컬 커피, 오래된 인쇄기를 되살려 다시 종이에 글씨 쓰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 카드회사 에그프레스, 비영리 회사들의 공유 사무실인 해치 등을 방문했다. 어디를 봐도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복사된 도시와는 다르게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상점과 기업들이 포틀랜드만의 힙한 분위기를 만든다.

포틀랜드만의 거리와 상점과 기업이 만드는 힙한 분위기
포틀랜드만의 거리와 상점과 기업이 만드는 힙한 분위기ⓒ박지선

전통적으로 히피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북유럽 이민자로 구성된 이 도시는 자유롭고 진보적인 기질을 가진 곳이다.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창조적인 문화가 발생하고 혁신적인 기업이 생겨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니 만큼 인구가 꾸준히 유입돼 5~6년 사이에 40%나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늘어난 인구만큼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포틀랜드에서 자꾸만 홍천 생각이 난다. 어쩌다 보니 나는 한국 강원도의 작은 도시 홍천에 살게 되어 인구 소멸의 위기감, 이렇게 작은 곳에서 뭘 할수 있어? 하는 자조감, 7만 작은 도시가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산다. 도시에 살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로컬의 미래, 문화, 산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일어나고 무엇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배제 없이 새로움을 시도해보는 기회, 관용과 포용의 자부심, 우리도 이런 것을 가져볼 때가 되지 않았나.

관련기사

박지선 마을활동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