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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집중과 집약으로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불러낸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기타

2018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백미는 죽은 아버지 표도르를 놓고 벌이는 네 형제의 숨 막히는 갈등과 반전에 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죽은 아버지 시체를 가운데 놓고, 사방에 위치한 네 형제가 유기적으로 얽히고 맞붙는 구조를 통해 100분의 시간을 영리하게 채운다. 인간 내면에 양면의 얼굴을 하고 존재하는 선과 악을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우리 몸에 살고 있는 폭풍이란 키워드는 이 뮤지컬의 주제 넘버이자 메인 카피로 역할을 한다.

몇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무대는 숨 가빴다. 이 작품의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대사들이 명료하게 전달이 되는 것도 여전했다.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엡스키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어도 줄거리가 익숙한 작품이어서 누구나 접근하기 어렵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신이 있는가 없는가’란 표도르의 근원적인 질문이나 무신론과 유신론이 맞붙는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갑논을박이 지루하지 않게 긴장을 주는 것도 여전하다.

무대 한 가운데엔 평생 방탕하게 살아온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죽어 있다. 표도르는 살아 생전 두 아내가 낳아 둔 세 아들을 내팽개치고 마을의 백치 여인과 낳은 사생아가 있었다. 그런 그에게 20년 만에 아들들이 찾아온 것이다. 첫째 드미트리는 아버지에게 자기 몫의 재산을 받아내기 위해 찾아 온다. 드미트리는 약혼녀가 있었음에도 아버지가 점찍어 놓은 그루센카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둘째 아들 이반은 글을 쓰는 지식이자 무신론자이다.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아버지를 혐오한다. 셋째 알렉세이는 수도원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청년이다. 형제 중 가장 신중하고 선하지만 방탕한 아버지와 형들과 갈등을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 속 갈등을 안고 있다. 그리고 표도르를 ‘주인님’이라 부르는 스메르쟈코프는 표도르의 사생아이다. 그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이반의 사상을 믿고 따른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기타

이 네 명의 아들 모두는 아버지 표도르를 죽이고 싶은 충동과 분노를 갖고 있다. 저마다 얽혀 있는 갈등은 누가 아버지를 죽였는가란 질문을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 작품은 17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죽은 아버지를 둘러싼 네 명의 아들들의 이야기로 집약해 집중도를 높였다.

신과 신념에 대한 원작의 근본적인 주제가 선명히 살아 있지만, 종교와 관계없는 대부분의 관객이 보기에 무리가 없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악의 모습은 종교를 넘어서 언제나 화두가 되는 주제이기에 그렇다.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내뿜는 엄청난 에너지도 관객을 감동시키는 요소이다. 아버지 표도르의 선 굵은 연기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스메르쟈코프의 순간순간 변하는 이중적인 얼굴 표정이나 간질로 몸이 점점 꼬여가는 격정적인 연기는 순간 숨을 멎게 한다. 무대 중앙에 비스듬하게 걸린 거울은 무대 정면에서만 보는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 위에서 아래로 이동시킨다. 단순히 시선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보게 만드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날짜:2020년 2월 7일~5월 3일
공연장소:대학로 자유극장
공연시간:100분
관람연령:만 13세 이상
출연진:김주호, 심재현, 최영우, 서승원, 조풍래, 이형훈, 유승현, 안재영, 김지온, 김준영, 이휘종, 안지환, 박준휘

이숙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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